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형 관광지요? 문화와 쉼이 머무는 공연장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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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형 관광지요? 문화와 쉼이 머무는 공연장부터!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08.30 10:07
  • 호수 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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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 힐링아일랜드 글램핑장 박재민·김유선

`쉼`=`힐링`=`남해` 영업자 아닌 여행자 입장에서 남해 바라보길
여행자는 예비 귀촌인, 남해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길


사는 건 어쩌면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울산 토박이인 `꿈꾸는 거위` 박재민 씨와 그의 동반자 김유선 씨 또한 남해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남해여행을 시작했다. 남해를 사랑하는 사람의 1년에 걸친 오랜 구애, `꼭 한 번 남해를 여행하시라`는 그 구구절절한 구애로 남해여행은 시작됐다. 남해를 사랑하는 사람이 보여준 여행지로서의 남해는 경이로웠다. 특히 동트기 전 해안도로 일주 드라이브는 남해가 가진 속살을 만끽할 수 있는 태곳적 아름다움 자체였다.

건축업을 하던 박재민 씨는 여행자로 바라본 남해의 `쉼(休)`을 포기할 수 없었다. 호수 같은 바다가 주는 편안한 아름다움을 고이 추억으로 접어둘 수만은 없어 귀촌을 결심했고 남해 최초로 글램핑 숙박문화를 도입한 `힐링아일랜드`를 꾸려 귀촌, 본격적인 남해살이를 시작하면서 호수 같은 바다에 들이치는 거친 파도를 만나야 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해의 바다와 숲과 마을을 누비며 캠핑하듯 여행하듯 모험하는 두 사람,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힐링아일랜드 글램핑장에서는 버스커들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돈 없이 들어오기 힘든 곳, 남해
귀농을 위해서건 도시의 복잡함이 싫어서건 남해에 들어오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부부. 귀촌자를 향한 행정적 지원이 없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고. 인구가 줄어들고 고령사회가 되어도 귀촌자를 위한 정책이나 배려는 손에 잡히지 않았고 업종변경 하는 데만도 타 지자체는 45일이면 끝날 일이 이곳에선 거의 1년 가까운 시간이 지체되었다며 속내를 터놓았다. 재민 씨는 "남해를 매우 사랑하는 `숯가마 대표`를 지인소개로 알게 됐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글램핑 사업을 듣더니 흔쾌히 폐업한 장소를 소개해주고 임대까지 해주셨다. 식당업에서 관광숙박업으로 인·허가 받는데 거의 1년이 걸려 올해 2월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며 "차라리 남해는 인허가가 복잡하니 1년 정도는 걸린다는 상담을 해주셨더라면 마음의 준비라도 했을 텐데 과정이 꽤 지난했다"고 회고했다.

아내 유선 씨 또한 "최근에서야 귀농귀촌센터가 있다는 걸 들었으나 체감할 수 있는 제도 찾기가 어려웠다. `귀촌상담사` 같은 역할이 있으면 좋겠다. 귀촌까지의 과정이나 행정적 절차 등을 도와주거나 각종 인허가, 집 구하는 문제, 일자리 소개 등등 귀촌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역 실정을 안내해주는 상담 통로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나? 누구나 공연할 수 있다면!
여행자 입장에서 남해에 정착하기 전에는 `이 예쁜 곳에 왜 머무르지 않을까?` 의아했다는 유선 씨. 하지만 막상 살려고 마음먹고 보니 정작 머물 곳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문화만이 사람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믿는 유선 씨는 괜찮은 공연장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고 한다. 독일마을에는 멋진 광장이 있는데 이러한 광장에서 이동식 공연장을 사용할 수 있거나 누구라도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여건(△무대사용허가, 전기사용, 민원해소 등)이 되도록 행정에서 지원해주면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있을텐데하는 마음에 안타까웠단다.

 유선 씨는 말했다. "공연장을 찾다 찾다 안돼서 저희 `힐링아일랜드 글램핑장`에서 `노-페이(no-pay)`로 버스킹하는 가수들을 섭외했다. 지금까지 총 32회 공연을 기획해서 야외에 무대를 만들어 여기를 찾는 분들과 좋은 공연을 즐겼다. 가수분들께는 `가진 게 없어 돈은 못 드리고 숙식과 추억을 드리겠다`고 섭외했다. 처음 공연할 때만 해도 주변인들이 `되겠나?` `얼마나 가는지 보자` 이러셨는데 요즘엔 `이번 주는 누가 와?` `가도 돼?`하고 먼저 물어보신다"

 이어서 재민 씨는 "가장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는 독일마을도 머무르는 곳은 아니었다. 와서 휙 돌아보고 뭐 하나 먹고 `별로 볼 것 없네?`하고 가기 바쁘다. 사실 아랫마을인 물건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방조림이라는 멋진 숲도 있고 마을 안길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워서 물건마을과 독일마을만 자연스레 연계해도 5시간 코스는 나오는데 머물지 않고 떠나기 급급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머무는 관광지=체류형 관광지, 문화를 심어보자
 부부는 문화 컨텐츠의 소중함을 체감하고 있었다. 여행자의 발길을 붙들어 조금이라도 더 머물 수 있게 하는 건 재미와 문화라며 "우리 역시도 `쉼`이라는 단어로 시작해 남해에 오게 됐다. 여행은 자신을 돌아보는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삶에 대한 에너지를 충전시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체류, 즉 머물러야 한다. 여행 간다 했을 때 대한민국 사람들이 꼭 술 먹고 흥청망청 노는 것만 원하는 건 아니다. 저녁 먹고 나면 깜깜절벽인 남해다 보니 여행객들이 뭘 할 수 있거나 즐길 공간이 없다는 게 아쉽다. 버스커를 위한 공간이 절실하다. 맥주축제장에도 버스킹 존을 하나 둬서 음악과 함께 즐기게 하는 게 필요하다"며 "문화의 저변을 넓히고 문화 하는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문화컨텐츠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작은 조합이라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문화를 심는 작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남해를 바라보노라면 눈부터 시작해 온 마음까지 정화되는 편안함이 좋다는 두 사람. 이들은 이동 정거리 마을처럼 남해스러운, 남해다운 거리와 마을을 꿈꾸며 오늘도 더 많은 이들이 남해와의 정신적 접근을 통한 교감을 이뤄갈 수 있도록 즐거운 문화 가교를 놓는데 정성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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