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노릇
상태바
주인 노릇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6.08 12:02
  • 호수 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국민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이들이 부쩍 눈에 띈다 싶더니 어느새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전의 백미라 하면 정당 해체에서 신당 창당으로 이어지는 정계 개편이다. 이번 역시 야권 두 정당 간 `선(先)창당, 후(後)합당`의 통합이 재현됐다. 이에 질세라 양당 통합에 저항하던 반대파들도 한발 앞서 별도의 신당을 창당했다. 창당의 변은 으레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식의 논조를 띤다. 하지만 이름만 바꿔친 새 부대에 헌 술이 담기는 것을 수없이 목격한 유권자로서는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 당적을 옮길 때마다 읊조리는 `지역구민과 당원의 뜻`이라는 단골 멘트는 이제 더 이상 식상할 것도 없다.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따른 셈법만이 난무할 뿐, 한 조각의 붉은 절개나 의리마저 실종된 선거철 선거판 앞에서 표심은 갈 곳을 잃는다.

어렵사리 사람을 자리에 앉혀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모두가 짐작하는 바로 그 이유로 근래에도 정치인 여럿이 송사에 휘말렸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허위사실 공표, 불법 선거자금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수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고 구속되고 직위를 상실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지방색을 따지는 구습이 건재하건만 정치인들의 비리 백태에 있어서만큼은 영호남과 여야가 따로 없는지라 이보다 더 완벽한 사회통합 사례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작금의 흥미로운 사건 하나를 상기시켜 보면, 산업단지 개발 등 관급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업체가 진상한 뇌물이 담당 공무원의 자택 마당 구덩이 안에서 검정 비닐봉투에 담긴 채 발견되었다. 검은 커넥션을 상징하듯 뭔가 감추고 싶은 무의식적 심리 현상이 그 안에 투영된 것은 아닌지 유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치 일선에 서면 유독 수신(修身)에 취약해지는 연유는 무엇인가. 한 마디로 사리사욕이다. 설마 협잡꾼이나 되려고 정계에 입문했을 리는 없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당선만 되고 나면 유권자를 배신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고 어느 날 갑자기 직위나 특권을 남용한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추한 모습을 드러낸다. 권력의 단맛에 취한 이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을 믿고 지지한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첫째 사람에 실망하고 둘째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

사실 정치인처럼 봉사할 기회가 많은 직업도 드물다. 그만큼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보람을 만끽할 수 있는 위치인 것이다. 청렴결백하고 투철한 사명감을 갖춘 자라면 권력 아니라 그 이상을 맡긴들 어떠하겠는가. 불의에 야합할 시 모든 처벌을 달게 받겠다는 결기가 있지 않고서야 본인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서 섣불리 정치판에 나설 일은 아니다.

`인간의 됨됨이를 시험해 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는 에이브람 링컨의 말이 있다. 선거철에는 온갖 감언이설로 유권자를 현혹하다가 뒷날에 가서 언행이 달라지는 사람은 오래도록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기란 결코 쉽지 않지만 옥석을 가리는 일은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인 동시에 의무다. 국민이 주인이니까 주인이 주인다우려면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자치법 제1조는 `(전략)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도모하며 지방의 균형적 발전과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지방자치제의 취지를 십분 이해하고 지방자치법의 목적을 실현하는 데 헌신할 지도자가 배출될 때 지역 사회는 달라진다. 지역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지고 성장을 넘어 성숙한 사회의 밑그림을 제시할 인물이 필요한 것이다.

부디 이번 선거야말로 정치적 역량을 지닌 참신한 인재들의 등용문 더 나아가 명실상부한 국민 축제 한 마당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금 우리는 인간의 감정을 읽고 인간과 대화하는 AI(인공지능) 로봇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만약 정치 풍토의 쇄신 없이 이대로 백년하청이 된다면 AI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질 날이 오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