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칠나무는 우리 인생의 황금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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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는 우리 인생의 황금나무입니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10.25 11:50
  • 호수 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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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의 명품농장, 보물섬 황칠농장 `김용준·이나미 부부`

IMF로 전부 잃었으나 황칠나무로 인생의 황금기 빚어낸 두 사람
황칠나무 재배를 통해 인내와 건강을 거머쥔 보물섬 황칠농장의 주인공


 황금나무라 불리는 황칠나무를 만나게 된 건 행운이었다. 전 함평나비군수로 우리 남해군민에게 더 친숙한 산림조합중앙회 이석형 회장이 건네준 임업인 대상의 주인공인 보물섬 황칠농장의 김용준·이나미 부부를 만나게 된 건 또 하나의 결실이었다.

 고현면 포상마을, 어떻게 저 마을길을 올라가나 바들바들 걱정하는 나와 달리 한달음에 마중 나와 준 이나미 씨는 거침없었다. 황칠나무 키우기로 시작되었을 굽어진 좁디 좁은 길. 나무로 일어선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저 좁디 좁은 길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동안 낡은 차는 어느덧 반짝반짝 푸르름으로 빛나는 황칠나무숲으로 나를 데려다 놓았다.

 부산에서 식품기계제조공장을 운영하던 남편 김용준 씨가 IMF를 만나자 다섯 채의 집이 눈앞에서 한순간에 경매로 날아갔다. 그 당시, 아내 이나미 씨는 고향이자 친정인 고현 선원마을에 내려오는 것 외에 딱히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11살, 6살 어린 두 아이를 둔 엄마였기에 마냥 울고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친정아버지가 물려주셨던 산 6300평. 그곳에서 다시 일어서자고 결심했다. 1998년의 일이다. 오늘 2018년. 20년의 길고 긴 세월을 아끼고 또 아끼는 습관을 품은 채 자연을 믿고, 배움을 믿고 기다려온 부부는 이제야 그 결실의 열매를 하나, 둘 수확하고 있었다. 실패의 고배를 맛 본 부부는 차분히 잘 풀어나가질 때마다 다시금 단단히 삶의 매듭을 묶는다. `욕심내지 말자. 아무도 알 수 없는 내일, 그저 주어진 오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내자`고 다짐 또 다짐한다.

 지금이야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자랑하는 황칠나무, 황금빛의 찬란한 천연색을 내어 황금나무로도 불리는 황칠나무가 꽤 알려졌으나 이들 부부가 처음 황칠나무를 심겠다고 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말리기 일쑤였다.


 이나미 씨는 "저희 지론이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인데 나무에 제대로 도전해보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특히 황칠은 우리나라 고유수종이어서 더 관심이 컸으나 주변의 반대는 대단 했었다"며 회상했다. 그녀는 "이어리 박약국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 외할아버지께서 한약방을 하셨기에 나도 자연스레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나이 들어갈수록 약용작물 공부가 더 재밌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어 "지금은 순수 임업만 하는데 처음엔 땅도 부족하고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도 있었기에 절반은 나무, 절반은 땅두릅을 심어서 그걸로 점차 나무 심을 공간을 늘여 나갔다"고 설명했다.

 임업인 대상을 받은 부부답게 부인 이나미 씨는 약용 명인, 남편 김용준 씨는 공예 명인이다. 약초·약용식물 활용지도사부터 동의생활건강 지도사, 한국정통침구학회 정회원, 세계침구연합회회원인 이나미 씨는 우리나라 침술뿐 아니라 중국침술까지 자격증을 획득한 자타공인 전문가다. 김용준 씨 또한 2017년 전국영호남문화예술축제에서 황칠공예부문 대상을 받은 그야말로 공예 부문 전문가다. 항균에 뛰어난 황칠은 세계적으로 희귀한 황금색 전통 천연도료로 광택이 우수해 다시금 각광받고 있다.
 
인삼만큼 좋은 황칠,
인삼만큼 널리 알리는 게 목표

 지금도 처음 황칠나무를 심을 때가 눈에 선하다는 부부. 무작정 황칠나무의 대가인 전남 보길도의 박근재 전문가를 찾아가 황칠 묘목 3500그루를 사온 게 오늘 날 임업의 시작이었다. 부부는 황칠나무 뿐 아니라 두릅, 산양산삼, 비파나무를 함께 키우며 황칠나무의 때가 오기만을 묵묵히 기다렸다. 그 결과 국가인증 명품 10년 이상 친환경 무농약 황칠나무 농장인증을 받았으며 최근 10월 15일자로 유기농 인증농장으로 승격되는 영예까지 안았다.


 이렇게 오랜 시간 황칠나무에 정성을 들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청정지역에서 자생해 면역력 증진에 기여하는 황칠의 효능을 굳건히 믿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며 세월을 기다려낸 힘이었다.

 "황칠의 고급화와 대중화를 동시에 일궈가고 싶다"는 김용준·이나미 부부. 이들은 "황칠도 인삼 못지않게 좋은 성분이 많으며 인삼에 있는 사포닌 성분 또한 황칠에도 있다. 열매 역시 인삼의 그것과 비슷하다. 단 하나 차이는 인삼이 알려진 건 오래됐고 황칠은 최근이라는 점이다. 황칠이 인삼만큼 알려질 수 있도록 `황칠의 인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제는 그때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황칠나무를 향한 무한 애정으로 제2의 황금기를 빚어낸 두 사람이 산을 누비는 걸음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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