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조례 vs 감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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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조례 vs 감성교육
  • 남해타임즈
  • 승인 2018.11.09 13:52
  • 호수 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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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현 재
해양초 교사
본지 칼럼니스트

시월에 걷는 바래길엔 언제나 파란 그리움이 묻어난다. 잔잔한 파도는 속까지 드러낸 몽돌밭에 시를 쓴다. 아이들의 얼굴에 다도해의 가을 바다색이 물든다. 천진함이 일렁인다. 미세먼지 없는 공기는 남해군과 여수시의 좁은 해협을 당겨놓았다. "와 너무 가까워요. 바다색과 하늘이 같아요" 조잘거리는 아이들의 저 얼굴이 우리가 바라는 행복한 모습이다.

짙어져 가는 하늘을 보며 백여 명의 4, 5, 6학년 아이들과 바래길을 걷는다. 바래는 섬사람들이 해변이나 개펄에 고둥, 해초 등의 채취를 위해 다녔던 길인데 요즘은 트래킹 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이 가을 남해의 바다는 지중해나 카리브해의 바다 색깔보다 더 예쁘다. 아이들도 연신 핸드폰 사진을 담는다. 해맑은 모습과 도란거리는 이야기, 서로 부대끼는 어울림 속에 배려의 아름다움이 다가온다. 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한 일상을 살 수 있을까?

며칠 전 교사 다모임 시간에 실시를 앞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협의를 했다. 조항별 문구가 합당한지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성장단계에서 상황판단이 미숙한 학생들에게 적당할까? 오히려 사안 발생 시 시시비비를 법정에서 따지는 교육의 본질을 간과한 불미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왔다. 더구나 이미 떨어진 교권이 이 조례안으로 인하여 더 곤두박질하는 모습이 홀로그램처럼 나타났다. 어떻게 우리나라의 교육이 이 상황에 부닥쳤는지 개탄할 일이다. 모두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고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면 집단행동으로 변한다. 경쟁 속에 자라난 기성세대의 개인주의와 돈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자녀들에게 대물림되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소개된 부탄 여행기를 보았다. 국민소득 3000달러지만 국민 행복지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부탄의 행복 비결은 무엇인가? 그것은 공동체 생활을 통한 서로의 어울림 속에 내 아이 남의 아이 없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가지는 관심이었다. 흡사 지금은 붕괴해 버린 우리의 대가족 제도 그 모습이었다. 이렇게 우리나라도 한 때는 내 자식 남의 자식 할 것 없이 옳고 그름을 이끌어 주는 관심과 놀이가 인성교육의 주요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줄어드는 아이들과 돈이면 제일이라는, 상위 10%에 들어야 한다는 성적 경쟁에 내몰려 감히 생각조차 어렵게 한다. 누구야 밥 먹으러 오너라. 마을 타작마당에서 해지는 줄 모르게 숨바꼭질에 말타기 놀이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머니의 목소리에 끌려가는 모습은 찢어진 흑백사진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활방식을 보고 배우며 성장하여 대를 잇는다.  우리의 교육 현실은 경쟁 지옥이다. 더구나 수능을 앞둔 고3아이들을 보면 정말 이게 우리의 교육 현실인지 땅이 꺼진다. 오로지 내 아이만이란 생각,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심리가 사회를 더 각박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우리의 교육 현실을 알면서도 정권이 바뀌고 교육 수장이 바뀔 때마다 입안된 교육정책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단기간에 과시적인 성과를 매기려 하다 보니 나타나는 이율배반이다. 바로 서두름과 나만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시각으로 공교육을 둘러싸고 파생되는 사교육 시장의 폐해를 바로 봐야 한다.

경쟁과 이기심으로 팽배한 지금의 교육 현실을 돌릴 수 없다.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체험을 통한 감성 교육도 계획해 지시해야 하는 현실이다. 그러나 남해섬 아이들은 고개 돌리면 품을 수 있는 감성의 메아리를 언제나 외칠 수 있다. 바다를 보며 황토밭 길을 걷고, 길섶 도랑의 집게발이 빨간 도둑게를 보며 "우와! 호박이 머리보다 크다" 하며 자지러지는 모습이 바로 감성 교육의 출발이다.

세상의 모든 일을 조항으로 만들어 통제할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 자연의 이치를 보며 유순함을 갖는 더불어 사는 교육환경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오늘 아이들과 두 시간여  걷는 바래길은 선생님, 아이들 모두 감성의 씨앗을 파란 하늘에 뿌리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성장하여 주인공이 되었을 때 정말 살맛 나는 교육환경이 더 불어오기를 기대하며 살랑바람에 기대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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