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매여 그린 그림, 남해와서 마음으로 그려
상태바
얽매여 그린 그림, 남해와서 마음으로 그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7.02.28 11:15
  • 호수 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대출신 서울토박이 김영대 화백, 무량암에 작업실두고 `오백나한도` 구상

귀ː촌 歸村 return to one`s home village; return home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 가족, 건강, 정의, 사랑, 꿈…귀한 단어들이 스쳐가지만 정작 일상의 대부분은 삶의 쳇바퀴를 영위하는 경제활동을 위해 쓰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쳇바퀴 대신 잊고 살았던 자신만의 소명을 찾아 삶을 리셋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홍현리에 위치한 무량암, 거기서도 가장 위쪽에 위치한 옛 선원을 작업실로 꾸리고 불화(佛畵)에 매진하는 사람, 바로 김영대 화백이 그러하다.​

# 독실한 카톨릭 집안에서 불화의 매력에 빠지기까지

1952년생, 김영대 화백은 서울 신촌에서 나고 자랐다. 그림을 좋아해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와 한때는 강단에 서기도 했으나 제도권이라는 틀이 싫어 화실을 운영했다. 그는 서른 셋,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전업작가로 삶의 방향을 틀었다. 

전업작가로 들어선 후, 또 한 번 변혁의 시기가 왔다. 바로 `불화(佛畵)와의 만남`. 유일한 불교신자였던 어머님께서 그간은 시댁의 카톨릭 가풍에 따라 절 출입을 금했다가 아버님께서 돌아가시고 혼자가 되자 다시 불자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 어머님이 한번 절에 가면 보름, 한달씩 수행하는 바람에 당시엔 연락할 길이 없어 어머니의 안녕이 궁금해 직접 찾아갔다가 본인도 자연스레 불교에 젖어들게 되었다고. 그렇게 이끌려 처음 그린 불화를 출품했는데 기대치 않은 수상까지 하게 됐고 그 길로 불화에 매진한지 20년이 지났다.

# 3년 전 그린 남해 무량암 대웅전
벽화가 인연이 돼

남해로의 귀촌을 결심하게 된 큰 계기는 3년 작업으로 내려온 남해 무량암과의 인연이었다.  무량암 대웅전의 벽화작업으로 내려온 남해는 그야말로 눈이 시릴정도의 풍광이었다고 한다. "눈만 돌리면 맑고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작가라면 누구라도 반할 천혜의 소재"였으나 교통이나 다른 문화활동이 제한적인 곳이다보니 `아내의 동의`가 가장 절실했다고 한다. 다행히 아내 여은경 씨 또한 남편의 뜻을 존중해 두사람은 지난해 9월 남해로 귀촌할 수 있었다. 본래 참선하는 선원의 공간을 김 화백의 작업실로 빌려준 무량암 측에도 깊은 감사를 전했다. 남해에서 그가 준비하는 작업은 앞으로 10년을 내다보고 준비 중인 `오백나한도`이다.

부처님 생전 육성을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500명을 하나 하나 일일이 그려나갈 예정이다. 출초(기본 데생)만 3년이 예상된다는 이 방대한 작업이 막막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화백은 "이게 곧 수행이고 제 생활이자 공부다. 나이들면 별로 할 일이 없다고들 하는데 눈 뜨고 할 일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다. 사실 젊었을 땐 그림에 얽매였던 것 같다. 더 잘 그려보려 연연였다면 지금은 작업 자체가 주는 즐거움을 더 감사를 느끼며 산다. 거기다 무려 10년은 심심하지 않을 제 작업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화라는 게 정형화돼 있고 전문화 돼 있다보니 수요가 잘 없다. 그래서 맥을 잇기 힘든 상황이다. 회화적으로보면 단일소재다보니 창의성이 떨어지거나 형태나 꼴이 정형화 됐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배의 대상인 성화(聖畵)라는 점과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전통문화라는 점에서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남해의 밤은 암흑 자체…
귀촌인들의 최소 생활방도 고민해야

귀촌하며 느꼈던 건 행정의 배타성이었다고 한다. 귀촌 정보를 구하기도 어렵고 농사짓지 않는 이상 달리 받을 도움이나 혜택또한 없었다고. 그는 "남해는 매년 1000명 남짓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데 늘리는 건 차치하고라도 줄어드는데에 대한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지 않나 싶다. 또 하나 고령화에 대한 방책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귀촌 희망자에 대해 그가 전하는 팁은 "먹고 사는 방도가 가장 큰 고민이다. 최소한의 기본생활비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를 준비해야 한다. 먹고 사는 게 해결안되면 다시 남해대교를 건너가게 된다. 또 하나, 남해의 밤은 정말 캄캄한 암흑자체다. 소로(小路)인 것 외에도 암흑 절벽이니 위험하다. 관광지가 되려면 `최소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