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박자
상태바
세 박자
  • 남해타임즈
  • 승인 2019.08.19 16:13
  • 호수 6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숙 │ 본지 칼럼니스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한때 모 트로트 가수가 `네 박자`란 유행가를 불러 웬만큼 인기를 끌었다. `울고 웃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라는 노랫말에 인생을 좀 안다는 중장년층이 호응을 보였다. 사실 세상사가 몇 박자건 무엇이 그리 대수로울 것인가. 다만 굳이 따지자면 `쿵짝쿵짝` 네 박자보다는 `쿵짝짝` 세 박자가 타당할 듯하다. 이를 신빙할 만한 근거도 있다.
우선 국가의 성립 조건은 `국민과 영토와 주권`이다. 그리고 가정이 견고하려면 `엄마와 아빠와 자녀`가 `믿음과 소망과 사랑`으로 충만해야 한다. 나아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와 노동과 자본`을 바탕에 둔 생산 활동이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고 일만 아는 일벌레가 되기보다 `일과 운동과 휴식`의 조화를 통해 건강한 삶을 가꾸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체나 기업을 경영하려면 규모나 업태를 막론하고 `사람과 물자와 돈`을 투입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투기는 논외로 하고, 투자에 앞서 `안정성과 수익성과 유동성`을 살피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양반`이라는 속담이 있듯 생존과 직결되는 먹을거리를 확보하는 길은 바로 농사다. `햇빛과 물과 씨앗` 중 한 가지 요소라도 결여되면 땅농사는 불가능하다. 농작물의 생장을 돕는 3대 비료는 `질소와 인산과 칼륨`이다. 바다농사에도 세 박자 공식이 존재한다. 김 양식이 주요 소득원인 전남의 한 어촌에서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김 뜨기`에는 `속도와 모양과 두께`의 삼박자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역사란 인류가 겪은 과거 사실 중 유의미한 사건의 기록이다. `공간과 시간과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인류 문명은 불의 발견에 힘입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주거 공간의 난방이나 음식을 불에 익혀 먹는 화식은 원시인들의 야생적 삶을 크게 변화시켰다. 불을 일으키는 삼박자는 `연료와 열과 공기`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예술 분야에서도 삼박자 법칙의 보편타당성을 엿볼 수 있다. 음악은 `리듬과 화음과 선율`, 소리는 `세기와 높이와 음색`, 색은 `색상과 명도와 채도`, 사진은 `초점과 노출과 구도`, 건축은 `형태와 구조와 기능`, 연극은 `희곡과 배우와 관객`, 이 모두 세 박자의 조합이다. 종합예술이라 일컬어지는 영화를 보더라도 `삼총사` `미녀 삼총사` `삼형제` `세 얼간이` 같은 제목이 눈에 띤다. 문학의 경우 장르별로 살펴보면 소설이나 수필은 `주제와 문체와 구성`, 시는 `주제와 운율과 심상`, 희곡은 `해설과 대사와 지문`으로 짜여 있다. 대중 매체의 세 갈래를 꼽는다면 `인쇄와 음성과 영상`이다. 그중 인쇄 매체의 대표격인 신문은 `헤드라인(제목)과 리드(기사 첫 문장)와 본문`으로 구성된다.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천주교의 중심 교리인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론은 불교의 `법신과 보신과 화신(응신)`의 삼신불 사상과 맥이 통한다. 이슬람교의 세 가지 권위는 `쿠란(경전)과 하디트(마호메트의 언행을 담은 책)와 샤리아(율법)`다. 동서양의 모든 종교를 통틀어 공통적인 의례인 기도를 드릴 때는 `머리와 입과 가슴`이 일치해야 한다. 즉 머리로 말씀을 기억하고 입으로 읊조리되 가슴에는 사랑이 담겨야 한다. 지구상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특별한 존재인 인간은 `몸과 마음과 정신`이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다. 이러한 인간의 품성을 배양하고 잠재력을 개발하는 데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자와 피교육자와 교육 내용`이 교육의 삼박자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설득의 삼박자는 `에토스(신뢰)와 피토스(감정)와 로고스(논리)`다. 지금까지 언급한 필자의 `세 박자`론이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만한 설득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백세시대를 맞이하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요즘인지라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덧붙인다. 달고 짜고 맵게 먹는 `단·짠·맵`은 건강에 그다지 이로운 식습관이 아니라 하니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