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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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역설
  • 이현숙
  • 승인 2015.02.12 11:35
  • 호수 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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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퍼즐을 완성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다.


▲ 이현숙 창선독자
 2014년 12월 7일 무수히도 많은 사건과 문제로 점철되어 있는 우리의 삶, 그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경우수를 두 가지 범주로 단순화시켜 본다.

 첫 번째는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은 일들이다. 나와 가족만은 불행으로부터 비껴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은 일일수록 불청객이 되어 시시때때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한, 우리의 바람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문제적 상황들은 발생하게 되어 있다.

 두 번째는 `제발 꿈이 아니었으면` 하는 일들이다. 누구라도 환희의 순간에 처하면 이 순간이 부디 영원하기를, 눈을 뜨면 사라지는 한 바탕 꿈이 아니기를 간절히 기도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늘 두 가지 관점을 지니며, 문제를 보는 시각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 가능하다.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면 영락없는 시련이지만 삶에 오히려 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분명한 것은 고난과 역경이 사람의 역량을 키우고, 그 사람이 지닌 역량은 역경을 통해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고난은 우리를 겸손하게 그리고 고뇌하게 만든다. 독일의 문호 괴테 역시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시련 앞에 무너지지 않고 원만히 견딜 수만 있다면, 우리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삶에 있어 독이 아니라 득이다. 이것이 바로 고난의 내재적 가치이다.

 인생이란 긴 여로에서 만나는 수많은 난관들은 그런 의미에서 혐오와 기피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과 극복의 대상이며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축복이다. 우리의 삶이란 결코 즐겁고 편안한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난으로써 스스로를 담금질한 사람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독특한 삶의 무늬를 갖게 된다.

 덕망 높은 큰스님이 제자 하나를 새로 받아들였는데, 왠지 그 젊은 제자는 늘 고통에 차 있었다. 어느 날 큰스님은 제자에게 소금을 한 줌 가져오라 이르고는 그 소금을 물 컵에 타서 마시게 했다. 그런 뒤 물맛에 대해 묻자 제자는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짜다`고 했다. 큰스님은 다시 소금 한 줌을 가져오도록 한 후, 이번에는 제자를 이끌고 근처 호숫가로 갔다. 그리고 소금을 쥔 제자의 주먹을 움켜잡고는 호수에 넣고 휘휘 저었다. 이어서 제자에게 호수의 물을 한 잔 떠 마시게 하고, 물맛이 어떤지 재차 물었다. 제자가 `짜지도 않고 시원하고 맛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큰 스님이 제자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인생의 고통은 소금과 같지. 허나 짠 맛의 정도는 고통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네. 만약 자네가 고통 속에 있다면, 컵이 되지 말고 호수가 되게나"

 누구나 안락한 삶을 갈망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노라면 세상 그 어떤 위로에도 가슴이 열리지 않고, 기도 한 줄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을 만큼 먹먹한 때가 있다. 고난이 결코 유쾌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명약은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이다.

 이 땅에 머무는 동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아픔을 삭이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퍼즐을 조금씩 완성시켜 나가야 하는 것은 인간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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