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정의 핵심 기준은 '삶의 질'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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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정의 핵심 기준은 '삶의 질' 향상
  • 김재명 | 남해군상공협의회 회장
  • 승인 2016.07.19 10:48
  • 호수 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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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명
본지 칼럼니스트
남해군상공협의회 회장

남해군이 뢾40년 동안 어둠의 '빚'을 '빛'으로 바꾸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 7월 4일 성대하게 채무제로 선포식을 거행했다. 우리는 채무와 부채를 별반 차이 없이 이해하고 있으나 자치단체에서 사용하는 용어에 있어서는 엄격히 구분하여 사용된다.

세입세출결산서상 채무(debts)는 이자를 붙여 금전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차입금, 지방채증권 등에 한정되나, 재무보고서상의 부채(liabilities)는 복식부기원리에 따른 자산계정에 대비되는 부채계정에 귀속되는 금원들을 발생주의에 따라 포함시킨 것이다.

2014년 말 기준 남해군에서 발표하고 있는 재정공시를 보면 남해군의 통합부채는 156억원 가량 된다. 그 중에서 채무는 일반회계에서 4억, 상수도 특별회계에서 72억 합계 76억 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현 군수의 취임이후에 이 채무 76억 원을 갚았다는 이야기지 남해군이 갚아나가야 할 모든 빚이 청산된 것은 아니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이 대두되고 있으나 내밀하게 예산의 내용을 짚어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정부는 지방세법 내지는 지방재정법의 개정을 통하여 2010년부터 국세인 부가가치세에 대해 일정 비율을 지방정부에 이전하여 재정의 부족함을 충당하고자 '지방소비세'를 신설하였다. 이는 도세다.

경상남도의 2009년부터 2016년까지의 세입예산을 보면 2010년부터 전에 없었던 지방소비세 항목이 수천억 원의 규모로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남해군 예산에는 2013년까지는 전혀 반영이 된 사실이 없었다. 

그러다가 2014년 추경예산에 25억, 2015년에 30억, 2016년에 30억이 편성되었다. 그렇다면 이 85억 원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경과의 규정이 있다하더라도 과거부터 귀속되어야 할 예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15년 12월 감사원이 경상남도 감사보고에서 지적한 조정교부금 중 3443억 원을 시군에 미지급하였다는 발표를 했고, 이를 근거로 하여 더불어 민주당 거제시의원 등이 중심이 되어 도지사를 성토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남해군도 상당액의 미수입금액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6년에 조정교부금이 예년의 60억 규모에서 98억으로 대폭적으로 증가한 것도 과거의 미지급액이 포함되어 세입으로 잡힌 것으로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기업이 빚을 갚는다는 의미와 지방자치단체가 빚을 청산한다는 것은 조금 달리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최대의 목적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여 부채를 청산했다는 것은 액면 그대로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해서 회사의 가치를 향상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국민의 세금에 의해서 국가를 유지하고 국가 전반에 걸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균형있게 지역민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 나가느냐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대규모의 행사를 준비하여 괄목할 만한 성과를 자축해야 한다면 응당 자치단체의 핵심적인 서비스가 지역주민의 복리에 미친 궁극적인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가를 먼저 검토해야한다. 그러나 지방행정서비스의 결과는 투입 및 전환과정의 상당한 시차를 두고 시현되기 때문에 그리 쉽게 어느 특정한 단편적인 사안을 가지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결국 채무의 유무가 아니라 지역민의 삶의 질이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두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삶의 질은 더 나빠졌는데 단순히 부채계정만 제로로 바뀐 걸 두고 마치 모든 게 다 잘된 것으로 호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이야기가 있다. 미꾸라지 양식을 하는데 어떤 이는 그냥 미꾸라지만 양식하고, 어떤 이는 참게를 몇 마리 넣어서 양식했다. 결과적으로 참게를 넣은 쪽이 육질이 좋고, 번식력도 좋아서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이야기다. 미꾸라지는 참게라는 천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하게 생존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기업에서 부채란 참게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적절한 긴장,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언제든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오히려 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림을 사는 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비용으로 작용하는 선심성 행정을 과연 어느 곳에서 얼마나 과감히 없앴는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하고, 그 결과물로 축적된 예산으로 부채를 갚았다면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군민의 삶의 질이 나빠진 곳이 없는 가를 따져본 연후에 그 성과가 둘 다를 만족한 결과라면 얼마든 환영받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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