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향기로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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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아 향기로 와서…
  • 하태무
  • 승인 2013.11.14 10:56
  • 호수 3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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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태 무
본지 칼럼니스트
여행가
남루한 일상이 뜨고 지는 언저리에
진하게 우려낸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사람아
향기로 와서/ 바람 끝에 앉았거라

 졸시 `그리움의 언저리` 3연 중 제 1연

 우리의 일상이 그렇고 그런 나날들이라 그 남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좋은 벗을 만나고 그리고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이 필요하다.

 공자도 `벗이 멀리서 찾아오면 또한 기쁘지 아니 한가`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친구와 벗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위해 딴은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향기가 꽃향기처럼 묻어난다면, 그런 향기로운 사람과 벗하고 지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만 사람들은 서로 사귀는 과정에서 더러 상처도 주고받기도 한다.

 지금 아라클럽으로 내려오는 언덕길에 들어서면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국화화분에서 진한 국화향이 코끝에 확 밀어닥친다. 미당 서정주님이 `국화 옆에서`란 시에서 읊었듯이 비록 하나의 작은 꽃에 지나지 않는 국화를 피우기 위해 봄의 소쩍새, 여름의 천둥과 먹구름, 그리고 피는 날까지 무서리를 견디는 과정을 우리는 인내해왔다. 이 모든 것들의 인연과 기다림 이후에 피어나는 향기로운 생명의 신비로움.

 10월 말 남해유배문학관에서 열린 국화전시회에 아라클럽의 국화가 전시되었을 때에 비록 가장 아름다운 국화로 기르지는 못했을지라도 700여 화분을 기르도록 도움을 주신 정성명교장 선생님과 아라클럽 사람들에게 상을 주고 싶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긴밀한 인연을 맺고 우주의 현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필자는 알고 있다. 국화연구회라는 남해의 작은 단체에서도 그동안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혹시라도 회원들의 국화가 제대로 자라지 않을까 기술을 나누고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긴 시간을 버텨왔다.

 손톱이 까맣게 되도록 작은 순을 따 주어야만 하던 아침시간과 뜨거운 여름날의 햇볕을 피하여 물을 주고 가꾸던 정성. 그렇게 하여 거금을 투자하여 크고 화려한 잔치를 벌이는 도시의 지자체만큼 아니더라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국화잔치를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국화화분을 남해의 병원에도, 친구들에게도, 관광안내소에도 개업하는 갤러리에도, 좋은 분들에게 국화화분을 나누고, 객실마다 테라스마다 화분을 다 넣고도 너무나 많은 국화가 향을 퍼뜨리고 있다.
 
사는 날 햇살 같이 밝기만 바랐었지/자주 물결 일고 마파람도 불던 것을/
겹겹산/ 너머너머에/ 사연일랑 감추우고/
 
 졸시 `그리움의 언저리` 3연 중 제 2연

 
 필자는 지금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차를 마시고 향기로운 국화화분 하나쯤 가지고 갈 향기로운 벗을 기다리고 있다. 더러는 이 이상한 현실을 잊어도 보고 눈물 함께 차를 마셔도 보면서 이 가을, 국화향에 취해서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먼 젊음의 뒤안길이라도 읊어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관조적 자세가 우리 모두에게는 필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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