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치·중간지원조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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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협치·중간지원조직으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1.30 11:50
  • 호수 6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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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깊은 물 2 │ 마을전문가 2인이 들려주는 남해 마을공동체 이야기

대담 : 김 성 삼동면 이장, 안병주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
사회 : 김수연 기자
지역사회의 의제를 제시하고 현안에 몰두하는 인물을 찾아 깊이 있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남해시대 `시대초대석-샘이 깊은 물` 두 번째 주인공은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안병주 이사장과 삼동면 삼화마을 김 성 이장이다. 본지는 그동안 초고령화로 인구소멸 위기에 접어든 남해를 회생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공동체의 회복을 제시하고, 경상남도 마을공동체 지원조례 제정과 공동체지원농업 활성화 사업대상 선정 등 마을공동체 지원정책에 관한 소식을 자세하게 소개한 바 있다. 이에 안병주 이사장과 김 성 이장의 대담을 통해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조건과 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안병주 이사장은 수원 다산인권센터에서 지역 활동가로 일하다 2015년 남해 상주로 가족과 함께 귀촌했다. 2017년에는 `더불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기치로 내걸고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는 이 조합을 중심으로 조합원, 초중학교 교직원, 마을 주민과 함께 교육마을, 사회적 경제공동체, 문화커뮤니티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쳐왔다. 동고동락협동조합은 지난해 제1회 경상남도 민관협치 우수사례 공유대회에서 최우수상, 경남 대표로 출전한 2019 공동체 우수사례 발표한마당에서 행안부장관상(우수상)을 받았다.
김 성 이장은 삼동면 삼화마을에서 태어나 줄곧 그곳에서 살고 있으며 10년차 베테랑 이장으로 삼동면 이장단장을 맡은 `토착` 마을 전문가다. 그는 2500평 규모의 마늘농사를 짓고 있으며 2017년부터 삼동마을 작목회 부회장을 맡아온 남해농민이다. 그는 2014년 초대 남해농민회 회장, 남해진보연합 의장직을 수행하며 남해군 학교급식지원조례 개정 입법청원,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개정, 농업정책과 관련한 각종 문제 등 지역의 다양한 정치사회적 문제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사회활동가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이 만나 나눈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들어본다.
지난 17일 본지는 지역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마을공동체의 회복이 대두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하고 김 성, 안병주 씨를 모시고 대담을 가졌다.
지난 17일 본지는 지역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마을공동체의 회복이 대두되고 있는 흐름에 주목하고 김 성, 안병주 씨를 모시고 대담을 가졌다.

이 마을에서 살고 싶다는 메시지를 줘야

 사회: 먼저 각자의 경험 속에서 마을공동체 그리고 원주민과 귀촌인의 관계에 대해 느낀 바를 이야기해 달라.
 

삼동면 삼화마을 김 성 이장.
삼동면 삼화마을 김 성 이장.

 김 성 : 이장만 10년째 하고 있고 공동체보다는 농민운동 중심으로 고민이 많았다. 과거에는 농촌에 농업 품목도 다양하지 않고 공동 작업을 하니까 품앗이 문화가 있었는데 지금은 기계화되고 품목도 다양해지다 보니 그런 문화는 다 사라졌다. 남해 분들은 척박한 땅에서 살아서인지 열심히 사는 것에만 애쓰고 다른 부분에는 눈 돌릴 여유가 없었다. 남해의 배타성 때문에 외지인들이 남해에 와서 정착하기가 힘들다. 또한 젊은 귀농귀촌인들은 애들 키우면서 한 달에 기본 4~5백만원 들어갈 정도로 소비가 일어난다. 농사지으면서 이런 소비는 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기존 지역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런 문제들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안병주 이사장.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안병주 이사장.

 안병주 : 마을공동체라는 말이 유행처럼 얘기되고 조례도 만들어지는데 정말 마을공동체가 회복되는 과정에 있는지 얘기하기는 어렵다. 우리는 구체적인 삶에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한다. 마을공동체라는 단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회적 경제를 공부하며 만난 분의 이야기인데 경남 합천에서 마을에서 10년 넘게 마을기업으로 떡공장을 운영해왔다. 마을에서 재배한 쌀로 가래떡 떡국떡 만들어 파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지만 한번 궤도에 오르니 연매출이 억 단위가 넘었다. 매년 수익을 남기기 시작하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더라는 거다. 뭘 하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뭔가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겠다.
 우리는 동고동락협동조합 운영을 하면서 상상놀이터 등 이것저것 하고는 있는데 당장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몇 명이라도 같이 시작해 뭔가를 마을에서 보여주고 사람들을 모아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인내심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김 성 : 진주 귀농귀촌학교에서 김민규 씨에게 들은 얘긴데, 이런저런 마을 동아리들을 여러 개 한다더라. 우리 마을은 꿈도 못 꾸지만 폐교 활용해서 국가사업들에서 아이디어만 좋으면 사업비 받는 것은 크게 어렵진 않다. 그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안병주 : 누군가 들어오면 뭔가를 할 수 있겠지가 아니라 마을에서 준비할 수 있으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마을에 컨텐츠가 있으니 같이 해보자, 당신들과 같이 살고 싶다는 메시지를 마을사람들이 만들어주면 비슷한 고민을 해온 사람들이 마을로 들어오는 거다. 그런 사람들이 들어와야 이야기가 된다. 무작위로 들어오면 사실 어렵다.
 
 
농어촌 공공사업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사회 : 마을공동체 사업을 전개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온 것들에 대해서 말해 달라.
 
 김 성 : 교육이 필요하다. 올해 남해에 공공급식센터가 생긴다. 공공급식센터는 실제로 이윤을 남기는 것보다 농업을 살리자는 목적이 크다. 지금의 농업정책으로는 농업이 죽어갈 수밖에 없다. 중소농, 고령농, 귀농귀촌인을 살리는 것이 농업이 가야 할 방향이다. 이런 분야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의도 듣고 배워야 한다. 공공급식센터 사업을 학교급식 정도로 생각하면 안 된다. 교육이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안병주 : 마을공동체에서도 행정의 역할이 중요하다. 다만 민간에서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 부분은 민간에서 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준비가 안 되면 행정은 잘 안 움직일 거다. 행정을 끌어당기려는 노력보다 민간네트워크를 얼마나 탄탄하게 준비하느냐가 지금은 더 관건인 것 같다. 광역이나 수도권으로만 가도 마을공동체사업이 엄청 많다. 도시재생사업이나 어촌뉴딜사업도 그런데, 돈은 쓰지만 그 돈을 그 가치에 맞게 쓰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돈으로 짓는 건물이나 시설만 남고 사람은 없다. 이런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민간영역의 네트워크를 잘 조직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3면에 계속>

 <2면에 이어서>

 김 성 : 몇 명이서 농정포럼을 운영했다. 현안 문제를 공부하고 대안을 제시하자고 했는데 현안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더라. 나이가 다들 60대에 접어들다 보니 공부를 해오라 해도 잘 안 되고 어려운데, 우리가 민간 영역에서 해야 할 것들을 행정에 미루고 있기도 하다.
 
 안병주 : 광주광역시 광산구는 마을공동체 관련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도시여서 물리적 환경은 남해와 좀 다르지만 공익지원활동지원센터가 있다. 마을공동체, 사회적 경제 부문을 통합해서 중간지원역할을 한다.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여러 활동이 모색되고 실험되어 굉장히 좋더라. 아마 그게 없으면 다양한 활동을 조직하는 데 민간에서 10~20년은 걸릴 것 같다.
 
어울림의 가치, 주민자치의 가치
 
 사회 : 마을공동체의 사업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마을에서 같이할 문화나 지역의 원주민과 귀촌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어떤 게 필요할까. 
 
 안병주 : 다시 돌아가지만 마을공동체는 뭘까? 옛날 시골동네 모습을 마을공동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마을공동체라고 상상하나? 그럼 지금은 마을공동체가 아닌가?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온다. 어떠신가?
 
 김 성 : 먼저 어울려야 하는데 어울림 자체가 없는 구조다. 나는 귀촌인들은 반드시 귀농귀촌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본다. 남해 주민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어떤 마을에서는 귀촌인에게 돈을 받기도 하고 수도의 경우에도 돈을 내서 만든 공동시설인 경우에 가입금을 내라고도 한다. 남해가 유배지이기도 해서 섬 지역은 제주도도 그런데 외지에서 들어온 분들이 기존 지역민들을 돕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들어온 분들에게 내가 도움받는다는 느낌이 없으니 안정적으로 가려는 경향이 크다. 또 자기가 가진 기득권 역시 버리지 않으려고 한다. 이런 문화들을 같이 바꾸지 않으면 들어온 분들도 힘들고 젊은 사람들도 수평적 공동체가 아니다 보니 같이 녹아들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을 바꾸려는 노력을 모두가 기울여야 한다.
 
 안병주 : 어느 자치단체에는 마을갈등조정센터라는 것이 있다. 마을 주민들 간의 갈등을 조정해주기도 하고 사례도 축적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는 교육도 같이 하고 갈등조정 자리도 마련해준다. 이런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김 성 : 몇 달 전에 군에서 주최한 안전한 행복공동체 형성을 위한 토론회의 패널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했던 이야기인데 마을에서 고독사 같은 일이 생기면 이 부분을 같이 해결할 심리상담사나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안병주 : 주민자치의 핵심은 사실 마을공동체와 민주주의다. 그 주민자치의 꽃은 마을총회다. 모범사례라는 몇몇 마을 빼고는 마을총회를 마을 주민들이 주도해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민자치, 지방자치법도 개정됐고 주민자치에도 일정 권한을 더 크게 주고 있기 때문에 주민자치 자체가 이슈가 될 만하다. 주민자치위원들이 마을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로 일단 채워지고 기존의 조직들 연합청년회, 번영회, 마을발전위원회 등과 별 차이 없이 굴러가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얼마나 역할을 잘하느냐에 따라서 마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겠다 싶다.
 
민관거버넌스가 아니고는 답이 없다
 
 사회: 마을공동체를 향한 첫 걸음으로 지금 남해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안병주 : 첫째 경제적인 부분은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최대한 끌고 가야 한다. 둘째 민주주의의 문제인데 주민자치위원회를 잘 구성하고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 행정에서는 중간지원조직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실제 마을에서 마을 경제를 돈만 보는 게 아니라 가치와 사람과 마을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김 성 : 교육사업이 중요하다. 주체의 역량을 키우는 일이 먼저 되어야 한다. 이장을 하면서 보면 주민숙원사업 건의만 하게 된다. 주민들이 사회정치적 요구나 근본적인 바람을 세심하게 살피고 이걸 전달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관거버넌스가 아니고는 지금 답이 없다. 농업 문제를 푸는 일도 농민들만 해서는 안 풀린다.
 안병주 : 노인복지도 시혜적 차원보다는 마을에서 능동적으로 노년의 삶을 같이 서로 보살펴주는 방식으로 가면 일자리도 생길 수 있고 좋은 것 같다. 시도가 어려워서이지 실제 사례가 있으니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김 성 : 아이디어가 있으면 행정에서도 지원할 것이다. 성과로도 인정이 되니까. 여러 사례들은 있지만 실천이 어렵다.
 
 안병주 : 마을꽃가꾸기, 마을장터도 그렇고 일단 시도해보면 그 마을의 문화가 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관광상품도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할지가 중요하다.
 
 김 성 : 서로가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 분들은 사는 데만 신경을 썼지 그런 노력은 없었다. 오히려 들어온 분들이 먼저 접근해주면 좋을 것 같다. 마을의 리더들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좋겠다.
 
 안병주 : 한 달에 한번 월례모임을 가져서 이야기 나누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마을공동체 중간지원조직에서 교육, 네트워킹, 사람 발굴 등의 일을 해야 한다. 공모사업도 하고 아이디어 발굴도 하고 실제 집행 예산도 같이 해주고 자원도 연결해주고 하려고 하면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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