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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쓰기가 가장 쉬웠어요이현숙 본지 칼럼니스트
남해타임즈 | 승인2019.09.05 15:44|(661호)
이  현  숙
본지 칼럼니스트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사안마다 일반인의 상식과는 심각한 괴리를 보임으로써 국민적인 공분이 가실 줄 모른다. 후보자 가족 간 소송 논란, 세금 탈루 의혹, 사모펀드 투자 논란 등 도덕적 해이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터에 후보자 딸에 관한 의혹이 불거졌다. 한영외고 특례입학을 신호탄으로 단국대의대에서 2주간의 인턴을 한 후 제1논문저자로 등재. 2010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수시전형에 합격. 2015년 부산대의학전문대학원 수시전형에 합격, 거듭되는 유급에도 3년 6학기 장학금 수령.
후보자 자녀의 입시·진로 전략은 적중했고,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탐낼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꽃길을 걸어온 당사자에게는 축복이요 주변인에게는 롤 모델을 제시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할 듯하다. 그럼에도 이 사단이 난 이유는 그 과정이 공정하지 못한 때문이다. 우선 `학부형 인턴십 프로그램` 자체가 특목고 급에서나 누리는 특권으로써, 문제의 교수에 의해 맞춤형 스펙제조 프로그램이 급조된 배경이기도 하다. 또 다른 교수는 학업에 정진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이나 학업에 열의가 있고 가세가 어려운 학생을 내치고 학점 1점 대 소위 금수저 집안 따님에게 장학금을 헌정했다. 이후 어디 의료원장에 임명되니 행여 부모 인맥이 장학 특혜에 작용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과 관심이 쏠릴 법하다.
후보자는 그동안 양심·공정·청렴을 부르짖으며 정의의 사도, 진보와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견고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활발한 SNS 활동이력을 바탕으로 인기 트위터리언에도 등극했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개인들을 스펙으로 줄 세우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라며 자신의 자녀만큼은 달리 키우겠다는 소신을 피력했고, 성적지상주의·학벌만능주의를 향한 날 선 비판과 특목고·자사고·국제고를 겨냥해 원칙에 입각한 운용을 주문하는 등 말의 성찬을 펼쳐 왔다. 정제되지 않은 후보자의 직설적 화법이 장삼이사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했음을 넉넉히 유추할 수 있다. 반면에 그가 취사선택한 어휘 가운데 섬뜩함을 자아내는 언어적 표현도 적지 않다. 그리고 `학인`(공부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지칭한다는데 선뜻 수긍은 가지 않는다. 보통의 학인은 연구와 지도 활동 외에는 시간과 열정을 쏟을 여유가 없는 것으로 안다.
학자는 양심에 죽고 양심에 산다. 학자에게 도덕성이 결여되면 존경받기 어렵고 연구 논문 또한 신뢰받기 어렵다. 설사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여 책임과 죄를 면탈할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실정법보다 더 무서운 자연법과 양심법이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관행` 운운하며 불법 아님을 주장한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 전산상 오류다, 가짜뉴스다 식의 변명을 나열하는 것은 본업인 학자의 처세로서는 부적절하다고 본다.
`신상털기`를 멈추라며 대외 훈계에 나선 의원에게 묻고 싶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 급급한 평민들이 까닭 없이 남의 뒷담화나 할 만큼 한가롭던가. 각료 후보로 나서지만 않았더라면 솔직히 별 관심 없다. 후보자를 비호하더라도 국민의 심정을 함께 살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여·야 공히 이분법적 사고로 국민을 보수·진보로 편가르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공직자 적합성이나 국민 정서에 위배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사법개혁과 정의실현의 중차대한 과제를 어떻게 수행하려 하는가. 세상에 흠결 없는 자가 어디 있을까마는 아무리 생각해도 후보자의 말과 삶의 간극은 너무 크다.
만시지탄이나마 연루 의혹에 싸인 학교들은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신속히 진상 조사에 착수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학 윤리를 훼손하고 입시 제도의 신뢰성을 뒤흔든 행위에 대한 법리 검토도 필요하다. 신임 검찰총장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더 이상 비리와 편법이 난무하지 않도록 정치적 중립과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검찰의 신뢰를 회복하고, 우리 사회 곳곳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주기를 기대한다.
성인 남성 한 명 누우면 꽉 차는 공간에서 새우잠을 자고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면서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이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다. 다만 청춘들에게 이유 있는 좌절과 분노를 안기는 기득권층이 밉고, 청춘들에게서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 시스템이 실망스럽다. 빵빵한 집안의 그것도 자격 미달 또래경쟁자에게 밀려 홀로 울분을 삭여야 했던 돈도 빽도 없는 이 시대 가난한 청춘들을 위해 기성세대인 나는 아무것도 해 준 게 없다. 그런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서, 찢어질 듯 가슴이 아파서,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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