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여행이 인생취미… 만년청년 김광식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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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여행이 인생취미… 만년청년 김광식이 사는 법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8.12.17 15:41
  • 호수 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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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남해 프로젝트

 로베리아, 팜파스그라스, 팔손이, 코레옵시스 등 이름조차 생소한 식물을 재배하는 사람이 있다. 마늘과 시금치 대신 만년청을 키우기에 농장 이름도 만년청원이라 지은, 유통기한이 있다면 적어도 만년쯤은 `청년`으로 불릴 것 같은 남해청년 김광식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고령사회를 맞이한 남해군, 인구소멸지역 상위권을 차지하는 남해군에도 분명 청년은 산다. 본지는 이러한 청년을 찾아 이들이 가진 매력을 전파하고자 한다. 청년이 가진 힘, 청년이 가진 불안, 달리 보면 보이는 청년이 가진 여유까지. 작은 지면이지만 최대한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오늘부터 시작한다. 이름하여 `청춘남해 프로젝트` 그 첫 번째 청년은 겉보기엔 20대 총각 같지만 알고 보면 7세 아들, 6세 딸, 3세 아들을 둔 세 아이의 아빠 37세 김광식 씨다.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포슬린 아트`를 즐기는 아내의 사랑을 동안의 비결로 꼽는 애처가 광식 씨가 전하는 농촌에서 사는 법을 들어보자.
 
만년청(萬年靑)에 미래를 걸다
 37년째 은혜농원을 운영하는 김종문, 김점숙 부부의 자녀인 김광식 씨는 집 자체가 거대한 온실이었다고 설명하며 자연스레 식물과 친해진 계기를 말했다. 원예전문가 부모의 아들답게 그 역시 경상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식물덕후다. 생소한 이름의 만년청에 미래를 걸게 된 데는 깊은 역사가 있었다. 광식 씨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5년, 광식 씨의 아버지 김종문 씨는 부산 용두산공원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거기서 만년청을 보고 반해 달러 급전을 써서 당시 180만원을 주고 사왔다고 한다. 만년청은 20년 넘게 농원에 뿌리내렸고 광식 씨의 눈에도 화려한 무늬가 엽예가 뛰어난 만년청은 매력 있었다. 그렇게 만년청 재배에 사활을 걸고 군 제대 후 바로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만년청 농장에서 공부와 일을 병행하게 된 것이 만년청 사업의 시작이었다. 광식 씨는 "스스로 확신이 있어야 하므로 늘 공부한다. 지난 8일에도 오사카의 파인브루클린이라는 전시공간에서 열린 식물전시회를 보러 갔는데 오픈도 채 하기 전에 대기 인원이 너무 많은 데다 전시가 시작되니 사진 한 장 못 찍을 정도로 인파가 몰려드는 모습에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앞서가는 곳을 찾아가서 계속 정보를 수집하고 씨앗을 모으는 작업을 해마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지은 만년청원이라는 농장은 원예인들 사이에선 `특이한 농장, 재미난 농장`으로 입소문이 나 있어 판매 또한 서울과 경기 등 전국구로 이뤄지고 있다.
 
꽃과 식물 더 `과감하게` 썼으면
 그가 식물을 선택하는 기준은 남다르다. 기본적으로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한다. 선택의 기준점은 남부지역에 맞는 품종, 가온을 하지 않고 키울 수 있는 것, 월동을 하지 않고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광식 씨는 "농장일 9년차인데 겨울은 거의 비수기다. 난방비를 쓴다는 건 수입은 없는데 투자는 해야 한단 뜻이므로 식물의 가온 여부는 중요하다. 남해는 물류비 경쟁에서 당할 수 없기에 개성 있는 품목을 자기방식으로 배양하는 연구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식물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않는다. "작년부턴 로벨리아를 키우기 시작했다. 유배문학관 앞 연못에 수생로벨리아를 심으면 붉은 긴 꽃이 장관일 것 같아 무료로 식재해주겠노라 제안하기도 했는데 `꽃색깔이 빨간색이어서 안되겠다`는 대답을 듣고 하동군에 로벨리아를 준적도 있다"며 웃었다.

 식물덕후인 그가 생각하는 `사랑받는 남해`는 어떤 모습일까. 광식 씨는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정관념에 싸여 산다. 예를 들어 마늘축제라 하면 마늘테마만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려 하는데 외려 다른 식물과 꽃들도 과감하게 쓸 줄 알아야 한다. 꽃과 식물은 공산품이 아니므로 당일치기로 구할 수 없으니 축제 임박해 계획 세우지 말고 미리 계획해 과감하게 써보면 한정적인 테마도 다른 느낌으로 나올 것"이라며 "지역내 유명축제로 만들고 싶다면 그만큼 과감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나라가 물놀이장이라면?
 항상 가장 먼저 묻는 "꽃은 피냐?"는 질문이 참 안타깝다는 광식 씨다. "사실 식물의 전 생애로 봤을 때 꽃은 잠시인데 유독 꽃이 피는 식물만을 찾는 경향이 많다. 그래서 꽃이 지고 나면 천대받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정말 식물을 좋아해서 단 한번만이라도 애지중지 키워보는 재미를 느껴보았으면 하는 게 식물애호가가 전하는 작은 바램"이라는 광식 씨. 오로지 식물과 여행만이 관심사라는 그가 꼽는 남해의 명소는 금산과 양화금. 그런 그가 바라는 변화는 소박했다. "처가가 창녕이다. 거기 창녕문화공원 어린이 물놀이장이라는 무료 물놀이장이 있다. 4억 예산 갖고 남산 아이나라 정도 크기로 지어졌던데 정말 인기가 많았다. 남해에서는 아이 데리고 갈 곳 없다는데 이런 시설만이라도 있다면 좋겠다"며 사람 좋게 웃는다. 그의 미소는 자연의 힘일까, 아이의 힘일까. 아니 사랑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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