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때문에, 성적 때문에 소외받는 아이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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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 때문에, 성적 때문에 소외받는 아이 없었으면…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7.06.13 12:30
  • 호수 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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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해마다 장학금 전하는 선소횟집 박안수·김미정 부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매해 장학금 기탁하고 있는 선소횟집 박안수·김미정 부부.

해마다 100만원 남해교육지원청 기부, 5명의 읍 학생 장학금 받아

 "어쩜 그리도 `동아전과`가 갖고 싶었던지…비싼 전과는 고사하고 동네 친구들이 과자를 먹고 있으면 그게 또 얼마나 부럽던지, 가난한 제 처지가 늘…그랬죠".

 어느덧 중년의 나이인 오십 넷이 된 사내 속에는 아직도 한 어린아이가 살고 있는 듯 느껴졌다. 지난 7일, 남해읍 선소횟집에서 만난 박안수 씨가 바로 그러하다.

 남해시대신문사로 온 한 통의 제보전화, 9년째 지역 학생들을 위해 남모르게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는 부부가 있다기에 덜컥 찾아갔다.

 박안수·김미정 부부는 처음 선소횟집을 연 2008년, 첫 해의 가난한 장사를 정산하며 무던한 출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2009년 3월, 처음으로 남해교육지원청에 현금 60만원을 들고 찾아간 것이 발단이었다.

 별다른 조건은 없었다. 그저 `가난해서, 공부 못해서 움츠려드는 아이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 그게 부부 소망의 전부였다.

 그러다 2010년부터 장학금 금액은 100만원으로 상향됐다. 그 돈은 읍내 학교 5군데, 초등학교 2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 등 총 읍내의 5명의 학생들에게 전해졌다.

 아내 미정 씨는 "저희가 이곳에서 가게를 열어 장사해서 생활을 영위하는데 저희 또한 큰 돈은 못 벌어도 지역사회에 적게나마 환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부부 또한 어렸을 때부터 지독하게 가난했다. 1991년도에 결혼해서 아이 아빠는 과일 트럭, 바닷일 등 안해 본 일 없이 그동안 고생했고 저 역시도 어린 시절 공부를 더 하고 싶었으나 형편이 어려워서 못한 채 곧장 삶의 현장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남편 안수 씨 또한 "우리에게도 스물넷인 딸과 스물 셋의 아들이 있다. 사실 요즘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식당들도 다 높은 인건비 때문에, 또 대부분 요양보호사로 눈길을 돌리는 통에 일할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처지다. 그래서 고맙게도 딸이 가게 일을 돕고 있다. 아들은 엄마 닮아 손재주가 있어 대전에서 외식업을 배우고 있다"며 "이 아이들이 클 때 워낙 없이 살아서 학원도 잘 못 보내줬다. 이름있는 옷 한번 못 사주고 늘 시장표 옷이나 물려받는 옷이 다 였다. 그래도 삐뚤어지지 않고 착하게 자라준 게 너무나 감사할 뿐이다. 그러한 같은 마음으로 다른 가난한 집 아이들도 잘 자라줬으면 싶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사실 돈 있는 집 애들이 공부잘하게 돼 있는 세상이다. 강남만 봐도 그렇지 않나. 그래서 나라도 돈 있는 애들, 있는 집 애들 대신 할머니 아래 크지만 착하고 성실한 아이, 가난해도 노력하는 아이에게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공부 못한다고, 가난 하다고 소외감 느껴본 사람에겐 `누군가 나한테도 관심 가져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마음의 위안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수 씨가 바라는 건 하나다. `단 한 학생이라도 낙오 되지 않으면, 인생의 무게에 낙담하지 않으면 그걸로 족하다는 것`.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거친 삶의 풍랑을 견뎌온 두 사람.

 이들은 지금 이순간도 조심스럽다 말한다. 혹여나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까 주저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금 혹여나 주눅들어 있는 학생들을 위해 먼저 간 인생선배로서 "용기를 잃지 말고 부디 노력하면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펄떡이는 싱싱한 물고기처럼 생의 활력을 희망처럼 품고 사는 두 사람, 이 같은 이웃이 있기에 우리의 삶 또한 그렇게 외롭지만은 않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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