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는 끝까지 터 잡고 살아갈 제2의 한국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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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는 끝까지 터 잡고 살아갈 제2의 한국이죠"
  • 강영자 기자
  • 승인 2019.01.31 15:09
  • 호수 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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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 일본에서 20년 넘게 살다 귀촌한 안소희 씨 가족
일본에서 20년 넘게 살다 언니 안소영(사진 오른쪽) 씨 따라 귀촌한 안소희 씨.

SNS에서 버려지는 캔을 활용해 보는 이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가 짓게 하는 익살스런 `캔아트`를 하는 분이 계셔서 궁금해졌다. 정성을 다해 공간을 아름답게 재창조하는 모습 사이사이에 간간이 올라오는 전복죽과 멍게비빔밥, 해물전골 등의 음식의 모습 또한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여 용기 내 찾아가 보았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그곳은 맛도 예술, 공간도 예술, 친절과 청결도 예술인 미조면사무소 바로 옆 `팔도 전복죽`이었다. 가게를 운영하는 두 여인네는 친자매. 언니 안소영 씨는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2002월드컵`이 한창일 때 미조로 귀촌한 귀촌 20년차를 향해가는 귀촌 선구자였으며 생활예술가이자 친절과 청결을 담당하면서 공간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매니저인 동생 안소희 씨는 일본 유학에서 지금의 옆지기이자 평생친구인 타케모토 슝야(옆 사진)씨를 만나 일본 미야자키에서 20년 넘게 살다 지난 2015년 미조로 귀촌한 새내기였다.

이들 자매가 미조에서 서로 의지하며 오는 손님들에게 건강함을 선사하는 사는 이야기. 시간이 천천히 가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새록새록 느낀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남해가 예쁘다면서요? 
그런데 왜 예쁜 풍경 볼 여유는 주지 않나요?"

낚시를 워낙 좋아하던 안소영 씨의 남편 김경섭 씨, 지인의 낚시가게가 있는 미조로 자주 놀러 오다 지인이 가게를 경영하기 어려워지자 소영씨 부부가 `팔도낚시`를 도맡게 되면서 본격적인 남해살이가 시작되었다. `팔도낚시`를 운영하면서 아내인 소영씨가 가게를 찾는 손님들에게 환원해주고자 시작된 `여름 수박화채, 겨울 어묵탕`, 손님들은 소영 씨에게 `음식점을 차려서 아침밥을 팔면 좋겠다`는 건의가 계속 있었고, 이를 받아들여 싱싱한 남해산 전복으로 뜨끈한 죽을 끓여 팔기 시작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일본에서 전문 요리사로 한식당을 경영하던 동생네 부부까지 미조로 오게 되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 음식은 더욱 풍성해졌다.

서울 아가씨 둘은 어느새 미조 아낙이 되어 남해의 맛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진주 사나이인 김경섭 씨는 여전히 낚시배 운영과 함께 민박집 운영을 시작했으며 일본 사나이 타케아먀 슝야 씨는 요리 지원과 캔아트 공예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게는 그 자체로 독특한 문화가 느껴졌다. 테이블마다 놓인 정갈한 전복껍데기와 네임펜은 주문과 동시에 들어가는 `느린 음식점`에서의 기다리는 시간을 채워주는 작은 배려다. 전복껍데기에 소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게 하고 그걸 `소원의 벽`에 붙이는 동안 음식을 보글보글, 추억은 방울방울 피어나니 말이다. 

 

한쪽 벽면엔 캔아트 예술품이 하나하나 이야기를 품고 재밌는 표정으로 우릴 부르고 있고 화장실은 또 어떤가. 버려진 장롱을 다듬어 문을 만들고 벽면에도 재활용해 공간을 개성 있게 꾸몄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청결했다. 이들 자매가 꼽는 남해의 매력은 단연 `훼손되지 않은 자연`. 깨끗한 남해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가게가 되고 싶다는 소희 씨는 "남해 관광객이 참 많이 줄었다.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무엇부터 할까 고민하다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변화하자 싶어서 하나씩 찾아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친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먼저 인사하고 밝게 인사 잘하는 게 기본인데 여기선 먼저 인사를 건네면 돌아오는 말이 "니 내 아나?", "여기 사람 아니죠?" 등등이었다고. 하지만 오늘도 씩씩하게 인사하는 이들이다. 또 하나 이들이 본 안타까움은 `대중교통`문제다. "남해는 타 지역민들에게 여유와 힐링의 상징인데 실상 대중교통으로 여행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버스가 너무 빠르고 급정거 급발진이 많다"며 "미조는 시외버스 자체도 많이 없어 젊은 관광객 유치가 어렵다. 남해가 예쁘다는데 버스 타는 시간만이라도 그 예쁜 풍경을 볼 수 있도록 해주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된다. 관광객들은 자차를 타고 오지 않는 이상 남해여행은 너무 힘들다며 관광지 순환버스라도 있으면 기꺼이 돈 내고 탈 텐데 아쉽다고 한다"고 말했다.

`남의 동네에서 산다는 본질` 닮은 이민과 귀촌

주변에 귀어, 귀농한 분들을 보니 막상 혜택 받으려면 서류는 복잡하고 실상은 무리한 빚쟁이가 되는 경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소영 씨는 "외려 그렇게 빚을 내 배를 샀던 사람들이 얼마 못 가 배를 도로 팔고 돌아가는 경우를 여럿 봤다. 큰 빚 안 지고 살아갈 일이 필요하다"며 "귀촌하려 하는 분들도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는 남해의 성수기, 비성수기가 뚜렷한 남해인만큼 적어도 사계절을 겪어보고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동생 소희 씨도 "남해로의 귀촌이나 일본으로의 이민이나 비슷하다. 유학 와서 공부해보니 남은 이와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이가 차이가 났다. 남의 동네에 산다는 건 똑같다. `막연하게 되겠지`하는 마음에서 오면 쉽게 돌아간다"고 조언했다. 이들 자매가 꿈꾸는 남해에서의 삶은 무엇일까. "굵직굵직한 관광지가 아닌 세세한 아름다움, 지도 속 남해가 아닌 발끝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그야말로 우리만의 `남해완전정복`을 해보고 싶다"는 것과 `행복한 노년으로 함께 가는 소통하는, 카페 같은 가게`에서 `이웃과 더불어 사이좋게 살고 싶다`는 따스한 꿈을 속삭였다. 미륵이 도운다는 미조에서 이들이 돕고 살아갈 내일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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