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의 굳은 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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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굳은 심지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5.11 15:30
  • 호수 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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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정 화
남해군상공협의회 사무국장
본지 칼럼니스트

정치는 통치와 지배, 협력과 저항이라는 거래적인 본성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삶과 나눌 수 없는 관계였으며 인류 역사를 위한 활동의 원천에도 정치가 있었다.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한 문제들도 정치를 통해서 풀리는 경우가 많다.
곧 있을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색색 깔의 잠바 차림으로 어김없이 어둑어둑한 새벽길을 나선다. 오늘도 동네 관광차에 오르는 분들에게 대접하는 후보들의 굽실굽실한 모습은 이미 한정된 분량을 넘어선지 오래다.
지역발전과 군민행복을 위해 삶의 도전을 멈추지 않는 후보들의 열정은 지금껏 인간 행동과 사회 변화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싱싱한 생각과 맑은 향기로 이웃을 성숙하게 만들었고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를 늘려 나갔다. 우리 사회에 정치적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무척 값진 일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지도자로 나서는 사람들의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사무실도 개소하면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지방자치 20년은 여전히 미완의 역사이지만 다양하고 다층적인 공공을 형성하는데 그들은 많은 노력을 해 왔다. 내 이웃이나 동네 주민들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로의 목표에 도달하려 했던 정치 후보자들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나 지역사회를 기획하고 경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 대신 고단함을 자초하겠다고 해서 그저 누구에게나 맡길 수도 없는 일이다. 지도자는 우리 사회를 좀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 주는 사람이다. 그러니 높은 식견과 혜안을 가지고 집단의 통일성과 우월적 가치를 유지해야 한다.
배가 산으로 가지 않으려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올바름`에 대한 성찰로 극복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수평적 리더십과 다원적 소통은 기본 중에 기본이라 귀동냥을 통해 얻은 것을 과시하기보다 철학적 성찰과 인문적 사유를 통해 자기의 내면부터 단단해야 한다.
조선후기 이용후생을 주장한 실학자 유수원은 그의 저서 우서에서 슬프다, 벼슬이란 빈 소리로 얻을 수 있은 것이 아니고 정치는 헛소리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조금 다른 관점이다. 선거 때가 되면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하루아침에 고쳐 세상을 바꾸겠다며 영웅처럼 등장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이들의 빛깔이나 생김새가 공명심이나 출세욕을 위한 정의의 사도로 가장한 것이 아닌지 궁금한 적도 있었다.
경륜과 이념이 깊은 사람은 상대방을 비방해서 얻기보다 자기 철학을 스스럼없이 보여 주어야 하는데 비판에만 열중하는 후보를 본 적도 있다. 남을 깍아내린다고 내가 가진 도덕과 인문적 함량이 늘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새로움도 좋고 신선함도 좋다. 그래서 흥미가 가고 궁금해진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온 지난 역사의 흔적들을 정치적 교양으로 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후보자의 도전과 야망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간청을 넘어 읍소하는 후보자의 간절한 모습은 인간적으로 안쓰럽다. 하지만 유권자는 심약한 갈대가 아니라 건강한 소나무가 되어야 한다. 고개를 숙이는 것이 한 낫 개인의 권력 욕심 채우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우리에게 또 다른 증오를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어떻게 나누어 먹을지를 의논하는 것이 정치다. 생활이 정치고 정치가 곧 생활이라 정치와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다. 지도자가 누구인가 하는 것은 우리 수준을 스스로 정하는 일이다.
고대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자신의 경구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국민들은 큰 징벌을 받는다. 그것은 국민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이 지배자가 되고 그 사람의 지배를 받는 불행"이라고 경고했다. 정치는 정치인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가 마음속으로 품은 의지는 사회적 책임으로 회귀한다.
유권자가 똑똑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철학을 분명하게 내어 놓지 못하면 유권자의 정치의식을 얕보는 것이다. 나를 위한 세상을 만들려하기 보다 남을 위한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를 선택할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진다. 사람을 섬기는 인간애가 바탕이 되어야 품격 있는 정치도 가능하다. 헌법 1조 2항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그러나 침묵하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은 나오지 않는다. 유권자의 심지가 굳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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