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속을 떠나 향기롭고 억센 야생화로 살고 싶다"
상태바
"온실 속을 떠나 향기롭고 억센 야생화로 살고 싶다"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9.01.18 09:49
  • 호수 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9년 공직생활 마감한 박경열 진주우편집국장

은퇴 이후 인생2막을 삶을 준비하고 있는 박경열 전 진주우편집중국장

 "돌이켜보면 온통 다 감사한 일뿐이다. 우체국이라는 안정적인 온실 속에서 39년간 무탈하게 잘 생활하고 부모님 두 분 잘 모시고 자식 둘 다 키워 놓았다. 우체국이라는 온실 속에서 잘 지내다 나온 기분이다. 그 직장과 동료들에게 너무 고맙다" 39년간의 우정공무원생활을 마치고 지난 1월 1일자로 6개월 공로연수에 들어간 박경열 진주우편집국장의 감사인사다. 지난 4일, 남해읍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경열 전 우체국장은 밝은 표정이었다.

 남해읍 남변동의 박연호(91)·강민엽(90) 어르신의 2남 2녀 중 둘째이자 장남으로 태어난 남해사나이 박경열 전 우체국장, 그는 1979년 8월 남해우체국으로 첫 발령을 받아 금융창고 업무부터 시작해 인근 하동근무 1년, 남해우체국으로 다시 돌아와 물류와 영업 분야에서 매진하다 2015년 7월 1일자로 그 어렵다는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해 경남 진해로 물류과장으로 갔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2018년 1월 1일자로 직위보직 받아 서부권역의 우편물류 총괄 책임자인 진주우편집중국장으로 발탁돼 마지막 열정을 쏟아냈다.

 긴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남변동에 살고 계신 두 부모님을 뵈러 매주 내려온다는 박경열 전 국장은 "그동안 못 만난 벗들도 만나보고 6개월간의 공로연수 기간 동안 제2의 인생을 위해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실 처음엔 곧장 고향 남해로의 귀향을 계획하기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더 일할 여력도 체력도, 포부도 있기에 다른 일을 도모할 계획이라는 박경열 전 국장. 그는 "워낙 낚시를 좋아하니 낚싯배를 한 척 사서 고향에서 부모님 모시고 살까 생각했다. 또 제가 7년 넘게 취미로 벌을 키워왔기에 그걸 살려 양봉도 좀 해봐야지 했었다. 그러나 아직 좀 더 일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6개월을 다음 직장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두고 제 건강도 더 다듬고 부모님을 더 자주 찾아뵙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핏덩어리로 날 낳아서 넘어질세라, 아플세라 부모님은 날 그리 키웠을 텐데 내 부모가 아프다 해서 짜증내는 건 아닌 것 같다. 잘해드리진 못해도 관심만이라도 더 갖는 아들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절대 미룰 수 없는 일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평생을 `나`라는 사람 곁을 지켜준 예쁜 아내를 위한 시집 발간이 그 일이다. 나 안 만났으면 더 좋은 사람 만나 더 편하고 더 화려하게 살았을 사람인데 나 만나서 고생시킨 것 같아 늘 미안했다. 그야말로 졸시다, 그간 60편 정도를 써 두었는데 그걸 다듬어서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책을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로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 번 누우면 두 번 눕고 싶어지는 게 인지상정인 것 같다. 나태해지지 않으려 출근할 때와 똑같이 생활한다. 그동안 우체국이라는 좋은 온실 속에서 살아왔다면 이제는 정말 향기 나고 억센 야생화로 살아보고 싶다. 내 능력껏 한번 뛰어 보고 싶다"며 푸르디 푸른 포부를 들려주었다. 박경열, 열정의 또 다른 이름 같았다. 역시나 강인한 남해인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