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 이어리 비지정문화재 5기, 국도도로공사 중 훼손
상태바
고현 이어리 비지정문화재 5기, 국도도로공사 중 훼손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2.13 10:39
  • 호수 6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20세기 건립 마을 선정비·시혜비, 공사 후 복원하기로
비지정문화재 인식개선과 보존·관리 문제는 과제로 남아
2017년 고현면 이어리 소재 비지정문화재 비석들 모습. 왼쪽부터 이한창 구폐불망비(1784), 조석우 영세불망비(1853), 정만석 휼민불망비(1884), 박준성 영세불망비(1531), 정씨 시혜비(1912).
2017년 고현면 이어리 소재 비지정문화재 비석들 모습. 왼쪽부터 이한창 구폐불망비(1784), 조석우 영세불망비(1853), 정만석 휼민불망비(1884), 박준성 영세불망비(1531), 정씨 시혜비(1912).
2019년 7월 당시 고현-이동 국도건설공사 중에 훼손된 이어리 비석들.
2019년 7월 당시 고현-이동 국도건설공사 중에 훼손된 이어리 비석들.
2020년 현재 훼손, 방치돼 있는 이어리 비석들.
2020년 현재 훼손, 방치돼 있는 이어리 비석들.

 지난 2월 4일 본보로 고현-이동 국도건설공사 현장에서 비지정문화재 훼손 사고가 일어났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사고 발생 현장은 고현면 이어리 진입로 인근으로 1500년대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마을에서 세운 선정비와 시혜비 5기가 지난해 9월경에 이미 훼손된 채 방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훼손된 5기의 비지정문화재는 이한창 구폐불망비(1784), 조석우 영세불망비(1853), 정만석 휼민불망비(1884), 박준성 영세불망비(1531), 정씨 시혜비(1912)다. `비지정문화재`는 통상 국가지정문화재 및 시도지정문화재 등 공식적으로 지정된 문화재는 아니지만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일컫는다. 

 이 일을 제보한 이어리 주민이자 향토사학자인 김봉윤 씨는 "수백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선정비와 시혜비가 일부는 동강이 나고 머리 부분이 사라진 것도 있다"라고 밝히고 "17~18년 전부터 굴곡도로 개선 등 잦은 공사로 이곳저곳 옮겨 다니다가 겨우 조선시대부터 있던 원래 자리를 찾아서 온전히 옮겨놨고 더 이상 옮기지 않으려고 콘크리트로 기초를 보강해서 세워뒀는데 이번 공사에서 예전에 파손되지 않은 3기까지 돌칼로 절단됐다"며 안타까워했다. 

 2월 6일 제보자와 김필명 이장을 비롯한 이어마을 주민, 공사현장 관계자, 군 문화재팀 담당자가 현장을 찾아 이 사실을 확인하고, 11일 도로공사 감리단 사무실에서 다시 모여 책임소재를 규명하고 복원 등 해결에 관한 협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고현-이동 국도 건설공사 현장 관계자는 "공사 전에 군과 이전 협의를 하고 이전비를 지급했으나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 중에 문화재 인근이 수풀이 우거지고 공사 폐기물 등이 쌓이며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바람에 장비기사가 실수로 훼손하게 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해명하고, "2월 말 공사가 마무리된 후 마을에서 이전 위치를 지정해 주면 원상에 가깝게 최대한 복원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필명 이장과 마을 주민들은 "군으로부터 마을이 이전·설치비 15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면서, "문화재가 마을 소유이므로 보존·관리 책임은 마을에 있는 것도 알지만 이전비를 받았다고 곧장 이전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이전비를 줬다고 해서 임의로 파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군 문화재팀 담당자는 "지정문화재는 도나 군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비지정문화재는 아무리 가치가 있다고 해도 개인소유나 다름없어 보존관리도 개인이나 마을 등 소유자가 한다"며 "어쨌든 잠재적 문화재이므로 군에서도 보존·관리할 책임은 있다. 훼손된 문화재는 관련 전문가와 복원전문업체가 참여해서 최대한 원상에 가깝게 복원하고 이전 문제도 마을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윤 씨는 "마을에서 이 비석들이 훼손되기 전까지 200년간 관리해왔다. 보존·관리 책임은 마을과 군이 같이 져야 한다"고 말하고 "비지정문화재가 이곳뿐만 아니라 군 곳곳에 많이 있으므로 앞으로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것들을 어떻게 관리할지 제도적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보존관리를 해야 하는 건 원칙적으로 맞다. 국가나 도의 법 테두리 안에서 관리가 안 되는 것은 남해군보호조례에 따라 우선순위를 매겨 군보호문화재로 지정해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