인간의 얼굴을 한 돈, `레츠`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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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얼굴을 한 돈, `레츠`에서 길을 묻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3.11.14 10:30
  • 호수 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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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는 기존의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져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 대전 한밭레츠에서 만든 지역화폐 두루두루 널리 쓰인다는 뜻에서 이름 지어진 `두루`는 종이화폐로 제작했으나 위폐 등의 우려로 상용화되지는 않았고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가상계좌로 거래되고 있다. 이외에도 강원도 춘천에서는 지난해 `쌀본위` 이삭통화를 발행해 통용한 바 있다.
글 싣는 순서

1. 돈의 대안, 레츠란 무엇일까
2. 국내의 레츠(1)
3. 국내의 레츠(2)
4. 호주의 레츠(1)
5. 호주의 레츠(2)
6. 레츠로 시작하는 공동체 회복

돈이 없기 때문에 서로 가치를 교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측량단위가 없기 때문에 집을 짓지 못한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 

- 철학자 앨런 와트




 우리는 말한다. 오늘의 한국은 자본주의 사회이며 그러하기에 현대인의 대부분은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현대의 대다수가 이 명제에 쉽게 수긍할 정도로 우리의 일상은 `돈`에 지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돈 없이 살 수 있는 사회`가 있으며, `인간의 얼굴을 한 돈`의 세계가 분명히 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레츠`라는 교환시스템이라고 한다. 

 너무 이상적이다. `레츠`(LETS)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한 심정이었다.

 레츠, 즉 지역화폐(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는 직역하면 `지방교환교역시스템`으로 우리가 매일 보고 만지는 그런 실물 화폐가 아니라 일종의 대안적인 교환체계 자체를 뜻하는 것이다.

 그런데 1983년 캐나나 밴쿠버 인근의 작은 마을 코목스 밸리에서 처음 시작된 레츠시스템이 현재 미국과 캐나다, 영국과 독일, 일본, 호주 등지로 전파되어 약 3000여개의 지역화폐시스템이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에도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대전 한밭레츠의 두루부터 성미산 마을의 희망두루, 부산의 사하품앗이 등 30여개 공동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통용 중이라고 한다. 한발 더 나아가 강원도는 도 차원에서 오는 2015년 강원도 지역화폐 유통계획을 발표, 예산까지 마련한다고 한다.

 대전의제21추진협의회 사무처장을 거쳐 한밭레츠의 운영위원장을 지내며 다양한 영역에서 대안운동을 시도해 왔던 지속가능한도시연구센터의 박용남 소장은 이러한 레츠의 필요성을 기존의 화폐시스템에 대한 문제에서 우선 찾고있다.

 박용남 소장은 "기존 화폐의 문제가 심각하다. 화폐라는 것이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발권을 누가 하나? 미국의 경우 은행가들의 모임인 연방준비제도 사람들이 발권한다. 그 사람들의 결정으로 전 세계가 흔들흔들 하지 않나. 100달러 발권한다고 했을때 실제 종이돈의 가치는 10센트에 불과한데 나머지 차액은 은행이 다 먹는 거다. 돈이 왜 가진 사람만 갖도록 되어 있나. 이자가 결합돼 있으니까 그런 거다. 돈은 가지고 있는 사람만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돈 자체의 설계에 결함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전 한밭레츠의 김성훈 대외협력실장 역시 "지금 사용하는 화폐가 특정한 개인의 사익을 위해 발행되는 화폐고 이 화폐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이며 그 도전의 핵심은 우리가 스스로 화폐 의 주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으며 사회투자지원재단의 자문 도움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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