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영수증 들고 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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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영수증 들고 뛰는 사람들
  • 김태웅 기자
  • 승인 2014.04.17 13:44
  • 호수 3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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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되고 힘든 직업 `공영주차장 관리요원`

장애인, 대부분 고령이지만 막말·비양심에 고충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3D 직종은 있다.

 3D는 `위험하고(Dangerous) 어렵고(Difficult) 더럽다(Dirty)`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 D 3개를 말하는 것으로 그만큼 녹록치 않은 직업을 뜻한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꺼리는 어렵고 힘든 직업이 많이 있다.

 그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스스로도, 보는 이도 힘들고, 심지어 `돈`도 되지 않는 직업이 있다면 바로 `공영주차장 관리요원`일 것이다.

 남해읍 대로변 곳곳에서 볼 수 있는 6명의 주차 관리요원은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주차 영수증을 들고 뛰어다니며 100면 가량의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모두 장애인이다. 지체장애인도 있고 지적장애인도 있다. 이들은 비장애인과 달리 원천적인 핸디캡을 갖고 있고 대부분 고령이기 때문에 주차장 관리는 쉽지가 않은 일이다.
 
노동에 비해 작은 급여

 주차관리요원의 일과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요즘같이 해가 길어진 시기에는 오후 6시 30분까지 근무를 한다.

 삼동, 고현 등의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일터로 와 빨간 조끼를 입고 일을 시작한다.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읍 시내는 차량도 많지 않고 사람도 별로 없어 한산하지만 주차관리요원의 눈과 발은 바쁘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중간 중간에도 지난날부터 장기주차를 한 차량은 없는지 무료주차 시간 10분이 지난 차량을 없는지 쉴 새 없이 살핀다.

 효자문 삼거리에서 군청 방향으로 약 100여 미터의 도로면을 관리하는 지체장애인 72세의 이 모 어르신도 고현면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했다.

 그는 "급여에서 버스비 점심밥값을 빼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것은 90만원이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읍 시내 중앙사거리 일대를 관리하는 주차관리요원도 청각장애가 있는 73세의 고령의 어르신이다.

 이 어르신은 90만원이 되지 않는 돈으로 일곱 식구를 먹여 살린다며 이내 차량에 주차영수증을 붙이기 위해 맞은편으로 뛰어간다.

 남해우체국 일대를 관리하는 52세의 지적장애인 박 모 씨도 월급의 대부분을 요양 중이신 어머니 병원비로 사용하고 있었다.
 
열악한 근무환경 보다 얌체 차량이 더 힘들게 해
 
 여름에 덥고 겨울엔 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흥건하게 나는 여름에는 땡볕을 피하는 것이 고작이며 겨울에는 옷을 두껍게 입는 수밖에 없다.

 비가 오면 주차영수증이 물에 젖어버려 갈기갈기 찢어지기 일쑤다.

 도시락을 준비해 오는 관리요원들은 길거리에서, 상가 계단에 앉아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렇듯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 것도 힘들지만 관리요원들을 가장 많이 힘들게 하는 것은 `사람`이었다.

 응당 내야할 주차비를 깎으려는 사람, 요금을 내지 않기 위해 시비를 거는 사람, 도망치는 사람 등등.

 심지어는 막말을 하고 하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그것도 아들 벌 되는 사람들이란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이런 저런 수모를 겪으면서 나름 한다고 해도 매번 들어오는 민원은 `불친절 하다`다.

 한 주차관리요원은 "얌체 차량들이 제일 문제다. 도망치는 사람, 장기주차차량 등은 우리들로써는 속수무책이다. 국가에서 주는 장애인근로장려금은 매년 줄어들고 있고 얌체 차량들로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고 설명하며 "주차관리요원들도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 군민들의 많은 이해와 양심 있는 주차장 이용을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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