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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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눈
  • 김순영 기자
  • 승인 2016.08.30 11:50
  • 호수 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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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우투고
김일룡재부상주면향우회 고문

가깝게 지내는 선배 한 분이 있다. 분명히 금수저는 아니고 흙수저인데 선배의 머리에는 잡다한 이론으로 꽉 차 있다. 체계적으로 익힌 지식은 아니지만 늘 책과 가까이 했던 취미로 그의 머리에는 시스템화 되어 있는 학문적 소양보다도 더 앞서고 실감나는 이론이 무장되어 있다. 

임기응변도 능하고 주제의 앞뒤로 감칠 맛있는 형용사나 감탄사의 구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주제가 통상적인 생활 속의 이야기든 정치 이야기든 그는 항시 화제의 중심에서 좌중의 분위기를 이끌어 간다. 남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표현 보다는 `ㅅ`이나 `ㅈ`를 적당히 가미하는 것도 좋은 표현이고 남에게 의사 전달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한 때 전국 민화경연대회에서 입상한 경력도 가지고 있을 만큼 탁월한 언어 구사능력을 가지고 있고 해학문학의 귀재로 이름 지어도 괜찮을 것 같다.

언어구사능력 뿐만 아니라 행동거지(行動擧止)도 다양하다. 중절모를 쓰고 한껏 멋을 부리는가 하면 뒷골목에서 구입했다는 청바지와 이태리산 가죽잠바를 즐겨 입고 형태를 보면 영락없는 별종 신사다. 언젠가 그의 사무실에서는 손오공의 여의봉이거나 달마스님이 애지중지했을 법한 기이한 지팡이를 신주 모시듯 세워두고 호걸스런 모습을 할 때도 있었다. 

그는 대중목욕탕을 자주 찾는다. 그것도 아침 일찍 목욕탕 문을 열자마자 찾는다. 

이른 아침의 대중탕에는 대부분 연로하신 손님들이 많고 이분들이 단골손님이다. 건강 유지를 위해 목욕탕을 찾는 것도 있지만 그곳에는 민심을 읽는 데 더 이상 좋은 데가 없다고 한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그날의 화두를 꺼내면 나름대로의 세상사 이야기로 열변을 토한다.  

선거 때가 되면 정치 이야기에 매몰되어 네가 옳니 내가 옳니 모두가 정치평론가나 다름없다. 이따금 나타나는 깐족들도 그의 이론과 설파력 앞에는 무릎을 꿇고 꼬리를 내린다. 

깐족들은 성격상 처음부터 자기주장을 강하게 표출한다. 이럴 때는 눈을 지그시 내려 감고 이따금 고개를 끄덕여 당신의 의견이 옳다는 쪽으로 시선을 보내면 상대는 밑천이 드러나 더 이상 자기주장을 못한다. 이때다 하면 그는 육하원칙에 입각하여 머릿속에 담아 있는 한국, 일본, 중국을 망라하여 동서고금의 병서, 경험담에 나오는 지략에 살을 붙여 열변을 토하면 깐족들은 십중팔구 말문을 닫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기본이고 삼국지를 열 두 번이나 정독했다 하니 동양사에 대해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 같다. 

그의 경험론에 의하면 선거유세는 대중목욕탕이 제 격이란다. 화이트 칼라든 블루 칼라든 누드 상태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옷을 차려 입고 대화할 때 보다도 훨씬 인간적이고 진심을 읽을 수 있다 한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그 모양은 비슷비슷하고 곁들여 등목 서비스라도 받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뿐 아니라 진정한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 소위 목욕탕 문화다. 

수 일 전, 근자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자하여 몇 마디 주제를 던졌다. 

"선배님, 요새 <사드> 설치 문제가 우리 사회의 큰 이슈인데 선배님의 고견을 들어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답을 준비하고 있는 듯 즉답이다. 

"아니 후배 봐라. <사드>설치하는 것을 `정은`이가 좋아할까 싫어할까 생각해 봤나?"
"그거야 `정은`이가 좋아 할리 없지요"
그게 바로 답이다. 그 사람 생각과 우리 생각은 항시 반대니까. 
세상을 보는 눈은 대동소이한 것이 민초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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