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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좋은 나라
남해타임즈 | 승인2018.07.19 11:10|(607호)
하 태 무
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지난 가을 소매물도로 여행을 간 일이 있었다.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열린다는 그곳.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에 살면서도 사진을 찍는 남편은 늘 새로운 풍광을 보고 싶어 하기에 종종 떠난다. 자연스런 풀꽃, 흰 치아를 드러내며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 향기로운 보랏빛 구절초 등 매물도의 풍광에 반해 남편은 수많은 사진을 찍어댔다.

내일이면 풍랑이 세다기에 그 섬을 서둘러 다 보고 오후 4시에 돌아오는 마지막 배를 탈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갑자기 남편이 걷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섬 중턱에서 친구의 남편이 아무리 부축을 해도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는 증상 때문에 섬을 나가는 마지막 배 시간에 맞출 수가 없었다.

너무나 난감해 119 구조 요청을 했다. 이에 고맙게도 통영에서 배 한 척이 기적처럼 소매물도로 우리 일행을 실으러 와 주었다. 우리가 내었던 의료보험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추가부담 하나 없이 허리를 버티는 성능 좋은 복대 하나도 구조대장이 챙겨 주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그 이후로 자주 걷지 못하는 증상이 와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했다.

결론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희귀병 OPLL(경추부 후종 인대 골화증). 경추부의 뒤쪽 인대가 뼈가 되어 신경을 눌러 점점 걷지 못하고 팔도 쓰지 못하는 병이라 했다. 그 모든 병의 진도가 한 두 어 달 동안에 급속히 진행돼 환자도 보호자인 나도 감당이 되지 않았다.

가장 불편한 일은 병원이나 재활치료를 위해 환자가 차에서 내려 건물까지 당도하는 일이었다. 승용차에 장애자 스티커라도 붙였으면 해서 친한 후배에게 어찌하면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우선 `노인장기요양시스템`을 이용해보라는 설명을 들었다. 장기요양센터에서 다녀 가고 의료공단에서도 감정사가 와서 보고 간 후 1급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필요한 의료기들이 집에 도착했다. 환자개인이 15%만 부담하면 환자에게 필요한 품목들을 쓸 수가 있다고 했다. 이 모든 일이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하지만 한편으론 미안한 일이기도 하고 이런 높은 수준의 수혜를 얻는 처지에서 할 이야기가  아닐지 몰라도 어디론가 일부 보험금이 새어 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공단에 본인부담금 15퍼센트만 주면 살 수 있다던 지팡이 하나를 살 때 수혜자가 내야 할 금액이 만 원 정도라고 들었다. 그런데 지팡이가 당장 너무 급해서 의료기 상회에서 본인이 100% 다 주고 산 지팡이 값이 만원이었다. 그렇다면 85%가 새어버린 셈인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물론 공단 종사자들에게 월급도 주어야하고 써야할 비용들이 많을 것이란 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생각 들었다.

그러나 환자가 편할 수 있도록 침대며 휠체어며 일괄적으로 대여도 해 주고 불편하지 않게  설치해주고 친절한 사용법도 알려주셨다. 무엇보다도 8년 전에 봉사라도 해 볼까하고 따 두었던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남편을 위해 쓸 수도 있었다. 그러고도 몇 번은 다른 요양사 선생님을 보내준다고 한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살아가는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끼는 때가 많다. 그럴 때일수록 주변에서 긍정적인 일을 찾아보는 일이 지혜로운 일이라 생각한다.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어서 숙박업을 하는 필자의 집도 손님이 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총체적 어려움이 닥칠 때는 다 함께 견딜 일이다. IMF도 지혜롭게 견뎌낸 우리 국민이 아닌가?

수술을 해도 후유증이 심하고 이미 손상된 증상은 재활이 불가능하다는 동양인 남자들에게만 있다는 이 병을 가진 남편은 절대로 수술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물리치료에 의존하며 우리나라 좋은 나라, 그 중에서도 공기 좋은 보물섬 남해에서 한려해상 바다에 의지해 버텨낸다며 반드시 일어설 것이라고 믿고 있다. 기도하며 여태 그러했듯이 이 어려움도 잘 견뎌 나가리라.
아직 장애자 판정을 못 받아 여전히 장애자 주차장에 차를 댈 수가 없어 불편이 크다. 곧 해결되리라 믿는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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