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농업인의 날에 여성농민이 밥을 차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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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농업인의 날에 여성농민이 밥을 차려야 하나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1.17 15:30
  • 호수 6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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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의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를 산다」 북토크 열려
여성농민이 겪는 부당함과 안타까움 공론의 장 돼
여성농민이 쓰는 여성농민 이야기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를 산다」의 저자 구점숙(오른쪽) 씨의 북토크가 지난 10일 남해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열렸다. 왼쪽은 북토크 진행을 맡은 김한숙 씨다.

 국회의원 선거가 서서히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의 북토크가 줄을 잇는 가운데, 선거에 나가지도 않으면서 출판기념회를 연 여성농민이 있다. 바로 여성농민이 쓰는 여성농민 이야기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를 산다」의 저자 구점숙(51·삼동 삼화) 씨가 그 주인공이다.
 
왜 북토크를 열었을까
 
 "경찰의 날에 여경이 밥을 차리나요? 스승의 날에 여선생님이 식사 준비를 하나요? 아니잖아요? 그런데 왜 농업인의 날에 여성농민이 식사준비를 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특히 남성농민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 여성농민들도 그러려니 한 일. 그러나 여성농민 구점숙의 시선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의 생각에 농촌현장에서 여성농민이 겪는 부당함과 안타까움은 너무 많았다.
 농민 구점숙은 룗우리는 아직 철기시대를 산다룘를 통해 여성농민과 이들이 처한 농촌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의 표현에 따르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북 토크 형식을 빌려 다시 한 번 이를 강조했다.
 여성농민 구점숙 씨가 북토크에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또 있었다. "많은 여성농민들이 앉아서 장시간 노동을 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골격이 2중으로 뒤틀려 있다. 2중 뒤틀림 증세는 조선시대에도 없었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여성농민들의 2중 뒤틀림에 대해 이제 우리 사회가 답을 해야 한다"며 21세기 최첨단 시대에도 여전히 철기시대를 사는 여성농민들의 근골격계 질환, 여성농민들의 노동에 대해 누군가 나서서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중들의 반응은
 
 구점숙 씨는 북토크를 애써 부드럽게 풀어가려고 했지만 참석한 청중들의 분위기는 무거운 주제만큼이나 심각했다. 애써 외면했던, "그냥 그러려니" 한 일들이 불쑥 공론의 장으로 던져졌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와 경북 의성에서 왔다는 여성농민들은 "예전에는 농업인의 날에 우리도 직접 식사 준비를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주변 식당이나 뷔페를 이용한다. 남해에서도 농업인의 날 하루만이라도 여성농민들이 밥 차리기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성농민들의 2중 뒤틀림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청중석에서 깊은 한숨 소리와 함께 울먹이는 사람도 있었다. 
 구점숙 씨가 책 제목에서 언급한 `철기시대`는 "호미, 낫, 시금치 캐는 날, 굴 까기 도구 등 여성농민들이 주로 쓰는 농사도구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수렵채취 시대를 지나고 정착 농경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지속돼온 여성농민의 변하지 않는 부당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철기시대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에 빗댄 촌철살인이지 않을까싶다.
 
박삼준 전 부의장의 애정
 
 여성농민이 쓰는 여성농민 이야기 룗우리는 아직 철기시대를 산다룘의 저자 구점숙(오른쪽) 씨의 북토크는 지난 10일 여성인력센터에서 남해군여성농민회 회원 김한숙 씨의 진행으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현태 전 군수, 정수원 보물섬남해독서학교장, 박옥선 남해군여성농민회장, 송모열 남해군농민회장, 김옥자 남해군생활개선회장, 김옥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 회장, 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조합원 등 1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내빈 중 눈에 띈 참석자는 박삼준 전 남해군의회 부의장이었다. 박 전 부의장은 "오늘은 같은 동네 구덕순 누님이 회장으로 있는 재경남해군향우회 신년하례회가 있는 날이지만, 양해를 구하고 이 자리에 왔다. 그만큼 구점숙 씨의 살아온 과정을 존중하는 것이다. 앞으로 여성농민 구점숙 씨의 고민이 우리 모두의 고민이 돼 여성농민들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우리는 아직 철기시대를 산다」는 도서출판 한국농정(☎070-4464-8502) 또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교보문고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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