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의 제철밥상으로 진짜 남해의 맛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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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의 제철밥상으로 진짜 남해의 맛을 느껴보세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08.19 11:14
  • 호수 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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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언니네 부엌의 김현주·이희순 씨
(왼쪽부터) 언니네부엌을 기획한 김현주 씨와 언니 셰프 이희순 씨.

남해읍 대안문화공간이자 여행자센터인 둥지싸롱이 문을 연 지 3년차, 올해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둥지기획단을 구성해 7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간 문화다양성을 표방한 시골영화제를 진행하고 있고, 8월 15일 광복절에 열린 남해여성회 주관 제3회 숙이나래문화제를 기획·진행했다. 2017년 3월 18일 시작한 남해 제철요리교실 `언니네부엌`은 둥지싸롱의 초창기 프로젝트이자 3년 동안 꾸준히 이어온 요리프로그램이다. 남해 귀촌인과 여행자를 주 대상으로 고구마빼때기죽, 도다리쑥국 등 `오롯이 남해스런 요리들`과 제철음식들을 선보여온 언니네부엌은 소박한 남해 전통의 맛을 되살리고 남해사람의 넉넉함을 나눌 줄 안다. 귀촌한 언니 김현주(남면 월포마을) 씨와 남해토박이 언니 이희순(고현면 이어마을) 씨를 만나 언니네부엌의 과거와 현재, 미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언니네부엌 요리교실 참가자들이 가리장 비빔밥을 만들어 즐겁게 시식회를 갖고 있다.

3년째 이어지는 둥지싸롱 남해 제철요리교실 `언니네부엌`
멸치쌈밥, 빼때기죽, 해초비빔밥, 가리장 등 요리책 출간계획도

언니네부엌은 어떻게 시작됐나 ^ (김현주) 남해에 귀촌하고 천연염색 수업과 우리옷연구회 수업에서 언니를 만났다. 매주 목요일 연구회 수업을 하고 나서 회원들이 반찬 한 가지씩 해와서 밥을 함께 먹었다. 그런데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멸치쌈밥, 빼때기죽 등, 남해 고유 음식들은 먹기만 하기엔 아쉬웠다. 이 음식들을 알리고 싶어서 언니네부엌을 하자고 권했다. 한 달에 한 번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남해 음식에 관심이 많은 귀촌인들이 주로 신청한다.
 
언니네부엌에서 주로 하는 음식은 ^ (이희순) 갓김치, 남해의 봄을 알리는 음식, 보리새우, 해초비빔밥, 우럭조개탕, 멸치튀김과 쌈밥, 멸치회, 붕장어탕, 열무김치와 쏙 튀김 등을 했다. 남해에서 나는 재료들로 어떻게 음식을 해먹는지 알려주려고 했다. 가을김치라고 해서 김장하기 전에 솎은 배추와 무, 말리지 않은 햇고추를 갈아서 얼갈이 김치 비슷한 남해가을김치를 해줬는데 히트를 쳤다. 가리장도 최고 인기였다. 할머니들이 아직도 드시던데, 원래 탕국물에 지짐 밀가루 반죽, 소고기, 제사나물, 소, 홍합 산적 등 남은 제사음식을 한데 넣고 걸쭉하게 끓인 거다. 그걸 넣고 비빔밥을 해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남해 전통음식 조리법은 어떻게 전수받았나 ^ (이희순) 스물일곱 한창 엄마에게 음식 배울 시기에 엄마가 돌아가셨다. 그래도 엄마의 맛을 따라가다 보니 음식 맛이 되더라. 내 음식에서 엄마의 향기가, 맛이 난다고 오빠들이 말해줬다. 내가 먹던 맛이어서 찾아가는 거다. 손맛이 아니라 내 입맛으로 찾아간다.
 옛날 남해음식은 정말 투박했다. 열무김치만 해도 나무껍질처럼 뻣뻣했다. 남해는 경작지가 부족해서 맹(무명), 목화를 심었다. 콩 심은 새 열무씨를 심으면 콩밭열무, 맹밭 새 심으면 맹밭열무라고 불렀다. 콩밭열무는 달고 맛있다. 맹밭열무는 쓰고 맛이 없다. 노지 재배 열무랑 비닐하우스 재배 열무가 맛이 다르다. 노지 것은 쓴 맛에 뻣뻣하지만 익혀두면 깊은 맛이 난다. 그런데 요즘 젊은이들이 그 깊은 맛을 알까? 부드러운 것만 찾지. 한 단씩 나눠주고 집에서 직접 해보라고 했다.
 
특별히 재현하고 싶은 남해음식이 있다면 ^ (이희순) 아직까지도 엄마의 맛을 못 내는 게 있다. 벼락김치다. 갑자기 하는 김치라 해서 열무벼락김치다. 펄펄 끓인 된장국물을 열무에 뿌려서 김치를 했다. 시도는 많이 해봤는데 그건 지금도 못한다. 그걸 할 줄 아는 분이 계시면 찾아보고 싶다. 
 오동마을 할머니가 집장을 만드시는데, 재료로 소고기, 가지, 양깡(양아), 된장 등 별별 게 다 들어간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걸 보니 갈무리할 무렵 모아서 하는 건데 발효음식이어서 진짜 어렵다. 예전에는 보온이 안 돼서 두엄 밭에 묻어놓고 했다고 한다. 너무 어렵지 않게 만들어보고 싶다.
 
소액의 재료비만 받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려운 점은 없나 ^ (김현주) 사실 비용은 생각도 안 한다. 처음에는 강사료도 챙겨드리다 점점 힘들어져 지금은 강사료 없이 적립금 만들어서 책을 내려고 한다. 김치하고 빼때기죽 해서 기금을 모은다. 빼때기죽은 귀농귀촌인은 잘 모르지만 남해 분들이 옛 맛을 추억하며 사 드신다.
 
앞으로 언니네부엌은 ^ (김현주) 한 달에 두 번 정도로 횟수를 늘려볼까 고민하고 있다. 이달말에는 둥지싸롱을 리모델링해서 가족요리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홍보는 10일 전에 군청홈페이지에 올리고 개인 SNS로 한다. 한번이라도 참여하신 분들에게는 개별 문자로 알려드린다.
 사람들이 10명 이상만 모이면 남해 제철음식을 잘 아는 다른 남해 분들도 강사로 초청하고 싶다.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요리교실도 한 번씩 넣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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