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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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회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07.12 15:34
  • 호수 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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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병 주
상주 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
본지 칼럼니스트

지난 7월 7일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날`이었다. 올해로 96회째라고 하니 생각보다 역사가 꾀 깊은 날이다. 세계협동조합의 날의 시작은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3년 독일 에센에서 제1회 세계협동조합의 날이 개최된 후 매년 7월 첫째 토요일을 기념해 오고 있는 것이다. ICA의 노력으로 국제연합(UN)에서도 1995년부터 이 날을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날로 선포됐다. 이 날은 전 세계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이 자축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협동조합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날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ICA에서 얼마 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본질적으로 협동조합은 세 가지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 첫 번째가 일자리, 생계 및 수입창출의 기회를 만들어내는 역할이다. 이것만 보면 일반적인 기업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조건이 붙는다. 그 조건이 바로 `협동`이다. `경쟁`과 `이윤추구`를 근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가져온 사회적 재앙을 `협동`을 통해서 극복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 역할은 사회적인 목표를 지닌 사람 중심의 기업으로 사회평등과 정의에 기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불평등을 쉽게 경험한다. 정의롭지 못한 일상은 우리에게 불안을 가중시킨다. 대표적으로 갑질 논란에 있는 대한항공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얼마 전 서른 번째 희생자가 나온 쌍용자동차 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차별은 일상이고, 혐오는 확대된다. 그래서 평등과 정의라는 협동조합의 목표가 더욱 소중한 시대다.

협동조합의 역할 세 번째는 민주적 기관으로 조합원에 의해 통제되며 사회와 지역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의 사례는 충격적이다 못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오너 중심의 재벌기업들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이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던 삼성 이병철 창업주의 말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 했던 최근까지의 삼성의 행태를 보면 기가 찬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에 의해 통제된다. 이것이 출자금 액수와 상관없이 `1인 1표`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아이쿱, 한살림 등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운동의 저변은 확산되고 있다. 청년협동조합, 주택협동조합, 노동자협동조합, 마을협동조합, 학교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설립된 협동조합만 1만3천개가 넘었다. 문제는 그만큼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느냐 일 텐데, 들리는 말로는 80%가까운 협동조합이 문을 닫거나 개점휴업상태라고도 한다. 그만큼 현실은 냉혹하다.

그렇다고 협동조합이 만능은 아니다. 협동조합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다만 지속가능한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하나의 실험이고, 실천이다. 협동과 연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삶을 꿈꾸는 하나의 과정이다. 현실은 냉혹하지만 협동조합은 그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협동조합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과 남해에서 협동조합을 만들고자 하는 당신이 있기에 우린 다시 꿈꿀 수 있다. 미래는 경쟁과 이윤으로 오지 않는다. 협동과 연대라는 현재의 실천이 미래를 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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