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와 `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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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와 `히토`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7.08 10:59
  • 호수 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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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명의 숨비소리

5월 1일 지인이 갓 태어난 새끼고양이를 두 마리 선물했다.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 고민하다가 한 마리는 `나루` 다른 녀석은 `히토`라고 지었다. 고양이를 보면 왠지 일본인의 속성이 생각났었다. 스스로는 깨끗하지만 교활하고 국수적인 성향이 짙다는 점에서 일본인과 닮았다는 나의 선입견 탓이 컸다. 하필이면 그날이 일본 천황 `나루히토`의 즉위식 날이기도 했다.
이제 두어 달 돼서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눈치도 보통이 아니다. 퇴근해서 내차가 집근처에 오면 쪼르르 두 놈이 달려 나온다. 나는 연신 "나루" "히토"를 외치며 끼니를 챙겨준다. 내가 그놈들의 주인임을 각별히 상기시키기 위함이다. 요즘은 산책을 나가도 두 놈이 같이 뒤를 따른다. 출근 때면 잠시 동안의 작별도 아쉬워서 발광이다. 나는 이제 그 놈들에게는 절대자가 됐다. 곁에서 지켜보던 집사람이 잔소리를 한다. 아무리 반일감정이 강하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하는 게 유치한모양이다. 필자도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졸렬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라는 데 심정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어야지 하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내 생각을 접게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6월 말 `자유롭고 공평한 무역`이라는 핵심의제를 다루기 위해 일본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열렸고 각국의 정상들은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그러나 정상회의가 끝나지 마자 성명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일본정부는 한국의 일제강점기 징용배상문제에 대한 대한민국 법원의 배상판결 보복차원으로 한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발표했다. 한국의 외교정책 실패도 문제이지만 그야말로 일본인의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단면이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산업의 `급소`인 소재 수출에 대한 규제 강화라서 더욱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바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지만 이번 제재조치로 인해 일본 기업이나 한국 그리고 국제적인 제조 망에 상당한 충격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악화일로를 치닫던 세계무역의 기조가 화해의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 개최된 G-20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도 무역전쟁 대신 상생의 기류를 회복시켜 미국증시가 사상최대의 증가폭을 나타내는 등 새로운 세계무역질서의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때에 유독 일본이 한국에 대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화가 났다. 내 행동을 되새김할 겨를도 없이 냅다 `나루`와 `히토`에게 화풀이를 했다. 좋다고 다가오는 놈들을 발길질로 밀어냈다. 처량한 눈매로 나를 쳐다보며 구원을 요청하지만 아직도 나의 졸렬한 성품은 완강히 그들을 거부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 가깝고도 먼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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