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제로화가 과연 정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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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제로화가 과연 정책인가?
  • 남해타임즈
  • 승인 2015.12.01 21:42
  • 호수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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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이 내년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 예산안은 오늘부터 열리는 남해군의회의 심의를 거쳐 21일 본회의에서 확정되게 된다. 군이 편성한 예산안보다 더 선명하게 내년 군정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보여주는 데이터는 없다. 예산안은 한해의 군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설계도이기 때문이다. 의회의 세심한 심의를 당부한다.   

군은 최근 내년에는 70억 원에 이르는 군 재정부채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부채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군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것을 반기지 않을 군민이 어디 있을까마는 본지는 이런 구호도 과연 정책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부채제로화가 군수의 업적으로 자랑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거리가 되겠지만 얼핏 듣고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거리이기도 하다. 부채제로화라는 구호는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를 더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실무부서 공무원들이 부채 제로화라는 군정구호에 갇혀버리는 경우이다. 군민들의 실생활에 꼭 필요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빚을 내야 하는 일을 피할 수 없다. 아끼고 아껴서 빚을 줄이겠다는 정책이면 모를까 부채제로화라는 구호 아래서 주눅 들지 않을 공무원들이 몇이나 되겠는가?     

군은 남해문화원에 지원하는 내년 예산규모를 단칼에 64%나 베어버렸다. 의회에는 이른바 삭감권한밖에 없기 때문에 문화원에 예산을 더 배정할 가능성은 제로다. 문화원이 해오던 다양한 사업을 군이 직접 하겠다는 대안을 밝히기는 했지만 상근자의 인건비까지 싹둑 잘라버린 처사에 대해 감정 섞이지 않은 군정이라고 봐줄 군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남해문화원이 기존에 사용해오던 문화원 2층의 문화학교 강의실마저 비워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한다. 사정이 여기까지 나아간다면 문화원을 말살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는 문화원 측의 비난을 굳이 여기에 언급하지 않더라도 속 좁은 군정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남해군이 편성한 내년 예산안을 대략 훑어보아도 부채제로화를 말하는 남해군의 논리가 일관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취타대라는 한 단체에 문화원보다 3100만원이나 많은 8200만원의 예산을 배정한 사례라든지, 작은 영화관 운영인원을 7명이나 배정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남해문화원에 대한 남해군의 처우가 지극히 감정에 치우쳐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도 남는다.

부채제로화 구호와 모순되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번 추경예산안 심의에서 의회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등자룡 장군 공원조성을 위한 사업예산을 다시 편성한 것이라든지, 군내 기획공연업체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억 원이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대형문화공연차량을 구입해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도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 요소이다.     

지난 8월 갑작스런 상왕군수의 등장에 따라 빚어진 의회와 집행부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하면 이러한 사업예산들이 무난히 의회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부채제로화라는 구호가 오히려 의회 의원들이 예산을 대폭 삭감해버리는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언컨대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거림에 직면할 부채제로화 구호를 군수는 두 번 다시 사용하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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