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 활기찬 남해, 협동조합에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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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활기찬 남해, 협동조합에서 찾아보자
  • 김창근 기자
  • 승인 2015.02.03 17:06
  • 호수 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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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문가에게 길을 묻다 : 정원각 아이콥 대표

"협동조합의 최고 목표는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욕구를 해결하는 것" 

협동조합의 정확히 무엇인지 개념정리부터 필요할 것 같다. 협동조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 영어로 협동조합의 뜻은 `co-operative`로 `co`는 `함께`, `operative`는 `일 한다`는 뜻인데 일본에서 만들어져 들어온 협동조합(協同組合)이라는 말은 영어의 본래 의미를 잘 살리지 못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합작사(合作社)라고 부르고 일제 침략기에는 합작운동(合作運動)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오히려 본래의 의미에 더 가깝다.
 국제협동조합연맹(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이 1995년 선언한 협동조합 정의는 "협동조합은 함께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적 욕구와 갈망을 충족하고자 자발적으로 단결한 사람들의 자율적인 결사체이다"라고 돼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사업을 하는 경제 조직인데 중요한 결정을 투자한 자본의 규모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하는 1원1표의 상법상 기업(주식회사, 합자회사, 합명회사, 유한회사)과는 다르게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모수 1인1표를 가지는 민주적인 기업이다.
 흔히 자본기업은 자본을 중심으로 자본의 이윤 추구를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사람을 중심으로 하여 참여하는 조합원의 필요한 욕구를 해결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상위 소득 1%로 집중되어 있고 그 1%를 위한 기업이 아니라 99% 다수의 참여자를 위한 기업으로 표현한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농협, 수협, 축협 등과는 차이가 있나 ^ 결론적으로 말해 농협, 수협, 축협 등은 협동조합의 한 종류다. 그러므로 다른 것이 아니고 협동조합이라는 큰 범위 안에 농협, 수협, 축협 등 다양한 협동조합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차이가 있다면 협동조합이 처음 출발한 영국(소비자협동조합)과 프랑스에서는 소비자, 생산자, 농민이 시장에서 불리한 자신들의 경제적 조건, 환경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기존의 한국의 농협, 수협, 축협은 정부가 주도하여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협동조합의 본래의 기본 가치인 자조, 자기 책임, 민주, 평등, 형평, 연대 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조, 자기 책임이 거의 실현되지 않고 있다.
 나아가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에 하나인 `자치와 독립`도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협동조합 원칙에서 말하는 `자치와 독립`이란 `정부로부터 자치` 그리고 `(외부)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말하는데 기존의 한국 농협, 수협, 축협은 정부에 의존적 또는 간섭을 받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달라 ^ 협동조합의 형태는 누가 만드느냐 그리고 어떤 기능,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누가 만드느냐에 따른 형태를 보면 소비자협동조합(한국에서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약칭 `생협`), 생산자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이 있다.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 질 좋은 생필품, 서비스 등을 제공 받기 위해서 만든 것이 소비자협동조합이고 생산자들이 원료의 공동 구매, 공동 판매처 확보를 위해 만들면 생산자협동조합이며, 노동자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노동과 일자리 확보를 위해 만든 것이 노동자협동조합이다.
 한편 주택을 제공하는 경우 주택협동조합, 건강과 진료 등을 위해 만들면 보건의료협동조합, 생활이나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위해서 신용협동조합 또는 협동조합 은행을 만든다. 유럽과 미국에는 수도협동조합, 전기에너지협동조합, 장례협동조합, 엠블런스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이 있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자기들이 들어가 살 곳이 필요하여 만들면 소비자주택협동조합이 되고 목수나 건축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위해 만들면 노동자주택협동조합이 된다. 한편, 요즘에는 소비자와 노동자 그리고 사업자가 함께 참여하는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도 있고 사회적 또는 공익을 위한 사회적협동조합도 있다.
 
협동조합이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때문인가 ^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서브프라임모기지론으로 시작된 금융위기, 경제위기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지구촌 전체의 경제위기로 확산되었다. 이 위기로 세계의 경제 구조가 양극화, 빈부의 차이 심화 등을 가져왔다. FAO(세계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경제위기 전인 2007년까지는 기아 인구가 8억 명이었으나 2008년 경제위기로 인해 10억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본 기업 중심의 세계 경제, 신자유주의가 진행되면서 빈곤, 기아, 양극화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는데 협동조합은 이런 문제를 줄이는 경제 조직체다. 협동조합은 경제 사업을 하는데 투자자,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업을 하지 않고 조합원의 필요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업을 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은 물가 안정과 노동자 고용 안정이 사업의 중요한 목표이고 노동자협동조합은 일자리 유지, 확대 그리고 농업협동조합은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적정한 가격 판매 등이다.
 그러므로 자본기업에 소수 주주, 투자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이라면 협동조합은 다수의 소비자 조합원 또는 일하는 노동자,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업이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에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면서 돈 중심이 아닌 인간 중심의 경제인 협동조합에 대해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협동조합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 협동조합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북구 유럽의 네 나라(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위스와 같은 나라들이다. 그리고 스페인에서는 몬드라곤, 이탈리아에서는 볼로냐와 같은 곳에서 협동조합이 활발했다. 그런데 이 지역들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것만 아니라 사회의 신뢰, 평등성, 민주주의도 매우 높은 지역이다.
 위와 같은 나라, 지역과 같이 협동조합이 잘 되기 위해서는 자조, 자기 책임, 평등, 민주 등의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신뢰, 사회적 자본이 큰 사회여야 한다. 한편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민주주의, 평등, 시민사회의 자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 이유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운영원리가 자조, 자기 책임, 평형, 평등, 민주 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질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활성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문화의 형성, 보다 평등한 사회 등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다. 
 
협동조합을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 그렇다. 위에서 밝혔듯이 현재 지구촌은 지나친 이윤 추구와 경쟁으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골과 갈등은 깊어지고 있고 자연은 점점 파괴되어 사막화, 온난화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
 협동조합은 사람 중심의 경제만이 아니라 자연, 생태계의 보전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사회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자연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중요한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과 자연을 대상화하고 수단으로 보면서 수탈하고 피폐화시키는 자본 기업 중심의 경제에서 탈피하여 자연과 인간 모두 공존하는 경제, 사회를 할 수 있는 중요한 대안 경제 체제다.
 한편 승자 독식으로 1%가 전 세계의 자산 48%를 차지하고 부의 편중이 점점 더 집중하는 사회가 아닌 빈부의 차이를 줄이고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자산이 아닌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2012년 말 현재 한국의 소득 상위 1% 인구는 전체 소득의 12.23%를, 상위 10% 인구는 전체의 44.87%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9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따져볼 때 상위 1% 기준에서는 3위, 상위 10%에서는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집중도다. 이 수치들이 한국보다 심각한 국가는 영국과 미국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협동조합을 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하나 ^ 협동조합을 하기 위해서는 절차적인 준비와 내용적인 준비가 있다. 절차적인 준비는 다음의 다섯 가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1. 어떤 유형의 협동조합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2. 초기 핵심 조합원들을 규합해야 한다. 3. 조합원들이 모여 사업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4. 조합의 정관과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 5. 창업의 행정 절차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절차적인 준비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용적인 준비다. 내용적인 준비는 무엇 보다 협동조합을 꼭 해야 하는 절박함이다. 자본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서 협동조합은 주식회사 보다 훨씬 불리하다. 사업을 하는 법인을 설립 절차, 방법 그리고 은행 대출 조건 등 불리하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 사업,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럴 때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다음으로 구성원 모두가 함께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 흔히 주식회사는 주도하는 한 사람이 지분을 많이 가지고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법에 의해 특정한 사람이 지분을 30% 초과하여 가질 수 없고 지분을 가졌다고 해서 의사 결정권이 지분만큼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 함께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고 논의를 해야 성공의 확률이 높다.
 
남해에 필요한 협동조합을 추천한다면 ^ 위에서 이야기한 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 볼로냐는 그 나라의 주류, 수도로부터 수백 km 떨어진 곳이다. 그곳은 주류 경제에서 소외된 곳으로 자본이 투자를 꺼리는 곳이다. 그래서 스스로 일어서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시작했다. 그런데 몬드라곤과 볼로냐는 배타성을 극복하여 개방성으로 나아가서 성공했다. 그리고 평등한 문화를 이루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만약 주류 경제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이 다 성공한다면 이탈리아에서 시칠리아에 마피아가 아니라 협동조합이 중요한 역할을 했어야할 것이다. 하지만 시칠리아는 가족관계, 종교관계, 지연 등이 협동조합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주류 사회에서 먼 곳이라는 장점이 연고주의에 의한 온정주의, 폐쇄적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개방성과 평등성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므로 남해는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는 곳이다.
 협동조합의 아이템으로는 해당 주민은 절박한데 자본기업이나 정부가 기피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초기에는 다른 곳에서 성공한 사례를 잘 살펴서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므로 남해의 협동조합은 외부에서 제시하는 방향 보다는 내부의 주민들에게 절박한 것이 무엇인가 수요를 파악하여 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 수요를 파악한 후에 협동조합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작은 규모부터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끝으로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진척사항은 어떤가 ^ 기존의 농협, 수협, 새마을금고, 신협 등을 포함하면 한국 사회 전체 국민의 50%가 조합원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2011년 기준으로 농협은 조합원이 250만 명, 자산의 200조이고 신협은 조합원 600만 명, 자산 50조이며, 새마을금고는 조합원 1700만 명에 자산 100조다. 그 외의 협동조합을 합하면 약 2700만 명의 조합원 자산 400조가 훨씬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그런데 이들 조합의 조합원 대부분은 협동조합에 대한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고 자기가 속한 조직이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이들 협동조합은 대부분 정부의 보호 속에서 커왔다. 그 결과 농협은 농민의 조합이 아니라 정부의 조합, 직원의 조합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 기존 협동조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어 2012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2014년 9월 기준 협동조합 숫자는 5601개이고 이 중에는 일반 협동조합이 5391개, 사회적 협동조합이 185개, 일반 협동조합연합회가 24개, 사회적 협동조합연합회가 1개 있다. 이렇게 양적으로 협동조합이 크게 증가 했는데 얼마나 내용을 채우고 질적 수준을 높을 것인가는 앞으로 큰 과제다.

 ※ 이 취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사업 보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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