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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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점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1.3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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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국의 시대공감

필자의 이십대초 어느 날의 일이다. 아파트에 이모와 막내 외삼촌 어머니 두 동생 다섯 식구가 살았는데 그날 어머니는 출타 중이셨고, 우리는 저녁을 과자와 빵 과일로 대신하기로 하고 2만원으로 장을 보았는데 잠시 후 귀가한 두 동생의 양손에는 엄청난 양의 먹거리에 깜짝 놀랐다. 다섯 식구가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는데 한 둘씩 부른 배를 만지며 물러앉았는데 둘째가 임전무퇴의 각오로 끝까지 먹는지라 그 먹성에 화가 나는 지경이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남은 음식을 먹어치운 후 천원을 달라고 하길래 어디 쓸려고 물으니 라면을 먹겠다한다.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르는데 꾹 참고 천원을 주었다. 이후 돌아온 둘째의 손에는 세 개의 라면이 들려있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라면을 물에 넣을 때를 기다렸다 넣자마자 화를 내며 큰 소리쳤다. "국물은 남겨도 면 남기면 너 오늘 내손에 죽는다"며 빨리 먹으라고 독촉했다. 설마 했는데 이놈이 면을 가뿐하게 다 먹고 보란 듯이 밥통에 밥을 다 말아버리는데 터질 것 같은 분노를 표현 할 길이 없었다. 옆에 있으면 한 대 칠 것 같아 그냥 방에 들어가 화낼 방법이 없어 담배로 분을 삭였다. 

세월이 흐른 후 두 동생과 어머니는 모두 남해로 귀향하여 살고 있다. 십여년 전 둘째가 갑자기 마라톤을 한다고 하는데 120킬로의 무게로 달리겠다하기에 작심삼일이겠거니 했는데 얼마 후 하프코스를 완주했고 일과 후 매일 20킬로 이상을 뛰는데 그 의지에 경외심까지 들었다. 100킬로가 넘는 거구로 풀코스를 완주 하더니 10회 이상 완주를 했다. 아침 일찍 매장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데도 불구하고 새벽까지 뛰더니 전 보다 많이 먹으면서도 몸무게가 40kg 이상 줄어 대단하다 칭찬하니 마라톤으로 정말 큰 교훈을 얻었다하며 사점(死點 , dead point)을 얘기했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고 근육이 아파 움직이면 찢어질 것 같은 그 순간이 사점이며 사점을 넘는 것이 완주를 할 수 있는 힘을 얻는 순간이고 이 값진 경험은 어떠한 삶의 고난도 극복할 힘의 원천이라 말한다.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다친 후 마라톤을 그만두었지만 오늘 나를 바라보는 동생의 눈이 나에게 묻는다. 형, 삶을 열심히 달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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