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떡 장인, 서각 작가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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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떡 장인, 서각 작가로 거듭나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1.04 11:02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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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나라 폐백나라' 문봉석 사장 지난해 경남미술대전 특선에 선정
유자떡 개발 등으로 이미 떡 장인으로 명성이 높은 문봉석 사장과 그의 서각 작품들.

은행직원에서 전통 떡 장인으로 변신하더니 이젠 서각(書刻) 작가가 되었다. 남해읍 전통시장 뒤편에 있는 `떡나라 폐백나라`의 문봉석 사장(61세) 이야기다. 그는 지난해 말 경상남도 미술협회가 주관한 제40회 경남미술대전 서각 부문에서 특선을 수상했다.

문봉석 사장은 `서울떡월드페스티벌`과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 등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 규모의 각종 요리경연대회에서 20회 넘는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떡 장인이다. `자연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떡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콩, 팥을 이용한 일반적인 떡 외에도 남해 유자 잎을 넣은 유자떡, 기왓돌 위에서 자생하는 `와송(瓦松)`을 응용한 떡, 민들레떡 등 새로이 개발한 떡만 해도 30종이 넘는다. 

그렇다고 그가 30~40년 떡 만들기에 매진해온 것도 아니고, 수 대째 내려오는 가업을 이은 것도 아니다. 젊은 시절 그는 농협을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다가 1997년 IMF 금융위기 시절에 직장을 그만두고 아내 장향심 씨의 떡집을 함께 운영하면서 뒤늦게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게 된 것. 떡을 만들며 그는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장인적 기질과 열정, 성실함을 꽃피우며 여러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장인정신이 서각 작품으로도 발산되고 있다. 서각이란 나무나 돌 등에 글씨를 새기고 거기에 채색을 통한 회화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을 말한다. 문봉석 사장은 여전히 떡을 사랑하고 떡 사업에 열심이지만, 작년 3월 남해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우연히 접한 서각에서 새롭게 재능을 꽃피우고 있다.  

"아침에 떡을 만들고 오후 늦게 서각 작업을 합니다. 워낙 힘든 작업인지라 오래 할 수 없어요. 하루에 겨우 1시간 내지 2시간 정도만 합니다." 

불과 10개월 만에 10여 점의 작품을 새겨냈다. 서각 입문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렇게 새긴 작품으로 지난 한 해 전라남도 미술대전 전국 공모 서각 부문 입선, 사단법인 한국서각협회 주관 제14회 대한민국서각대전 입선, 그리고 제40회 경상남도미술대전 특선에 뽑혔다. 작품 제목은 <뽑, 품>으로 `뽑으려 하니 모두 잡초였지만, 품으려 하니 모두 꽃이었다`라는 글을 새겼다. 지난해 말 남해유배문학관 서각 기획전에 이 작품을 비롯한 4점의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다. 

문봉석 사장에게 서각을 지도한 남해대학 조효철 교수는 그의 열정과 재능을 두고 "서각을 배운 지 1년이 채 안 되었음에도 그 열정과 재능이 남다르다. 특히 색감이 뛰어나다. 자신의 인생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늦깎이로 시작한 작품 활동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서각 작업을 할 생각이다. 4, 5년 뒤에 작품이 50여 점 정도 모이면 전시회도 해볼 계획이다. 할 수만 있다면 남해의 학생들에게 재능기부도 하고 싶다고. 

"남해여중에서 수업을 해보았는데 의외로 학생들이 많이 좋아했어요. 학생들과 `즐거울 락(樂)` 자를 새겨보았는데 사람마다 생각도 모양도 다르더군요. 그게 서각의 묘미 아닐까요?"
떡과 서각이라는 분야는 어울릴법하지 않지만 그의 장인정신과 예술혼은 두 분야에 두루 통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 두 분야에서 그가 앞으로 어떤 성취를 이룰지 궁금해진다.

김수연 시민기자

지난해 경남미술대전 특선에 선정된 작품 <뽑,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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