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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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세계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2.01 11:44
  • 호수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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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중독은 원래 외부로부터 섭취한 물질에 도취한 상태를 말한다. 중독을 유발시키는 물질로는 알코올 외에 약물·마취제·진정제 등의 화학약품이 있다. 근래 들어서는 중독의 범위가 확대되어 인터넷·니코틴·스마트폰·폭력·쇼핑·음식·장난감·드라마·성형·카페인·운동·투자·섹스·분노·종교·밀가루·탄수화물·게임·거짓말·수집·일·공부 등에도 적용된다. 이처럼 중독을 일으키는 요인이 다양해지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할 시점에 우선적으로 보호받아 마땅한 대상은 청소년이다. 호기심은 넘치고 분별력은 부족한 시기여서 자칫 중독의 세계에 첫발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가정과 학교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된다면 범죄에 연루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소년의 중독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이들 특유의 충동적 욕구를 배출시킬 출구가 필요하다. 청소년 상담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심어 주는 한편 스포츠·예술·독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듯하다.

흡연은 일찍 시작할수록 니코틴 중독의 부작용이 크다. 따라서 성인 대상의 금연 정책보다 청소년 대상의 흡연 예방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흡연보다 훨씬 폐해가 큰 것은 마약 사범이다. 세계 각국이 코카인이나 필로폰 성분이 함유된 금지 약물에 중독된 청년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마약 청정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도 SNS 등으로 구매가 가능해진 이후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마약류는 보관하거나 사고파는 것만으로도 위법이다. 마약 투약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할지라도 재범률 90퍼센트의 강력한 중독을 촉발한다. 마약을 주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7초다. 한순간의 그릇된 선택이 삶 전체를 파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학습 집중력을 높일 목적으로 복용하는 각성음료의 경우 졸음을 쫓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 복용 시 중독 위험성이 있다고 알려졌다. 

전통적인 도박의 대명사가 화투라면 오늘날에는 새로운 유형의 사행성 도박이 성행한다. 바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인터넷 도박이다. 밤낮없이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다 사망하는 일까지 있다. 현재 가장 보편화 된 중독은 스마트폰 중독이다. 남녀노소 스마트폰에 심취하여 잠시라도 손에서 멀어지면 불안 증세를 보인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함으로써 거북목 증상을 겪거나 스마트폰에서 방출되는 청색광(블루 라이트)으로 인해 눈과 피부 이상 증상을 겪기도 한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거센 가운데, 유독 한국이 광풍의 진원지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비트코인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 것도 투기성과 중독성 우려 때문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에 과도한 에너지를 쏟는 `관계 중독`도 있다. 사생활은 제쳐두고 타인에게 시간과 재화를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속도 중독`은 고급 승용차나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질주 본능을 즐기는 것이다. 엄청난 속도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본인은 좋겠지만 같은 도로를 달리는 다른 운전자들에게는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다. 한밤중이나 새벽에 들리는 오토바이의 굉음 때문에 인근 주택가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는 등 피해가 적지 않다. 작년 대학가 축제에서는 `해피 벌룬`이 화제를 모았다. 풍선에 들어있는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는 순간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중독성 있는 `환각 풍선`이다. 한꺼번에 다량의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면 혼수상태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중독성 강한 특정 물질이나 행동을 통해서라도 기어이 짜릿한 쾌감을 맛보겠다면 그 또한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하는 사이 심신은 피폐해지고 주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황홀감에 한 번 빠지면 그 속에서 헤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최선의 해결책은 중독의 늪에 빠지기 전에 아찔한 쾌감을 대체할 긍정적인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독서·명상·산책·영화 감상·음악 감상·서예·등산 등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심신 건강에 이로운 취미나 습관은 얼마든지 있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한 이때, 각자의 삶에 보탬이 될 만한 건전한 중독을 발굴하여 꾸준히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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