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에게 배운 텃밭정원 가꾸기와 토종씨앗 지키기
상태바
옛사람에게 배운 텃밭정원 가꾸기와 토종씨앗 지키기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5.23 19:15
  • 호수 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인4색` 세 번째 순서 
`정원의 농부` 오 도 작가 강연 열려 

`남해에서 만나는 작가 4인4색` 세 번째 순서로 `정원의 농부` 오 도 작가 강연이 지난 17일 오후 2시 화전도서관에서 열렸다.

텃밭정원 가이드북룘의 저자이자 풀무학교 교사인 오 작가는 이날 `글을 심고 가꾸는 정원에서`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과 우리나라 토종 씨앗을 지키고 보급해온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사진>

 

소작농의 딸 원예교사 되다

충남 홍성의 소작농 집안에서 자란 오 작가 4남매는 부모를 따라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일을 했다. 그녀는 풀무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만 졸업하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마침 고 3때 풀무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 여자대학에 유학할 기회가 생겼다. 전액 장학금을 받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원예대학에 다녔는데 정원이 아름다웠다. 학교 공간 어딜 가도 꽃 장식이 있었고 친구들이 굉장히 행복하고 1년에 몇 번씩 해외여행을 하는데 문화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왜 이렇게 행복할까 의문이 들었는데 그녀가 얻은 답은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서라고. 아름다운 공간에서 일할 때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기농법을 배우려다 2학년 때 화훼로 전공을 바꿨다. 3학년 때는 화단설계를 전공했고 학교 3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지도를 펴놓고 집에서 가장 먼 곳을 찾았다. 그렇게 제주도 여미지식물원에서 4년 일하고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2002년에 풀무학교 교장이 찾아와 농업전문대학(전공부)을 만들었는데 오 작가가 다닌 게이센대학처럼 정원이 아름다우면 좋겠다며 원예교사 자리를 제안했다. 남편과 상의해서 2003년에 다시 풀무학교로 돌아왔다. 농업대학에 원예교사로 온 거다. 어떤 일을 할지 고민을 했다. 학교의 자투리 땅을 가꾸고 싶었다. 채소와 꽃을 함께 심는 정원을 생각했다. 채소와 꽃이 어우러진 텃밭정원 가꾸기를 시작했다.

오 도 작가가 토종씨앗 쥐이빨강냉이와 울타리강낭콩 심기 시연을 하고 있다.

텃밭정원 가꾸며 토종씨앗에 눈 뜨다 

우리나라 농부들은 옛날부터 섞어짓기를 했다. 주작물 사이사이에 수수, 팥, 옥수수 등을 심었다. 지금도 할머니들이 논둑에 참깨 들깨를 심는데 이유인즉, 지주에게는 주작물만 나눠주면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섞어짓기를 하면 작물이 다 잘된다. 

우리 농사 5천년 역사에서 섞어짓기의 과학적·역사적 타당성을 알게 됐다. 텃밭정원을 곳곳에 만들었는데 학생들도 좋아하고 작물도 잘됐다. 가령 메리골드(서광)나 채송화를 심으면 집 안에 뱀이 들어오는 걸 막고 뿌리옥선충의 피해도 막아준다. 한련화는 먹을 수도 있고 진딧물 예방을 해준다. 이런 내용을 다루는 교과서가 따로 없어 쓴 것이 룗텃밭정원 가이드북룘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씨앗 받는 농사매뉴얼룘도 교과서로 쓴 책이다. 완두콩을 키우려고 씨앗을 샀더니 색깔이 핑크색에 가까운 주황색이었다. 살충제와 염색액을 발라서다. 어릴 때 보던 씨앗 색깔과 너무 달랐다. 풀무학교는 유기농업을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곳인데 씨앗부터 살충제로 오염돼 있으면 유기농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GMO(유전자조작)씨앗이었다. GMO 식품을 우리는 25년간 알게모르게 먹어왔다. 이제 언제 그 폐해가 나타날지 모른다. 그래서 씨앗을 받기로 결심했다.

 

마을마다 씨앗도서관이 생기기를 꿈꾸며

2014년에는 씨앗도서관을 만들었다. 대산농촌문화재단에 우리동네 씨앗도서관 만들기로 응모해서 900만원 지원을 받았다. 일반 도서관은 책을 빌려주지만 씨앗도서관은 씨앗을 빌려주고 1년 후에 다시 씨앗으로 갚는 시스템이다. 학생들과 함께 동네 할머니들을 찾아다니며 씨앗을 모으는 `씨앗마실`을 시작했다. 

씨앗과 함께 할머니들의 역사도 기록했다. 옆 동네 78세 할머니의 팥과 신길마을 82세 할머니의 초록색 메주콩(청태)은 시집 올 때 혼수로 싸온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할머니들은 시집올 때 가져온 씨앗을 잃어버리면 친정과의 연이 끊긴다고 믿고 있었다. 아직도 토종씨앗이 있는 이유를 그때 처음 알았다.

씨앗과 할머니 열 분의 이야기를 담아 2019년에 룗우리동네 씨앗도서관룘이란 책을 냈다. 마을마다 씨앗도서관이 생겨 GMO씨앗이 섞이지 않기를 바란다.

오 도 작가는 강연을 마치고 청중들과 함께 우리나라 토종씨앗 쥐이빨강냉이와 울타리강낭콩을 심어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6월 11일(화)에는 양미석 여행작가가 `여행하며 글 쓰며`라는 주제로 4인4색 마지막 강연을 한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