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원 앞 `내 고장 역사인물` 정비가 시급하다
상태바
문화원 앞 `내 고장 역사인물` 정비가 시급하다
  • 한중봉 기자
  • 승인 2019.11.28 16:45
  • 호수 6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판 상당수 심하게 훼손돼 이대로 방치하면 흉물 전락 우려
내 고장 인물 중 일부, 친일행적 논란… 선정기준 명확히 정해야
남해문화원의 내 고장 역사인물 현판이 훼손된 채 방치돼 있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루 빨리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해문화원의 내 고장 역사인물 현판이 훼손된 채 방치돼 있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루 빨리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해문화원 앞뜰에 가면 내 고장 역사인물을 기록한 설치물 23기가 있다. 1999년 처음 건립됐으며, 2011년까지는 금속 현판으로 제작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훼손이 심해지자 2013년부터는 돌에 새기고 있다.
 이 중 오래된 금속 현판들은 상당수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독립운동가 윤병호 선생의 현판은 녹이 심하게 슬어 새로 제작했으나, 녹슨 현판이 아직 그대로 방치돼 있다. 충무공 이순신과 이충걸 선생의 현판도 금속 외피가 벗겨져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일부인사들 친일행적 논란
 `내 고장 역사인물`의 친일행각 논란도 제기됐다. 논란의 대표적인 인물은 일제강점기 검사를 지낸 고(故)정재환 동아대학교 총장이다. 이 문제는 지난 22일 제1회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 학술포럼에서 공론화됐다.

남해문화원의 내고장 역사인물에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일제 강점기 검사출신인 정재환 동아대학교 전 총장이 포함돼 있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남해문화원의 내고장 역사인물에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일제 강점기 검사출신인 정재환 동아대학교 전 총장이 포함돼 있어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내 고장 역사인물`에 새겨진 기록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1939년 일본국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후 1941년 사법관 시보를 거쳐 1943년 검사로 임명됐으며 해방 후 1945년 부산지방검찰청 차장검사 등을 거쳐 1952년 법무부 차관을 역임했다. 1946년 재단법인 동아학숙과 동아대학을 설립해 이사장에 취임한 후 동아중학교, 동아고등학교를 차례로 설립해 교육 발전에 이바지했다.  
 학술포럼에서 `내 고장 역사인물 정재환, 그에게 제기된 친일파 논란` 주제발표를 한 한관호 향토사연구위원은 "남해군청 홈페이지 `남해군은 친일파를 존경하십니까`란 글이 올라와 향토사연구소가 이를 답변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했다"며 "민원인이 정재환 씨를 문제 삼은 건 일제 강점기 때 그의 행적 때문인데,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나와 있는 정재환 씨와 내 고장 역사인물 정재환 씨는 동일인물이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관호 위원에 따르면 정재환 씨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것은 수록대상인 일제의 식민통치기구에 참여한 자 중 `판사, 검사로 재직한 자에 속했기 때문이다. 친일인명사전은 모든 판검사를 수록하는 것이 아니라 판검사로 재직했던 자로서 반일운동에 참여하거나 면직 후 변호사로서 반일운동 관련자를 변호한 사실이 확인되는 자는 수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관호 위원은 "식민지 조선을 지배한 총독부 관리는 판임관과 군수, 판검사 등 높은 직책을 일컫는 고등관으로 구분됐는데, 민족문제연구소는 일제강점기 판검사로 임명 받으려면 천황과 일제에 대한 충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불가능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학술포럼에서는 "정재환 전 총장의 친일행적이 문제가 된다면 최치환 전 국회의원도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역사의 기록은 그 자체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논란의 주인공들이 고향 발전에 기여한 점과 고향사람들에게 베푼 인정도 고려돼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일부에서는 정재환 전 총장과 최치환 전 의원 외에도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될 수 있는 인물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부 군민들은 "내 고장 역사인물이 남해와 연관된 인물 가운데 남해의 역사를 빛낸 인물을 선정해 후손들에게 그 뜻을 기리고자 한다는 취지에 맞게 선정돼야 하며, 논란을 줄이기 위해 선정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 고장 역사인물`이 대다수 군민들이 수긍하는 선정기준을 바탕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돼 군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문화 관광 자원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