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회적 성찰`로
상태바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회적 성찰`로
  • 남해타임즈
  • 승인 2020.03.19 16:24
  • 호수 68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 대 칼 럼
안 병 주본지 칼럼니스트
안 병 주
본지 칼럼니스트

 오늘(15일) 0시부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숫자가 100명 아래로 줄어들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 오전 0시 기준으로 총 확진자가 8162명이라고 밝혔다. 전날보다 76명이 추가된 것이다. 지난 2월 21일 이후 하루 확진자 수가 100명 아래로 처음 줄어든 것이다. 남해군 역시 지난 2월 25일 확진자 1명이 발생한 후 지금까지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경남 전체적으로도 15일 기준으로 나흘째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아직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이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감염병 세계적 유행(팬더믹)`을 선언했다. 국내 상황과 국제적 상황이 거꾸로 가고 있긴 하지만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이 상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란 다수 전문가의 분석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가 번질 때의 불안과 공포도 지금보다는 덜했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백신이 개발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인가. `사회적 거리두기`는 당장의 대책이지만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 `마스크`로 비말 감염은 막을 수 있겠지만 변형된 바이러스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아니다. 매일 스포츠 경기 중계하듯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는 공포와 불안을 가중시킨다. 공포와 불안은 가짜뉴스, 유언비어와 결합돼 문제의 본질에서 더욱 멀어진다. 이를 선거와 결합시켜 자기 진영에 유리한 정세로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문제도 심각하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당장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단기적 대책과 함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만약 남해군에 지역감염 사태가 벌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확진자 1명이 나왔을 때 당황한 것은 행정뿐만이 아니었다. 확인되지 않은 확진자 동선이 퍼지고, 급기야 확진자의 개인정보까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이뿐 아니라 공공의료 시스템이라곤 보건소밖에 없는 상황에서 진단과 치료는 기대하기 어렵다. 남해군과 같이 65세 이상 인구가 40%가까이 되는 초고령사회는 감염병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3년 서부경남에 하나뿐이었던 진주의료원마저 폐쇄돼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다. 감염병이 안 생기길 바라야겠지만,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에 이어 올해 코로나19까지 5~6년 단위로 신종 혹은 변형 바이러스가 출몰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한 상황이 올 것이라고 쉽게 예측 가능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최근 급증하는 전염병은 `인수공통감염병`이 70% 이상이라고 분석한다. 인수공통감염병은 대표적으로 AI(조류인플루엔자)나 메르스와 같이 주로 동물에서 시작되어 인간에게 옮기는 경우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인수공통감염병이 왜 최근 들어 자주 나타는가다. 중국 우한의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이번 바이러스가 시작되었다는 분석을 토대로 중국정부는 야생동물 매매행위를 일시적이지만 금지시키고 있다. 보다 심각한 것은 기후위기와 각종 개발사업으로 야생동물들의 서식처가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식처를 빼앗긴 동물들은 인간의 영역에 들어올 수밖에 없고 인간과의 접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중간 숙주 역할을 하는 가축은 `공장식` 사육환경으로 바이러스 침투와 확산에 안성맞춤이다. 기후위기, 공장식 축산, 편리한 이동수단(비행기 등)은 바이러스 전파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었고, 무너진 공공의료 시스템은 회복불가능성만 높이고 있을 뿐이다(미국, 이탈리아를 보라!). 

 우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무엇을 배우고 대비해야 할까.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과 검역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문제다. 경쟁과 효율, 개발과 성장에 보지 못했던 것을 이번 기회에 돌아봐야 한다. 열악한 공공의료 시스템을 회복하고 공장식 축산에 기반을 둔 먹거리 문제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 지속 불가능한 개발사업보다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에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돌아보라는 마지막 경고일지 모른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성찰하고 돌아볼 시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성찰`로 이어져야 한다. 자연과 지구 앞에서 인간이 좀 더 겸손해져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