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과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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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반성
  • 남해타임즈
  • 승인 2016.08.23 11:34
  • 호수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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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 명본지 칼럼니스트남해군상공협의회 회장

정당한 비판에 대한 지도자의 반응이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결정짓게  된다. 작은 규모의 자체단체라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비판이 불쾌한 경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실을 왜곡하여 음해 당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잘못을 지적당하여 부끄러움을 자각할 때다. 그래서 비판의 날을 세울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후자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시적 기간을 정하여 다스림을 위임받은 선량의 경우에 있어서 비판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래 제 것이 아닌 권력을 위임받았으니 권력의 주인이 당연히 잘못된 사안에 대하여 비판의 날을 세울 수밖에 없다. 

비판에 대한 지도자의 처신이 어떠한 결과를 보이는지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독일과 일본은 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이다. 독일은 아우슈비츠의 유태인대학살로, 일본은 한국과 중국 등의 양민을 학살하고 강제로 위안부를 동원해서 인권을 유린했던 씻을 수 없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치 못했다.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희생된 유태인을 기리는 위령탑 앞. 비는 장대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서독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가 헌화를 하던 도중 털썩 무릎을 꿇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빌리 브란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했다. 한 나라의 총리가 무릎을 꿇는 광경은 그리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일부에서는 총리가 현기증으로 쓰러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2차 세계대전 시기 독일 나치에 의해 희생된 폴란드 유태인들에게 올리는 빌리브란트의 진심 어린 사죄였다. 그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오랫동안 묵념했다. 비 내리는 12월 추운 겨울날 위령탑 앞 콘크리트 바닥은 차가왔지만 빌리 브란트의 참회는 뜨거웠다.

후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인간이 말로써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행동을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세계 언론들은 빌리 브란트의 이 사죄를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라고 평하기도 하였다.

반면 아베신조 일본총리는 2차세계대전의 전범국으로서의 형식적 사과만 표명하고 있을 뿐, 군사적으로는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 전후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한반도에 대한 과거의 식민지 침략에 대해서도 "침략의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등 극우 정치가의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지금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중국과 한국의 비판을 사고 있다. 

독일이 빌리브란트의 진정성 있는 반성으로 전범국의 오명을 벗고 오늘의 우방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반면, 일본은 국수주의에 빠진 아베신조의 오만함으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전범국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당한 비판에 대한 지도자의 결단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결정짓게 된다. 적은 규모의 자치단체라도 마찬가지다. 지도자는 반성 없는 대의를 내세워 자신을 영웅화시키고 혹세무민해서는 안 된다. 오늘의 우리가 깊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노자의 스승 상용이 그랬다.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고 남을 포용하며 부드러움으로 화합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혼자 잘난 체하고 권위와 힘으로 남을 복속시키려 하는 삶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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