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낳을 수 있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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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낳을 수 있도록 해야"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11.09 13:17
  • 호수 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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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자 기자의 현장스케치 | 6년 연속 합계출산율1위 전남 해남군을 가다
남해군 인구정책팀 팀원들이 지난달 26일 6년 연속 합계출산율 1위인 전남 해남군을 방문했다. 본지 강영자 기자도 동행했다.

출산율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행정 다 같이 풀어가야 할 복합 과제
첫째도 낳을까 말까인데 셋째부터 혜택은 역행, 첫째부터 잘 키우도록 지원해야


여성 한 사람이 평생(가임기간 15~49세)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 수를 가리켜 전문 용어로 `합계출산율(合計出産率)`이라고 부른다. 1970년 당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무려 4.53명이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75년까지만 해도 3.43을 기록했으나 1980년부터 처음으로 2.82로 뚝 떨어지기 시작, 1985년부터 인구감소국 대열에 진입해 현재 대한민국은 OECD 국가 기준 출산율 꼴찌인 나라이다. 2015년의 합계출산율은 1.24, 2016년에는 1.17, 2017년에는 1.05를 기록했다. 그걸로 모자라 올해 2분기 통계청 발표를 보면 합계출산율이 0.9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출산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올해 합계 출산율이 사상 처음 0명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졌단 의견이 다분하다.

 현재 인구 4만 4000명 선인 남해군의 처지는 더 심각하다. 2016년 0.99명에서 2017년 기준 출산율은 0.95명이다.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이러한 간극을 고민하고 인구절벽에 대한 고민을 가장 먼저 시작한 지자체가 바로 전남 해남군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도에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팀`을 신설해 저출산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온 결과 6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1위를 지켜오고 있는 해남군. 그러나 `인구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결코 안주할 수 없다는 의지를 갖고 이 시대의 고민에 맞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해남군을 남해군청 인구정책팀과 함께  지난달 26일 방문했다.
 
# 다들 셋째에 집중할 때  `첫째`에 주목한 한 공무원

 해남군보건소 김미경 소장은 파워포인트로 `저출산 극복을 위한 맞춤형 출산장려시책`을 보여주며 지금부터 이미 10년 전, 모든 지자체가 셋째에 집중할 때 `첫째`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 소장은 "뭐든 해본 사람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첫째를 낳았을 때의 사회적 분위기, 첫째를 낳아서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이 조성돼 있을 때라야만 둘째, 셋째를 낳아볼까도 고려해보는 데 다들 아직 있지 않은, 예정에도 없을 수 있는 셋째 위주의 정책을 펴는 건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한 생각에서 전국지자체 중 최초로 첫째아 출생에 300만원의 양육비를 지원한 해남군이다. 둘째아 350만원, 셋째아 600만원, 넷째아 이상은 720만원의 양육비를 주지만 이를 일시불로 집행하는 건 아니다. 가령 첫째아를 낳았을 경우 30만원을 일시금으로 주고 매월 15만원씩 18회에 걸쳐 지급한다. 둘째는 일시금 80만원, 15만원씩 18회, 셋째는 120만원 일시금, 20만원씩 24회, 넷째아이상은 120만원 일시금 매월 25만원씩 24회에 걸쳐 지급한다.

 해남군 출산장려책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전 과정에 세밀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출산부터 육아에 이르는 정책에서 큰 특징은 `낳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고민을 줄여 주는 것으로 낳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다`는 정책 기조다. 이러한 무료산전검사나 임신부 초음파 및 기형아 검진비는 기본이며 가장 큰 특징은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난임부부 의료비지원이다. 법적 혼인상태에 있는 부부 중 만 44세 이하인 자에 한해 난임부부 시술 국비 의료비지원 외 추가로 소요되는 의료실비, 교통비 등 경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체외수정의 경우 1차 100만원, 2차 80만원, 3차 60만원까지 지원하며, 인공수정의 경우 1차 30만원, 2차 20만원, 3차 10만원까지 사용한 의료비 영수증을 제시하면 군비로 본인부담금을 지원해준다.
 
# 축하택배, 첫째아부터 기저귀값 지원, 신혼부부 대출이자

 예산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생명`으로 접근하는 해남군. 시행 중인 숱한 출산시책 중 가장 호응이 좋은 사업은 무엇일까?

 김미경 소장은 "다양한 시책을 제시하면 각 가정, 각 부부에게 필요한 시책이 생기는 것 같다.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기 위해 올해 봄에 전문가들 모셔놓고 한 달간 일주일에 두 번씩 밀도 있는 간담회를 통해 `출산정책미래설계포럼`을 개최했다. 이렇게 해서 계속 기존 정책을 리뉴얼 해나가는 게 우리 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출산가정에 쇠고기, 미역, 아기 내의, 액자 등 산모-아기사랑 택배지원 사업은 저비용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으며 월 6만4000원씩 기저귀값 지원해주는 사업도 기존 셋째아 이상에 적용되던 걸 첫째아로 확대해 관내 주민이면 소득 관계없이 24개월간 주는 것으로 정책을 보완했더니 호응이 좋다. 또 이번 포럼에서 새로이 발굴된 시책으로 1회 추경 때 바로 반영해 시행 중인 `신혼부부 보금자리 대출이자 지원정책(최대 100만원 한도. 연1회 최장 5년간)`도 호응도가 뜨겁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해남군은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사업도 펼쳐가고 있다. 특히 `수요일은 야근 없는 날`과 함께 `땅끝 아빠 캠프`는 관내 초등학생 이하 자녀와 아빠의 1박2일 캠프인데 해마다 더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싶다고 하며 횟수를 늘려 달라는 주문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각종 군비가 수반되는 사업에 대해 `군비 증액`이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 김 소장은 "인구 1명이 늘어나면 55만원의 교부세도 같이 늘어난다. 각종 시책으로 퍼주느냐고 묻는데 그렇게 한다고 해도 손해 보는 일 전혀 없다. 게다가 해남군 역시 큰 공장 없이 고구마, 단호박, 부추 지구 등 특화농업 등의 직군이 많은 곳이다 보니 농어업인들에게 주는 각종 보조사업이 많다. 시설비나 보조사업비에 비하면 출산장려책에 드는 비용은 정말 적다. 저비용·고효율이며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예산 배분이라고 생각 한다"고 강조해 다시 한번 기존 관념을 깨부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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