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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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옆에서
  • 하태무
  • 승인 2014.09.04 11:05
  • 호수 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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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거울앞에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이 오지 않았나보다.





▲ 하 태 무시인, 수필가
 고등학교 때 공부로만 배웠던 서정주 님의 이 시가 많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시인은 국화꽃을 키워보고 그런 아름다운 시를 썼던 것일까?

 요즈음 아라클럽은 국화꽃을 키우는 재미에 빠져 산다. 아니 국화꽃을 키우는 고생 속에 묻혀 산다고나 할까?

 이른 봄 3월이 오면 겨우내 갈무리 했던 대국 국화 뿌리에서 움이 트기 시작한다. 국화 움이 4~5센티미터 자라면 순을 따서 모래판에 꽂아 둔다. 4월 말 경 모래판에서 한 뼘 정도 자란 국화 모종을 작은 포터에 옮겨 심는다. 6월 경에는 조금 큰 화분에 옮겨 심으면서 가지 여러 대궁이 날 수 있게 가지 중간을 잘라준다.

 한 가지에 두 개의 순이 틀림없이 난다. 10 여일이 지나면 다시 가지를 잘라준다. 이제는 네 가지가 된다.

 이렇게 보통 한 화분에 3, 5, 7, 9 홀수 숫자로 가지를 세운다. 많게는 스무 대 정도로 가지가 올라오게 한다.

 한 가지 마다 지주를 꽂고 하나하나 흔들리지 않게 고정 철사로 묶어 준다. 누가 먼저 자라나 시합이라도 하듯 국화는 쑥쑥 자란다. 3개월 쯤 자라면 어엿한 국화의 모습이 된다.

 이때부터 키 고르기 작업을 시작한다. 제일 작은 놈, 제일 큰 놈은 아예 잘라버리고 남은 가지들로만 키를 고르게 한다. 지주에 얽어매면서 낮은 놈의 키에 맞춰 구부려 주기도 하고 옆의 놈과 자리바꿈을 하면서 인위적으로 키가 비슷하게 맞춘다.

 물은 매일 아침 준다. 어떤 때는 저녁에도 주어야만 한다. 그런다고 다 잘 크는 것은 아니다. 간밤 바람에 넘어져 가지가 뚝 부러져 있기도 하고, 가지를 좀 더 보기 좋게 하려고 휘어 보려면 맥없이 툭 부러져 버린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잎사귀 사이로 새 가지가 수없이 나기 시작한다. 그 작은 가지들은 손톱으로 제거해야만 한 가지에 큰 꽃 하나를 피울 수가 있다. 손가락 끝이 살짝만 닿아도 대궁이 툭 부러져 버리기도 하고 순이 잘라지기도 한다.

 또 욕심을 부렸구나! 난 못살아! 한탄에 한탄을 거듭한다. 자연의 이치를 그르칠 때, 욕심을 부릴 때, 어김없이 우리에게 다가오는 벌, 욕심 때문에 국화 대궁은 자주 부러지게 된다.

 금년엔 대국 화분만 130개, 그 속에 자라는 국화꽃 송이 1000개가 넘는다. 소국과 올해 처음 해 본 목부작, 석부작, 현훼를 다하면 500개의 화분도 더 넘는다.

 한 가지에 수십 번의 손길이 가는 국화 기르기 작업.

 3월부터 반년도 더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10월 말 경 아이 머리통만한 국화가 하얗고 노랗게, 또는 빨갛게 실을 늘어뜨리며 피어난다.

 그 때의 환희를 누가 알겠는가? 노력하는 대로 거둘 수 있는 게 자연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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