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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집
남해타임즈 | 승인2018.07.06 12:19|(605호)

내게는 외조부가 한 분 계셨는데 어린시절의 나에게는 단순히 멋있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 외조부께서는 내가 알던 것 보다 더 합리적이고 내게 지혜를 많이 주신 분이셨다.
나는 네 살 때까지 외가가 있는 이동면 고모마을에서 살았다. 부산으로 이사 간 후 간혹 여름방학이나 외가에 일이 있을 때 남해를 들렸다. 당시 외조부는 바다 사업을 하셨는데 상당한 재력과 명예를 갖춘 분이셨다.

그러던 중 나는 외삼촌 회사에 근무를 하게 됐다.

외가댁의 하루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저녁식사 후에는 9시 뉴스를 보며 항상 토론한 것이다. 외조부는 그중 대학생들이 집단 시위하는 모습을 못마땅하게 여기시고 내게 이유를 묻곤 하셨다. 이에 대해 내가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외조부는 흔쾌히 이해하셨다. 이런 모습은 많은 어른과는 다른 모습으로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있다.

그런 외조부와의 대화가 항상  즐거웠고 나의 사고력 성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나는 8여년 정도 외가에 살았는데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외조부는 스스로 아집이 생겼다며 혹시 대화중에 고집을 피우면 예전처럼 논리로 그 순간에 바로 이기려 하지 말아달라며 당부했다.

이어 시간을 조금만 주면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 말씀하시며 직접적인 충돌을 피해 달라고 다시 한 번 부탁하셨는데 어린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스스로 아집이 생겨 주변에 상처를 줄 수 있음을 말씀하시는 큰 용기와 현명함에 더 큰 존경심이 생겼으며 그런 분의 손자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돌아보아도 스스로의 아집을 인정하는 어른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남의 잘못을 너무나 정확히 지적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것 같다.
그보다 더 중요한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는 자세가 더욱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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