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千)의 얼굴, 세존도(世尊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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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千)의 얼굴, 세존도(世尊島)
  • 김우영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위원
  • 승인 2015.01.01 19:30
  • 호수 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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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錦山) 상봉에서 끝 간 데 없는 남쪽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면 멀리 검은 점으로 보이는 작은 섬, 이 섬이 세존도입니다.

 이 세존도는 금산 정상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섬이 아닙니다. 가을철, 그것도 아주 청명한 날씨가 계속되는 때라야만 볼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운 좋은 사람`, `복 받은 사람`이라야만 이 섬을 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옵니다.

 조선시대 영조 때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후송 유의양 선생은 이곳 남해에서 유배생활을 한 바 있는데 그는 유배기관 중 한글로 된 최초의 산문체식 기행문 `남해문견록`을 남겨 오늘까지 전해옵니다. 이글 속에도 세존도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당시 이 섬의 이름은 유혈도(有穴島)였습니다. 섬 가운데 커다란 두 개의 구멍이 남북으로 뚫려 있었기 때문에 불러오던 이름이었습니다.
 유혈도라는 이 이름이 어떻게 해서 훗날 세존도라는 불교식 이름으로 바꿔 불리어지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석가세존께서 금산에서 돌로 배를 만들어 타고 쌍홍문을 거쳐 세존도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는 전설은 오늘날까지 전해옵니다.

 전설만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세존도에는 남북으로 뚫린 두 개의 바위굴이 금산의 쌍홍문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습니다. 금산 보리암을 오르내리면서 깊은 신심을 쏟았던 불자님들이 쌍홍문과 세존도를 주제로 그들의 심원(心願)으로 만들어낸 불변의 전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천의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섬, 기회가 있으면 반드시 한번쯤 가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우연한 인연으로 한때 1년에 서너 번씩, 열 번도 넘게 이 섬을 찾아가서 동편 쪽 너덜바위에 올라가 준비해간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면서 놀다오기도 했던 필자로서는 참으로 큰 행운을 누렸다는 생각을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젊은 시절의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몰랐었는데… 상주에서 세존도까지의 직선거리는 25.68km, 면적은 3만3천㎡로 남해 제36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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