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고 쓰는 일은 공감능력과 치유의 힘 길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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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고 쓰는 일은 공감능력과 치유의 힘 길러준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19.11.15 11:49
  • 호수 6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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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도서관 시창작반 강사 송인필 시인
 6년 전 귀촌, 숲해설사·원예치료사 활동도
6년 전 남해로 귀촌한 송인필 시인.
6년 전 남해로 귀촌한 송인필 시인.

 지난달 24일 남해도서관(관장 윤순점)에서는 21명의 아마추어 시인을 배출하고 이들의 공동창작시집 룗모든 꽃은 남해에서 온다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3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시인들이 자신의 시집을 들고 자작시를 낭송하는 시간은 문학의 향취와 더불어 삶의 성취가 주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이들이 이 감동의 순간을 맞이하도록 지난 5개월 동안 지도하고 지지해온 숨은 주역이 있다. 바로 시집 「비밀은 바닥에 있다」의 송인필 시인이다.
 송인필 시인은 6년 전인 2014년 남해로 귀촌했다. 부산시인협회 협회지를 만든 경험도 있고, 김해에서는 학교와 도서관에서 시창작반 강사로 오래 활동했다. "남편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서 다 내려놓고 남해로 왔어요.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자연과 어우러져 사니 좋았어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남해에 살아보니 자연이 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알게 됐지요." 
 남해에서의 시창작반 수업은 윤순점 남해도서관장과의 인연으로 시작하게 됐다. 송 시인은 숲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해오다 올해부터 남해 편백자연휴양림에서 숲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원예치료사 및 원예복지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원예를 통해 복지활동을 해요. 정신병원 환자들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했어요. 성폭력 상담도 했지요." 시로, 숲해설로, 원예치료로 그는 사람의 마음과 정신을 치유하는 일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시창작 수업도 꾸준히 해왔다. 시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 그 부모들까지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고. "아이들이 시를 배우면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면 결국 자기 마음의 바다가 넓어지지요. 잠시나마 홀로 있는 시간에 나무와 햇살과 이야기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키워 나가게 돼요."
 김해에서 만난 여고생들도 그는 잊지 못한다. "처음에는 굉장히 우울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아이들이었어요. 들여다보면 가정환경이 척박한 아이들이 많았지요. 그 아이들이 시, 소설, 수필을 읽으며 자기 삶을 돌아보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힘을 갖게 되더군요. 표피적으로 사회적 잣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변화해갔어요. 지금도 그 아이들이 그 시간을 잊지 못해 연락하곤 해요."
 송 시인은 시의 길을 조금씩 알고 나면 사실 시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그 길은 바로 사물을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현대인들은 대학 간판이나 출신 등 보여지는 부분에 길들여져 살고 있어요. 뭔가 소외되어 있는 어떤 대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지 않고 힘이 있는 쪽만 보지요. 한 개체의 내면에 흐르는 물줄기를 잘 보지 못해요. 사물에 천착하면 사물의 내면에 흐르는 물줄기를 보고 교감하고 타인을 이해하게 돼요. 소외된 계층에 시선을 돌리게 되고 함께 결국 이타의 삶을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시는 테크닉이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며 시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고 믿는 송 시인은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시를 읽고 쓰고 나누는 일에서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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