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람들과 그윽한 차가 있어 남해는 더욱 향기롭다
상태바
멋진 사람들과 그윽한 차가 있어 남해는 더욱 향기롭다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5.31 14:19
  • 호수 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 한국다도협회 남해다향지부를 찾아서

작가 임종욱은 2012년 장편소설 <남해는 잠들지 않는다>로 제3회 김만중문학상 대상을 받자마자 남해로 내려와 창작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현재 진주교육대학교에서 문학과 작문을 가르치고 있고, 본지에 <남해문화단체 탐방기>를 연재하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현대불교신문>에 남해에서의 생활을 소개하면서 부처와 공자의 말씀을 곁들인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제9회 청포다례제에 모인 남해다향지부 회원들.

우리나라에 차 문화가 자리한 시기는 7세기 전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우리나라는 물맛이 좋아 샘물이나 우물물, 시냇물, 강물을 그냥 마셔도 상쾌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차가 생활에 스며든 까닭은 물맛을 더하고 심신을 벼리면서 공덕(功德)을 베풀고, 신불(神佛)이나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방편으로 쓰였을 듯하다.
고려시대 들어 음다(飮茶)의 풍속은 더욱 대중화되어 여러 행사에서 차가 기호식품으로 정착했다. 조상제례를 일컫는 말이 차례(茶禮)라 불리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차는 몸과 마음을 맑게 하여 세상을 바로 보고 깨끗한 삶을 지키려는 정성의 상징이 되었다. 차가 일상화되면서 다구(茶具)도 다양하게 고안되었는데, 특히 고려청자가 발달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많은 다인(茶人)들이 나와 차의 미덕과 효능을 송영(頌詠)하는 시를 남겼다. 차는 선가(禪家)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수행의 요긴한 도구였다. 화엄사와 쌍계사, 대흥사는 주요한 차의 산지였고, 다승(茶僧) 초의(艸衣) 스님의 우리 차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조주다풍(趙州茶風)이란 말도 있듯이 선다일여(禪茶一如)의 다풍(茶風)은 우리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산이다.
한때 일본식 말차(抹茶)가 기승을 부렸고, 서양에서 커피가 들어와 잠시 주눅이 들기도 했지만, 이제는 차의 가치가 널리 알려져 곳곳에서 우리 차를 즐기고 간직하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남해에서도 그렇게 우리 차를 아끼고 널리 소개하려는 분들의 모임이 있다. 한국다도협회 산하 `남해다향지부`(지부장 신차철)가 그 본산이다. 지부가 결성되어 활동한 것이 1999년부터라니 어느 새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지부에서 배출한 다도인(茶道人)만도 200여 분이 넘는다고 한다.

남해다향지부 신차철 지부장과 이금숙 다도 전수자.

읍내에서 홈마트를 운영하고 있기도 한 지부장님과 부인되는 이금숙 선생의 차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지고(至高)하다 말할 수 있다. 이금숙 선생은 건강과 수양에 도움이 되는 차 문화를 남해에 알리고자 다도 전수자를 자처하면서 누구보다 지극정성으로 이 일에 앞장섰다. 모임을 취재하고자 연락을 드렸다가 나는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다. 지난 18일 유배문학관에서 열린 제9회 창포다례제에 초청을 받은 것이다.
해마다 단오 때면 열리는 창포다례제는 남해만의 개성을 살리고자 올해는 나라를 지킨 여덟 분의 호국영령을 모시고 헌다(獻茶)하는 의식을 가졌다. 임진성 수군과 설흘산 봉화지기, 서포 김만중선생, 태조 이성계, 무민사 최영장군, 충무공 이순신장군, 남해 바다용왕, 팔만대장경이 성심으로 우려낸 차를 받았는데, 나는 김만중선생의 대역이 되어 자리에 앉게 되었다. 소설도 쓰고 김만중문학상도 수상했으니 자격이 있다는 말이었는데, 참으로 외람된 대역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헌다만 아니라 장고춤과, 가야금 연주와 병창, 교방 굿거리, 남도민요, 판소리, 남해 가수 류은희 씨의 공연 등 다채로운 사위들이 쪽빛 색감으로 연이어져 행사를 더욱 값지게 물들였다.
이금숙 선생은 다도의 의의에 대해 예절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흥겹고 정겨운 잔치 한마당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어 보람이 크다고 기뻐했다. 우리 남해에도 용문사와 상주 일대에 야생 차밭이 잘 보전되어 있고, 남해농촌지도소에서도 녹차를 시험 재배하는 등 남해의 산과 들에는 그윽한 다향(茶香)이 시나브로 스며들고, 차에 매료된 분들의 발걸음으로 지부 사무실이 분주하다고 전해 주었다.
남의 도움으로 얻은 이윤은 남과 함께 써야 한다는 보시(布施)의 정신을 좌우명 삼은 신차철 지부장님과 이금숙 선생,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다도 생활을 꿈꾸는 다향지부 회원분 들의 이타행(利他行)은 마음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는 홈마트 뒷마당에 마련된 공방에서 다도 시연이 있고,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는 유배문학관 앞 유배 초옥에서 군민들을 위한 차 공양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단다.
이 향기 넘치는 모임에 동참해 다향에 흠뻑 취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이금숙 선생(m.010-3835-7599)께 연락 주시기 바란다. 차를 마시며 잠시 우화등선(羽化登仙)하는 잊지 못할 경험을 하시게 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