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문화재법, 노숙자 만들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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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문화재법, 노숙자 만들 판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08.20 10:25
  • 호수 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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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변동 오 씨, 본인 땅에 건축허가 다 받고도 집 못 짓는 사연, "세금 잘 내고 법 잘 지키고 산 바보인 것 같아" 그저 억울한 마음뿐

 남해읍 북변리, 북림교회 근처로 오면 억울한 사연을 들을 수 있다는 오주실 씨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길을 나섰다. 폭염 아래 무방비 상태인 오주실 씨. 올해 58세. 뇌출혈 후유증 환자인 그는 더 늦기 전에 가족들과 노후를 보낼 집을 지으려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오 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울분을 터뜨렸다.

 "여기가 제가 태어난 곳이자 자란 곳이다. 군대 말고는 이 동네를 떠난 적도 없다. 2008년도에는 이 마을 이장이었다. 그때 당시 군수님 이하 공무원들이 우르르 와서 소방도로가 꼭 필요하니 집터 토지 중 16평을 꼭 좀 주십사 사정하는 통에 당시 내 집을 곧장 철거하고 집터 바로 옆에 작은 주택을 구입해 살았다. 그러다 그 집마저 낡아 고민하던 터에 2017년 2월에 농가 주택에 선정돼 집을 짓기로 하고 올해 4월 건축물 철거 및 멸실신고를 하고 건축허가서까지 다 받아놨는데…"
 
건축허가 받고 공사하려니 "본인 돈으로 문화재 표본조사 하라"
 2008년 소방도로 편입 당시 주민설명회 때 군수 이하 공무원들이 오 씨에게 했던 말은 "지하만 안 파면 지상 4층까지 집을 지을 수 있으니 추후 꼭 좋은 집 지어 살라"는 독려였다.

 그러나 오 씨의 2018년 여름은 가혹했다. 4월 5일 낡은 주택을 철거하고 근처 단칸방에 자취를 하며 집 지을 준비를 했다. 5월 31일 건축과로부터 건축허가까지 다 받았는데 매장문화재 지역이기에 표본조사를 반드시 받은 후에야 건축행위를 할 수 있다는 통보를 문화관광과로부터 들은 것. 그리하여 6월 4일 문화재 표본조사가 이뤄졌고 그 비용인 150만원도 행정이 아닌 건축행위를 하려는 토지소유주가 지급해야 한다는 설명을 그제야 들었던 것. 울며겨자먹기로 절차고 그게 법이라고 하니 없는 살림에 피 같은 돈 150만원을 냈고 극동문화재연구소에서 표본조사 한다며 땅을 일부분 팠는데 그 결과는 더 참담했다.

 6월 10일께 군 문화관광과에서 연락이 왔다. 내용인즉슨 "표본조사결과 문화재보존지역이라는 결과가 나왔으니 현재로서는 집을 지을 수 없다. 땅을 더 파서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정밀조사비용은 면적에 따라 책정되는데 거의 3000만원에서 5000만원정도가 소요되며 이 또한 개인이 지불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오 씨는 망연자실했으며 이 폭염에 집짓기는 정지가 됐다.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도면화해서 실어야
 시종일관 한 가지 소원만을 말했던 오 씨. 그는 "다른 거 없다. 제발 집만 짓게 해주라. 이 소방도로 일대에 벌써 6집이 지어졌다. 그리고 소방도로 편입당시도 그렇고 최근까지도 문화재지역이라는 설명을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법 잘 지키고 살아온 나에게만 이런 시련을 주느냐"고 항변했다. 이어서 그는 표본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문화재조사단이 주변부를 기술해 놓은 것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데다 자신이 집터를 다지기 위해 흙을 가져와 1.2m정도 쌓았는데 문화재조사단은 0.9m만 파서 조사해 놓고는 남해읍성 쌓은 돌, 조선시대 그릇 등이 나왔다고 보고해 정밀조사까지로 일이 커졌다며 불신을 표하며 항의했다. 그러나 이러한 오 씨의 문제제기에 대해 문화관광과 문화재 담당자는 다른 입장이다.

 담당자는 "주변부 서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시굴해 나왔다는 게 중요하므로 이의는 의미 없다. 현재로서는 정밀조사를 피해 갈 도리는 없고 서둘러 정밀조사를 받아야 추후 집 짓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정밀조사비용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다보니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알려드렸고 현재 신청해 둔 상태다. 우리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정문화재 여부는 정보화 되어 알고 있으나 오 씨의 경우처럼 매장문화재는 인식자체도 거의 없고 도면에도 등록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건축설계가 다 끝난 후에 감수하라고 우리 부서로 넘어오니 사후약방문 형태로 이런 피해가 종종 생긴다. 정밀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드물게 `보존조치`가 나오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은 건축행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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