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기영 시인
동백꽃은 울었다
나는 정말
바닷가에 핀 동백꽃이 좋아서
소쿠리, 호미 들고
조개 캐러 갔을 뿐이었다.
나는 몰라
바닷가에서 영문도 모른 채
부모형제에게 인사도 못하고 끌려가며
눈물만 흘렸었다.
그때 내 나이 16세, 이름은 박 숙 이.
동백꽃이 아팠다.
여린 생의 아픔을 보듬으며
피가 배이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동백꽃이 울었다
눈물을 붉디붉은 노을에 뿌리고
사무치는 한스러움에 숨이 멎고
고향산천 그리워 목이 메여
꽃은 아파 울었고
고향의 봄이 그리워 울며
76년의 세월을 지새우며 울었다.
이제 기나긴 세월 속
고통의 암 덩어리였던
"정신대", "종군 위안부"라는
호적을 파내고
잊혀진 16살적 내 이름 박. 숙. 이. 를
찾았네라.
고향의 품에서 동백꽃 껴안고
한껏 울리라.
-2015. 8. 14. 숙이공원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보고 박숙이 할머니께 이 시를 바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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