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에 칡넝쿨인데 칡즙 맛보기는 왜 이리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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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에 칡넝쿨인데 칡즙 맛보기는 왜 이리 힘들까?
  • 김종수 기자
  • 승인 2014.09.04 10:58
  • 호수 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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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도로가의 산자락이나 방치된 밭에는 어김없이 칡넝쿨이 뒤덮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칡 자체로는 건강에 유익한 식물이어서 예로부터 보릿고개를 넘을 때 구황작물로 먹어왔지만 자연생태계에선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왕성하게 뻗어나가는 확장력이 정말 무시무시해 인가 근처에선 뿌리가 담장을 금가게 하기도 하고, 땅 위의 줄기는 온갖 나무들을 칭칭 감고 올라타 압사 시킨다. 얼마나 풀기 어려웠으면 칡과 등나무가 얽히고 설킨 모습에서 갈등이란 단어가 나왔을까?

 나무가 없는 곳에선 애꿎은 전봇대가 그 목표물이 되기도 한다. 남면 동정마을 내에 있는 한 전봇대는 그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칡넝쿨에 꿀꺽 먹혔다. <사진>

 이 정도면 정말 전기안전사고가 날 법도 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마을어르신께 여쭈니 아직 칡넝쿨 때문에 정전이 일어난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하니 다행이면서도 신기할 따름이다.

 드물게 칡넝쿨이 정전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해서 타 지역의 한전지사에서는 칡넝쿨을 베어내기도 한다. 남해한전의 경우는 칡넝쿨이 전신주를 올라타지 못하도록 지선캡을 씌우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방비해 둔 모습이 눈에 띈다.

 칡이 쭉쭉 뻗어나가는 그 힘의 근원은 말 그대로 땅속 깊이 묻혀 있는 굵은 뿌리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칡뿌리는 굵은 게 맛있고 약성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칡뿌리에 응축된 에너지가 줄기로 뻗어나가기 직전인 2월경이 캐먹는 적기인데 장정 몇 명이서 오랜 삽질을 하거나 포크레인 정도가 동원되어야 얻을 수 있단다.

 칡뿌리는 갱년기여성의 폐경지연, 골다공증 예방, 두통완화, 피로회복, 간 기능보호, 소화불량, 변비·설사·해열, 초기감기, 위장·간장 보호, 당뇨혈당조절, 아토피·여드름·피부미용, 탈모 등 많은 효능이 있지만 성질이 서늘하기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 임산부나 설사나 구토를 일으킬 수 있는 냉한 체질의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식물성호르몬이 많아 여자아이에게는 성조숙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요즘 한창 피고 지는 보라색 칡꽃은 아주 달콤한 향기를 선물하고 있다. 칡꽃은 효소로 담그면 그 맛과 향이 아주 뛰어나며, 꽃잎을 말려 차로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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