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낭만, 멋이 가득…삼남초 13회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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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와 낭만, 멋이 가득…삼남초 13회 동창회
  • 김희정 기자
  • 승인 2014.07.28 13:24
  • 호수 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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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향우회장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70대 노인네들이 지난 12일 남해읍 서변동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울, 부산, 남해 등 전국에서 온 삼남초등학교 13회 동창생들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동아, 청길아, 태석아, 연옥아 부르며 서로 부둥켜안고 악수하며 난리판을 벌인다.

 한때는 남해군에서 모범학교로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던 삼남초등학교.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며 젊은 인력의 이탈로 농촌 지역 학교는 하나둘 사라졌다.

 같은 동네, 옆 마을에서 함께 크고 자라며 해마다 여름이면 마을 앞 냇가에서 머스마 가시나 할 것 없이 해가는 줄 모르고 물장구치며 노닐고, 무리지어 다니며 매미, 잠자리를 잡던 어린 시절.

 초등학교에 입학해 6년을 같은 반에서 공부하며 함께 인성의 기초를 닦아 온 초등학교 동창이기에 일 년 만의 만남이 이토록 기다려지고 설레는 것은 여러 말이 필요 없는 이치였다.

동창들은 공태인 전임 동창회장의 안내로 남해의 보물 스포츠센터를 경유해 장항동 장어구이집으로 향했다.

 임양자 총무의 성원보고에 이어 인사에 나선 이정일(평산) 신임 회장은 `극사광음 일거난박, 청춘진중 석분음(隙駟光陰 一去難迫, 靑春珍重 惜分陰 )`이라는 옛사람의 말을 인용해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며 "어느덧 우리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58년이 지났다. 천년만년 살 것 같던 우리들도 세월의 흐름 앞에 순응하며 인생을 정리해야하는 순간들이 다가오겠지만 친구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남은 시간을 더욱 보람차고 값지게 살고픈 욕망이 솟구친다. 1박 2일 동안 진솔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되길 바라며 건강을 지켜 내년에도 만나고 계속해서 또 만나 죽마고우의 정을 영원히 간직해 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15명의 동창생들은 자유롭게 대화 시간을 가졌는데 남해의 김대우 친구는 12명의 손자가 있기에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해 모두가 박수로 축하를 전했고, 서울의 이길순 친구는 우리 동창들의 면면을 볼 때 크게 출세한 사람도 갑부도 없기에 부담 없이 편해서 좋다고 했다. 또한 이정일 회장이 일정 넓이의 땅을 무료로 분양해줄 테니 더 늙기 전에 남해에 집 짓고 친구까지 오순도순 함께 살자고 얘기하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해 우리가 지금 달나라 여행 와서 듣는 얘기 아니냐고 말하기도해 웃음바다가 됐지만 이게 진정한 친구로서 배려의 정이려니 생각하니 절로 숙연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친구 간에 기분 좋게 마신 술이 취할 리 없다. 저녁 10시가 넘어서 공태인 전임 회장의 인솔 아래 남해 절경인 해안도로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해안을 따라 늘어선 관광시설의 아름다움은 길 떠나는 나그네의 넋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쉬어가는 야경 또한 노스텔지아(향수·鄕愁)에 푹 빠진 느낌이다.

 홍현마을을 돌아 읍에 도착한 일행은 흘러간 옛 노래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고 숙소에서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낸 지난 삶의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눴는데 그 입담들이 가히 천하대사를 논하던 제갈공명과 주유가 살아 돌아온 느낌이었다.

 이튿날 임양자 총무가 준비한 생선회, 장어국으로 아침과 점심 식사까지 챙기고 헤어진 삼남초등학교 13회 동창생들!

 동창들과 함께한 지난 1박 2일은 유머 있고, 낭만이 있었다. 멋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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