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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책방이지만 남해 여행자들의 쉼터가 되고 싶어요"작년 9월 오픈한 상주면 은모래책방 남해 풍경 닮아 고즈넉한 여유 갖춰
남해타임즈 | 승인2018.01.11 10:22|(581호)
은모래책방 마당. 작지만 여백 많은 서점을 꿈꾸는 주인 성종욱 씨를 닮아 고즈넉하고 단순하다.

상주면 은모래책방을 찾아가던 날은 비가 내렸다. 남해에선 흔치 않은 겨울비 내리던 날, 은모래책방은 무채색 풍경에 무심히 잠겨 있는 듯했다.

은모래책방 주인은 성종욱(53세) 씨. 금융권에서 20년간 일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2016년 1월에 남해를 처음 와보았다. 이후 작년 9월에 책방을 열고 지금까지 아내가 있는 서울과 이곳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2016년 1월 우연히 여행지로 들른 남해가 섬이란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 겨울의 남해가 너무 좋았어요. 그 이후로 여행 삼아 계속 남해를 오갔죠." 

그러다 알고 지내게 된 613여관 주인으로부터 이곳 상주에 내려와 책방을 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무슨 원대한 계획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남해가 좋아서 내려와 지내고 싶었고, 마침 책방 내기에 맞춤한 구옥도 613여관 옆에 났다. 그렇게 작년 4월에 계약했고 남해에서 알게 된 여러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페인트, 조명 등을 기증받고 인테리어나 도색까지도 도움을 받았다. 특히 남해를 왕래하며 알게 된 여행객들이 많이 도와주었다고 한다. 

은모래책방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문을 열고(화, 수 휴무), 성종욱 씨가 서울 가는 날은 일주일 정도 문을 닫기도 한다. 나직이 책방에 흐르는 쿠바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의 음악처럼 책방주인은 별로 서두르는 법이 없다. 

"서울 용산 해방촌에 독립서점이 많아요. 독립서점 7군데에서 함께 워크숍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서점 일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책방을 하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출장이나 여행 다닐 때 사놓은 책들이 있었지요. 전적으로 제 취향을 담은 것들이지만 서점을 통해 사람들과 공유하고픈 생각이 들었어요."

남해에는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를 겸한 책방이 몇 군데 있기는 하다. 하지만 책방만 오롯이 하는 곳은 이곳이 처음이다. 성종욱 씨는 커피 내리고 게스트하우스까지 하는 건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며, 책방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이 작은 공간에 어떤 책들이 자리하고 있을까?

"전체 종수로는 150종 정도이니 적은 편이죠. 제가 글 많은 책은 별로 안 좋아해요. 어른을 위한 동화나 사진이 많은 책, 그래픽노블 종류가 대부분이죠. 그저 읽으면 마음 따뜻해지는 책이랄까, 남해를 여행하는 분들이 그런 걸 원하는 것 같아요. 제 취향과 맞기도 하고요. 책의 배치는 색상별로 해요. 여러 가지를 감안하기는 하지만 일단 좋아하는 책을 선정하면 그와 비슷한 색감의 책을 고르게 돼요." 

주인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는 작은 책방의 장점일 게다. 은모래책방에는 책등만 보이게 꽂힌 책이 한 권도 없다. 모든 책을 전면이 보이게 비치했다. 책등이 주는 정보가 너무 적다는 게 이유였다. 이렇게 전시하니 책을 많이 비치하기도 어렵다. 책방주인이 자신 있게 고른 책이기에 이만한 배려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한적한 시골 동네에 책도 많이 없는 조그만 책방입니다. 이곳에 오는 분들이 다른 데서 못 구하는 책을 여기서 구하려는 건 아니라고 봐요. 이 색감 있는 책들을 남해 풍경의 일부로 봐주면 좋겠어요. 남해 갔더니 책방도 있더라는 식으로. 여기서 추억 하나 남기면 족하죠. 여백이 많은 그런 책방이면 좋겠어요. 채우려는 곳은 대도시에 얼마든지 있잖아요. 소박하지만 쉼을 주는 곳, 남해가 그런 곳 같아요." 

찾아오는 손님도 아직은 들쭉날쭉하다. 어느 날은 책이 10권 넘게 나가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아예 한 명도 찾지 않는다. 아무도 찾지 않는 날이면 그는 어떻게 지낼까? 

"주로 책을 고르며 시간을 보냅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요. 그리고 돌창고 프로젝트, B급상점, 이태리회관, 책의 정원, 달품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교류하고, 여행객들에게 서로 소개를 해줍니다. 든든한 남해 이웃들이죠."

말하자면 성종욱 씨는 남해에 책방을 내고 이웃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말에 돌아온 대답도 그러했다.

"당분간은 이대로 계속해볼 생각입니다. 가장 가까운 계획이라면 예전 직장 동료 중에 가죽 공예 하는 분이 있는데 책방 한쪽의 빈 공간을 가죽공방으로 내드리려고 합니다. 이게 변화라면 변화겠지요."

서두르는 조급함도, 뭔가를 채우려는 욕심도 없이 그저 남해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면 좋겠다는 주인장의 바람이 담긴 은모래책방은 그래서 무채색의 남해 겨울 풍경과도 썩 잘 어울린다. 

김수연 시민기자

은모래책방 내부. 이곳에 책등만 보이게 꽂힌 책은 한 권도 없다. 어른을 위한 동화, 그림과 사진이 많은 책이 비치되어 있다.

남해타임즈  nhs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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