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 남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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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남해바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6.20 10:23
  • 호수 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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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설희 (남해마라톤클럽 회원)

독 자 기 고 | 2017 보물섬 남해 800리길 전국 마라톤 대회후기

 

남해에서 살리라곤 꿈에도 생각못했는데, 어찌하다보니 고향 남해에서 살게 되었다.  객지에 살 땐 애들 맡길 데가 없어 전전긍긍 하였는데 남해 와서 부모님 모시고 전원생활도 하니 애들도 좋아하고 나 또한 기쁨이다.

작년 가을 중앙일보 마라톤대회 이후 골반부상과 겨울추위, 그리고 이사문제로 훈련은 커녕 산보도 통 하질 못했다. 고구려대회 10km 56분, 동아마라톤대회에서 56분, 훈련부족으로 더 이상 늘지 않는 내 실력. 아! 이대로 나의 마라톤 인생은 끝난다는 말인가! 

아무리 쉬었다지만 바닥까지 찍고만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창피하고, 마지막 남은 오기가 발동했다.

`사고 한번 쳐봐!` 남해로 이사 간다고 하니 경기광주 마라톤의 달인이자 풀코스 300회 완주자이기도 한 남해향우 김철용 님이 5월 7일 보물섬대회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래! 46분대 목표로 다시 준비 해보거야.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다짐하기 수십번, 해변가로도 달리고 산으로도 달리고, 군대 유격훈련 하는 것처럼 산하를 누비며 열심히 했다고 하나 혼자서는 실력검정 판단은 어려운 숙제였다. 비가 오면 쉬고, 일한다고 쉬고, 힘들다고 쉬고, 애들 본다고 쉬고 그 많은 핑계거리로 죄 없는 시간만 허비한 잔인한 4월은 그렇게 지나갔다.

준비를 제대로 못한 가운데 대회 날은 꾸역꾸역 다가왔다. 대회 전날 어머님이 장어탕을 고와주시고. 아침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전복죽을 해주신다.

노량 주차장에 나름 일찍 도착한다고 했는데 경기장엔 벌써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행사장 무대에선 음악소리 요란하고 사회자가 이야기를 하고, 풍물패들은 무대를 돌면서 장구와 북을 쳐대고 대회분위기는 하늘에 닿는다.

가입하고 싶다하니 손잡고 따라간 1백 수십명이 운집한 남해클럽 부스, 남해클럽 마라톤 고수들과 인사도 나누고, 반갑게 맞이해주는 내고향 남해 사람들, 금방 친정집처럼 친밀감을 느낀다.

9시 20분 10킬로 출발신호 축포가 터졌다. 천천히 가자. 자세만 생각하자. 호흡하자. 오버하면 안돼!

김철용 님이 10킬로는 언덕이 한 개라 했는데 출발하자마자 귀여운 언덕이 한 개 나온다. 이걸 말하신 건가? 별거 아니네. 언덕 한 개 가뿐히 넘겨버리고, 뜨아! 이번에 제법 큰 산이 나온다. 한 개가 아닌가봐.

선두권은 저 멀리 보이지도 않고, 군인도 오르막에서 걷고, 나도 좀 지쳐간다. 그리곤 또 다시 얄미운 언덕 하나. 총 3개, 왕지마을 넘어서 해변교를 지나 반환점이 가까워오자 자전거와 함께 선두가 온다. 8km쯤 갔을 때, 검게 그을린 중년신사 한사람, 발피치도 일정하고 가볍게 통통 뛰는 그 사람 뒤를 바싹 따라 붙었다. 동반주로 내 속도에 맞추어 달려주시니 마지막 2km는 그리 힘들지 않게 지나 간거 같다.  드디어 결승선 통과하는데, 기록전광판은  48분20초를 알려준다.  장내 MC 왈 "백넘버 10468번 미녀새 한 마리가 날아옵니다" 그 한마디에 쌓인 피로가 한방에 날아가는 듯 했다. 암! 나도 한 미모 하지!


9등 했다고 이름 박힌 상장 하나 받고, "어머니 저 제법 했어요" 하니 "아이구 우리 며눌아가 그래 참 잘했다", "다음에는 꼭 1등 할께", "이것도 우리집안에 경사다" 우리 고부(姑婦)는 감격의 포옹을 찰지게 했다. 장어탕 효험이 있었나!  다시 한 번 어머님께 감사드린다.

오늘은 이렇게 48분에 만족하며 끝내야했지만, 나의 목표는 40분 초반, 목표가 있는 한 다시 도전할 것이다. 남해마라톤클럽에 입문해 친구도 사귀고 제대로 된 코칭을 받아 진짜 행복한 사고를 한번 쳐봐야겠다.

내 나이 아직 30대 초반! 애들도 다 컸기에!   그래 결심했어! 장어묵고 장원급제 한번 해봐야 안 되겠냐고! 우리 신랑도 같이 뛰어준다니 부부동반주 기대하시라 다음 대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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