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찬란한 역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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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찬란한 역사를 보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08.17 10:30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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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꾹장의 좌충우돌 터키 여행기 4
돌마바흐체 궁전

시차 적응이 사치라고 느낄 정도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 몽롱한 정신 줄을 겨우 잡고 나는 이스탄불의 블루모스크로 향했다.

피곤했던 내 눈을 번쩍 뜨게 만든 블루모스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같은 6개의 거대한 첨탑이 있었다. 오스만 제국의 제14대 술탄 아흐메트 1세는 자신이 만든 모스크를 황금으로 장식하고 성 소피아 성당보다 아름답게 만들어라고 명령을 내렸다고한다. 하지만 술탄의 명을 받은 지휘관은 황금(알툰)을 첨탑(알트)로 잘못 알아듣고 술탄의 권력을 상징하는 첨탑 6개를 세워버렸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이슬람교에서 첨탑이 6개인 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뿐이다. 이슬람 교도들은 제1의 성지인 메카를 향해 매일 5번씩 기도를 하고 일생에 한 번은 순례한다. 술탄 아흐메트 1세가 이런 메카와 같은 성지를 이스탄불에 만들고 싶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우리 일행은 블루모스크로 들어가기 전에 희잡 대신 미리 준비한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모스크로 향했다. 블루모스크의 내부는 절제된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터키목욕탕 진지 하맘

블루모스크 내부의 벽과 돔은 21043장의 푸른색과 흰색의 이즈니크 타일로 꾸며져 있었고, 250개가 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햇빛이 들어와 신비로움을 더했다. 블루모스크는 이탈리아의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서 느껴지는 화려함과는 다른 신비로움과 동양적 느낌이 내 시선을 제압했다. 블루모스크의 원래 명칭은 `술탄 아흐메트 1세 사원`인데 화려하고 푸른 타일 덕분에 블루모스크로 더 알려져 있다. 나는 블루모스크의 모습을 가슴에 담고 술탄이 살았던 톱카프 궁전으로 향했다.

19세기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술탄이 거주했던 곳이 톱카프 궁전이다.  톱카프 궁전의 첫인상은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거주하는 궁전치고는 너무나 소박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1453년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콘스탄티노플을 수도로 삼았으며, 콘스탄티노플을 이스탄불이라 이름을 고치고 아시아 · 아프리카 · 유럽의 3대륙을 지배하는 대제국을 건설한 나라다. 그런데 전 세계 2/3의 부를 차지한 최고 지도자가 거주했던 톱카프 궁전은 내가 상상한 것과는 많이 달랐다.  아마도 술탄을 만나기 위해 온 각국의 사신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에 술탄은 19세기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돌마바흐체 궁전을 지었다.  금 14톤, 은 40톤, 크리스탈 27톤, 360점의 전 세계의 희귀 명화로 벽면을 장식하고 각 나라에서 바친 조공으로 꾸며진 글로벌한 방들의 화려함과 기품은 오스만제국의 힘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우리 일행은 이스탄불에서의 아쉬움을 남기고 유네스코에 지정된 샤프란 블루로 향했다. 나는 한 폭의 그림 같은 보스포루스 해협을 넘고 마르마라해를 지나 남해에서 서울까지 왕복하고도 남을 시간을 창 밖의 터키와 마주하며 즐겼다.

9시간이 넘는 시간을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지루할 법도 한데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지루함을 잊게 했다. 반사막화된 산등성이에는 수 백마리의 양떼가 지나가고, 끝 없이 펼쳐진 밀밭의 풍성함과 올리브 나무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척박하면서도 풍요롭고, 풍요로우면서도 척박한 터키의 산과 들이 주는 선물을 마냥 부럽게 바라보았다. 간간히 보이는 집시들의 모습과 움막을 보며 힘든 삶을 운명처럼 받아들이는 그들의 삶을 존중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집시들의 고달픈 삶에서 우리의 옛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아려왔다.  

엉덩이에 뿔이 날 정도로 먼 길을 떠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샤프란 볼루에 도착했다. 샤프란 볼루는 아라비안 상인들로 북적거렸던 전 시대의 명성과는 달리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에 떨어진 고요한 마을과 같았다. 우리는 아라스타 바자르에서 시장 구경을 하고 터키식 전통 가옥의 뒷골목을 탐방했다. 그리고 정말 놀라웠던 것은 370년이 넘은 터키 목욕탕 진지 하맘이 지금까지 샤프란 볼루 주민들의 공중 목욕탕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진심으로 진지 하맘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고 싶었지만 바쁜 일정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고 터키의 태양은 8시가 넘었음에도 이글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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