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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타임즈 | 승인2018.06.29 10:07|(604호)

나는 경주 김씨의 후손으로 삼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 어른들의 `우리 가문은 왕족`이라는 말씀에 긍지가 샘솟곤 했다. 만인이 평등한 지금, 조상에 대한 긍지가 남아 있는 이유는 유교사상이 한 몫 했을 것이다.

남아선호 사상을 갖고 살아온 나는 결혼 후 살림밑천이라는 첫딸을 낳았지만 둘째는 내심 아들을 기대했다. 장남이었기에 주변에선 꼭 아들을 원했지만 아내가 어려운 형편에 딸 둘만 잘 키우자고 해 아들을 포기했다.

그 후 두 동생은 결혼하고 각각 1남 1녀를 낳았다. 그때 아내는 맏며느리로서 아들이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어느 날 아내가 한약을 먹는 모습에 나는 놀라 이유를 물었더니 아내는 아들 낳는 한약이라 답했다. 당시 아내는 30대 후반, 아들을 포기하고 있던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유교사상이 아닌 모든 것을 다가지려하는 내 욕심이 아닌가 하는 싶었다.

결혼 후 나는 아내에게 동양화처럼 살 것이라 가끔 말한다. 그림의 반 이상을 스스로 비워 여백을 만들고 매난국죽 중 무엇을 그리든지 하나만 그릴 것이며, 여백으로 그림이 빛나게 하듯 그렇게 인생에도 여백을 고민하며 살 것이라는 이야기다.

아내가 아들을 낳으려 약을 먹던 순간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내 인생에 아들이라는 여백을 가짐으로써 두 딸에게 집중할 수 있고 딸들의 건강이 행복이며 그 행복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그제야 무거운 마음을 내려 놓은 듯 했다. 

우리네가 살아가는 모습도 귀천을 떠나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가치 있고,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심을 버릴 때 제대로 된 한 가지를 갖게 된다. 명예를 중히 여기는 사람은 정당치 못한 물욕을 버려야 되고, 건강과 안녕을 지키고자 하는 이는 육신의 편안함을 좇아서는 안 된다.

나는 오늘도 무럭무럭 커가는 욕심 중 내 것이 아닌 것은 깨끗이 지우고자 또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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