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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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이들처럼…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8.17 09:32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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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어느 80대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남해군 남면 남구마을 82세 동갑내기 노부부 최학모 할아버지와 정정자 할머니.

하회탈 학모 할아버지와 은발머리 정자 할머니의 사랑.
흔히 "사랑이란 함께 걷는 것"이라고 한다.
앞서 달아나는 것도 아니요, 뒤에 머물러 있는 것도 아닌 살포시 두 손 꼭 잡고 바라는 거 없이 함께 늙어가는 것.


 

정자 할머니는 치매예방을 위해 취미생활로 색칠공부를 하신다. 할머니에게는 학모 할아버지가 언제나 그림속 멋진 선남이지 않을까.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부부의 연을 맺은 동갑내기 20살 학모와 정자. 어느새 60여년이란 세월이 지나 주름살이 마치 하회탈처럼 늘고 까맣던 머리는 은빛 머리로 변했다. 이들은 여전히 서로의 눈에는 애틋함과 겹겹이 쌓인 세월의 신뢰가 가득하다.

척추장애 2급, 하반신 마비 환자로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정정자 할머니.

처녀시절부터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 수의나 여름 모시 옷 등을 만드는 일을 하며 더불어 한평생 힘든 농사일로 녹녹치 않았을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손에 남아있다.

불편한 몸에도 할머니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집안일을 하신다. 그리고 간단한 운동과 취미 생활인 색칠공부에도 열심이다. 이는 할아버지가 조금이나마 편하고 행여 자신이 취매에 걸려 할아버지가 더 힘들어질까 하는 할머니의 깊은 사랑과 배려가 담겨있다.

이런 은발에 정자 할머니 곁에는 말없이 바라보며 항상 함께하는 학모 할아버지가 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40대 초반 불현 듯 찾아온 척추질환, 4번의 대수술. 당시 다섯 마지기 큰 논을 팔아 수술비를 마련했고 40여 년간 할머니의 발이 되고 손이 되며 지고지순 옆을 지켜온 학모 할아버지는 아직도 세상에서 자신의 아내가 가장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쑥스럽게 한마디 건네신다.

그 모습을 보면 아내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전해진다.
 
학모 할아버지는 지난 2014년 요양보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아내를 옆에서 더 살뜰히 보살피기 위함이란다.

할아버지 역시 천식을 가지고 계신 몸이지만 단 한 번도 아내에게 힘든 내색이나 불평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여든이 넘어 머리 가꾸기가 힘들어 짧게 자르자는 할머니의 고집에도 할아버지는 기어코 경운기를 몰고 미용실로 할머니를 데려가 파마를 해주신다.      

할아버지에겐 할머니가 김태희나 송혜교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할머니에 대한 큰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런 노부부를 닮아 2남 2녀의 자식들 또한 마을에 소문난 효자, 효녀들이다.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들 한다. 노부부의 깊은 배려심과 사랑을 본받아 자식들은 수시로 반찬과 음식을 만들어 오고 연로하신 부모를 위한 경제적 지원도 서로 앞 다퉈 아끼지 않는다.

흔히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고 불같은 사랑은 연애 초나 신혼 초에 잠시 지나가는 감정이라고 말한다. 누가 이들처럼 60년을 넘게 함께하며 서로를 위하고 아끼며 사랑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희생보다 큰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사랑을 지켜가는 80대의 노부부를 보며 진한 감동과 부러움 더불어 존경심마저 생긴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잠겨본다.

※ 이 기사는 남면 덕월보건지료소 박인자 소장이 쓴 글을 남해군청 홍보팀
박정훈 씨가 윤색한 것임을 밝힙니다.


덕월보건진료소장이 전한 사람사는 이야기

누가 이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했다. 홍보팀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를 보니 담당부서가 덕월보건진료소로 돼 있었다.

전화를 하니 박인자 소장이 받았다. 박 소장은 "누구나 사랑을 하지만 아무나 사랑을 지켜 내기란 어렵다. 하회탈 같은 학모 할아버지는 아내의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통에 시간을 40여 년 간 같이 했으며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 또한 위대해 보였다. 방문을 통해 스스로 인생을 배울 때가 많다. 그곳엔 80살 노부부가 살아가는 지혜가 가득하다. 지혜를 알게 해 준 노부부의 삶이 오늘도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글을 쓴 동기를 전했다.

아울러 박 소장은 노 부부의 삶이"배우고 싶은 노년의 삶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정갈하고 따뜻하게 글을 다듬어 준 홍보팀의 박정훈 씨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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