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정원에서 남해를 조각하는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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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이는 정원에서 남해를 조각하는 목수
  • 남해타임즈
  • 승인 2017.10.12 10:54
  • 호수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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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산책` 운영하며 농사짓는 목수 문동원 씨 틈나는 대로 폐목재 활용 목공예 강좌 편백나무 살린 남해 특산품 만들고파
`산책`은 게스트하우스이며 목공예 작업소, 북카페이다. `산책` 곳곳에는 폐목재를 가공해 품격 있게 `업사이클링`된 목공예 작품들이 놓여 있다. 네잎클로버 형상 탁자에서 독일마을 집 모형 공예품들을 소개하는 문동원 씨.

`농사짓는 목수` 문동원 씨(49세)는 남해군 유구마을의 게스트하우스 `산책`에 자리 잡은 자신의 목공방에서 오늘도 나무를 자르고 다듬는다. 그는 25년 넘는 세월 동안 무형의 목재 안에서 형상을 끄집어내고 나무의 결을 따라 각종 생활용품과 가구, 목공예 작품을 만들어왔다. 이제 그는 고향인 남해를, 나무의 결을 따라 다듬는 듯 다듬어가고 있다. `산책`은 게스트하우스이자 목공방, 북카페이며 이제 곧 출판 공간도 된다.

문동원 씨는 `산책`을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도마, 액자 만들기 등 목공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의 목공 작업은 비싼 재료를 써서 비싼 작품을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땔감이나 폐목재를 가공해서 더 가치 있고 쓸모 있는 생활용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이른바 `업사이클링`이 그의 목공 작업의 지향점이다. 북카페 공간의 한가운데에 놓인 네잎클로버 형상의 테이블도 그렇고, 집 안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아기자기한 물고기 모형이나 독일마을 집 모형도 폐목재로 만들었다. 

그는 `산책`을 벗어나 직접 남해군 여러 지역 단체, 학교 등에서 목공예 강좌를 한다. 지난 9월에는 남해군 `강소농` 회원들을 대상으로 피크닉 테이블 만들기 강좌를 진행했다. 10월과 11월 초에는 남해군 다문화센터에서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목공예 수업도 예정하고 있다.

"농가에서 꼭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농촌에는 목재 자원도 많기 때문에 목공 기술을 익혀두면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어요."
문동원 씨는 남해의 편백나무로 제작한 도마를 남해의 대표 지역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도마는 식재료가 바로 닿기 때문에 도료나 기름을 바르지 않아요. 특히 편백나무 안에 가득 든 피톤치드(천연항균물질) 덕분에 칼자국이 많이 난 오래된 도마도 새 플라스틱 도마보다 항균력이 뛰어납니다. 주방에서 쓰는 도마로 남해의 편백나무가 가장 실용적이고 우수하지요."
그는 목공예 제품뿐만 아니라 남해의 농산물 가공제품이나 관광 상품 등에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목공예가이기 전에 고향 땅을 일구는 `강소농`이기도 하다. 그는 남해만의 특산품을 개발해서 판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사실 남해 하면 떠오르는 특산품이 없어요. 열심히 농사만 짓는다고 알아주지 않아요. 홍보와 마케팅의 문제이지요. 상품 포장도 그렇고요. 하지만 독일마을, 다랭이마을, 노량, 화방사 등으로 지역을 좁히면 특색이 잡히게 돼요. 그 속에 마케팅, 스토리텔링을 녹여내면 달라 보이지요." 

그는 남해 농산물 판매장 겸 공방을 만들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자신이 만든 공예품을 함께 판매할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전남 화순의 이서마을 시골빵집 `누룩꽃이 핀다`처럼, 농산물과 공예품 같은 매개를 통해 지역과 마을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이른바 6차산업 마을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가구박물관도 만들 계획이다.

그는 아내 김조숙 씨(53세)와 함께 비파농원도 일구고 있다. 소설가이기도 한 김조숙 씨는 `산책`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산책지기`이자 비파나무 예찬론자다. 

"비파 농사는 그 자체로 신비로워요. 열매가 저절로 열리는 것도 신비롭고, 사람의 병을 고치는 약이 되는 것도 신비롭고. 비파는 독성이 없어서 덖을 필요가 없어요. 잎사귀를 씻어서 햇빛, 바람, 그늘에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차를 숙성시킵니다." 

그녀는 매일매일 `산책` 안팎을 청소하고 가꾸고 비파차와 커피를 끓이고 손님들의 아침을 위해 빵을 굽는다. 그리고 틈이 날 때면 조금씩 소설을 써간다. 올해 6월에는 `남해산책`이라는 출판사를 등록했다. 오는 12월 25일 성탄절에는 `남해산책`의 첫 번째 책이 탄생한다. 작은 체구의 김조숙 씨에게서 자연과 일상에 대한 조용한 열정이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비파 열매가 열릴 때는 하루 종일 땀 흘리며 일해야 해요. 게스트도 많은 시기예요. 그래서 그 일을 다 하려면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요. 힘들지만 행복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남편의 모습도 보기 좋고요. 도시에서 하는 일과는 다르게 다가오지요. 그런 걸 몸으로 느끼고 바다를 보면 신비로워요. 일상의 모든 것이 다."

문동원, 김조숙 부부는 남해를 조각하고 가꾸는 사람들이다. 


시민기자 김수연
※본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산책` 마당 한 켠의 물고기 액자. 남해바다의 하루가 그림이 되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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